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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자본주늬 Oct 05. 2022

주가 없는 주식학 #20 자동차&부품

자동차: 위기로 생각하고 기회로 행동한다.

#현대차 #기아


인생에서 가장 큰 소비 중 하나인 자동차에 대해서는 상반된 시각이 존재한다. 젊은 시절 럭셔리한 자동차를 타고 주변에 뽐내고 싶은 게 사람 마음이다. 또 자동차가 있으면 확실히 이동이 편리해지고, 서울 밖에 거주하는 경우에는 자동차가 필요하기도 하다. 하지만 투자적인 관점에서 부자가 되고 싶다면 자동차 구매는 최대한 늦추는 게 맞다. 자동차는 감가상각이 가장 빠른 자산이며, 대부분 할부나 리스로 구매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는 자산이 아니라 부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자동차를 당장 살 수 있을 금액만큼 주식을 모으는 것을 1차 목표로 삼았다. 각자의 드림카를 상상하며 자동차 산업의 구조와 변화를 공부하고 투자 기회를 찾아보자.



헨리 포드가 조립 라인 방식을 도입하며 자동차가 대중화된 20세기부터 자동차는 제조업의 상징이 되었다. 자동차 산업은 철강, 화학 산업과도 연관성이 깊고 2만여 개의 부품이 하나의 차체에 투입되기 때문에 자본집약적이며, 그 결과 국가별로 소수업체들로 구조조정되었다. 대한민국에서는 현대차와 기아가 70% 이상 점유율을 독점하고 있으며 르노삼성, 쌍용차, 한국GM은 라인업이 노후화되고 친환경 전환에 발맞추지 못하며 점유율이 하락하고 있다. 한편 글로벌 자동차 산업은 전통적으로 미국(GM, 포드, 스텔란티스), 독일(폭스바겐, BMW, 다임러), 일본(도요타, 혼다, 닛산)이 주도했다. 일론 머스크와 테슬라가 등장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테슬라는 2017년까지만 하더라도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생존 자체를 위협받았다. 그러나 2018년 모델3 양산에 성공하고 2019년부터는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그리고 2020년 이후 그린에너지로의 대전환이 시작되면서 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그동안 테슬라를 무시하던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도 미국, 중국, 유럽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맞춰 내연기관차를 줄이고 전기차를 늘리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했다. 그리고 이렇게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할 때 새로운 기회가 나타나기 마련이다. 미국에서는 리비안과 루시드가 제 2의 테슬라로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BYD, 니오, 샤오펑, 리오토 등 로컬 전기차 브랜드가 테슬라의 대항마로 부상했다.


2021년 현대차그룹은 정몽구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고 정의선 회장 체제를 공표했다. 미래 자동차 산업은 MECA(모빌리티, 전동화, 커넥티드카, 자동화)를 중심으로 융복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판단한 현대차그룹은 수익성을 강화하는 한편 신사업을 대비하고 있다. 먼저 현대차는 'G80'과 'GV80' 등 프리미엄 라인업과 '아이오닉5' 등 EV 라인업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UAM(도심항공모빌리티)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한편 사명에서 차를 뗀 기아는 '쏘렌토'와 '카니발' 등 RV 라인업과 'EV6' 등 EV 라인업으로 재편하고 있으며 물류와 운송을 시작으로 2030년까지 글로벌 PBV(목적기반차량) 시장 선두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현대차, 혹은 기아에 투자하기 전에 어떤 점을 고려해야 하는지 현대차그룹의 기회와 위기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먼저 현대차그룹은 E-GMP라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을 개발하여 전기차 전환에 상대적으로 잘 대처할 수 있었다. E-GMP의 경쟁력은 애플카 협력 루머가 제기될 만큼 입증되었다고 볼 수 있고, 향후 다른 브랜드의 전기차 외주 생산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이다. 또한 GV80이나 카니발처럼 단가가 높은 차량 중심으로 판매믹스를 개선하면 구조적으로 실적이 성장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현대차의 UAM과 기아의 PBV 등 모빌리티 신사업이 상용화되기 시작하면 차량 판매 외에 새로운 수익원이 멀티플 리레이팅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전망이 마냥 밝은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은 기업 경쟁력 측면에서 잠재적인 리스크를 안고 있다. 첫번째 리스크는 심화된 전기차 경쟁이다. 현대차그룹은 훌륭한 가성비를 앞세워 올해 2분기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에 이어 2위를 기록했지만 내년부터는 GM, 포드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본격적인 전기차 출시가 기다리고 있다. 두번째 리스크는 애매한 브랜드 포지셔닝이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 테슬라와 독일 3사에 밀리고 중국 로컬 브랜드에 쫓기면서 이도 저도 아닌 브랜드로 전락해버렸는데, 만약 제네시스가 프리미엄 브랜드로 온전히 자리잡지 못하면 다른 시장에서도 시장점유율을 빼앗길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매크로 리스크도 피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는 스태그플레이션 리스크가 있다. 물가상승과 경기침체가 동시에 발생하면서 소비 심리가 꺾이고 차량 구매 시점이 미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기적으로는 미중갈등 리스크가 있다. 미국이 IRA(인플레이션감축법) 법안을 발의하면서 현대차와 기아는 보조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장기적으로는 공급망 리스크가 있다. 팬데믹과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마비된 기간 동안 완성차 업체들은 차량용 반도체와 리튬이온 배터리를 구하지 못해 애를 먹었다. 기업 자체 이슈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 및 정치 리스크가 어떤 영향을 미칠지 모르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은 마음 편할 틈이 없다.



앞서 살펴보았듯이 세계에서 완성차를 만들 수 있는 국가는 몇 개 되지 않는다. 게다가 미국, 독일, 일본, 중국 등 세계 패권을 두고 싸우는 국가들 사이에서 대한민국의 자동차 기업이 경쟁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자랑스러운 일이다. 그리고 2020년을 전후로 게임의 룰이 친환경과 자동화로 바뀌었는데 현대차그룹은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게다가 반도체와 배터리가 자동차의 핵심 부품이 되었는데 대한민국에는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세계 1, 2위를 다투는 반도체 및 배터리 기업이 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 간 협력을 지원하고 산업을 육성한다면 대한민국이 모빌리티 시대의 헤게모니를 손에 넣을 수도 있을 것이다.



부품: 형이 잘나가야 동생이 춤을 춘다.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한온시스템 #만도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어 #에스엘 #명신산업 #SNT모티브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세계 축구를 지배했던 건 스페인의 무적함대였다. 특히 '세 얼간이'라고 불린 미드필더 라인업은 역대 최고 중원으로 꼽히며 FC바르셀로나의 황금시대를 열었다. 사비와 이니에스타는 수많은 공격 기회를 만들어내며 주인공이 되었지만, 그 뒤에는 항상 수비 전열을 가다듬으며 보이지 않는 활약을 했던 부스케츠가 있었다. 제 2의 전성기를 준비하는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와 기아가 선봉에 서서 글로벌 카메이커와 경쟁하고 있지만, 그 뒤에는 현대모비스라는 부품사가 묵묵하게 받치고 있다. 자동차 산업을 살펴보았으니 이제는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산업을 알아보고 전체 자동차 섹터의 투자 전략까지도 세워보자.



자동차 부품 시장 규모는 2020년 기준으로 약 73조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이후 살짝 주춤하긴 했지만 꾸준하게 성장해 온 자동차 부품 산업 역시 전기차와 자율주행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 하에 대규모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즉, 전통적인 기계 부품의 수요는 감소하고 전장, 소프트웨어 등 전기전자 부품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공유경제 개념이 확산되면서 자동차가 소유하는 재화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라는 또 다른 패러다임이 자리잡으면서 자동차 자체에 대한 수요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따라서 부품 업체들은 더 이상 자동차에만 사업을 국한하지 않고 로봇이나 UAM 등 새로운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자동차 부품 기업은 크게 현대자동차그룹 계열과 나머지로 분류된다. 가장 먼저 현대모비스는 현대차, 기아와 함께 현대차그룹의 삼각편대를 이루고 있는 핵심 부품 계열사로 그룹 전체의 지배구조 측면에서도 영향력이 막강하다. 현대모비스는 자동차 3대 핵심모듈이라고 불리는 샤시, 칵핏, 프론트엔드 모듈과 제동장치, 조향장치, 에어백, 램프, 전장, 전동화 부품을 제조하는 업체로 모듈 및 부품 제조 사업부 매출이 80%, AS용 부품 판매 사업부 매출이 20%를 차지한다. 올해 11월부터는 모듈 생산 통합계열사 '모트라스'와 부품 생산 통합계열사 '유니투스'로 자회사를 분사하여 노사관계를 안정화하고 생산라인을 효율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위아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엔진을 생산하는 부품 업체로 앞으로 현대차그룹의 로봇과 자율주행 사업을 이끌어갈 핵심 계열사이다. 전체 매출에서 엔진, 모듈, 등속조인트, 변속기 등을 제조하는 차량부품 사업이 90%, 공작기계, 공장자동화설비, 방산제품 등 기계를 제조하는 사업이 10%를 차지한다. 이 밖에도 파워트레인과 시트를 전문적으로 생산하는 현대트랜시스와 전자제어시스템 핵심부품을 생산하는 현대케피코, 그리고 모빌리티 소프트웨어를 제공하는 현대오토에버를 주축으로 현대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들은 ADAS(첨단운전자지원시스템), IVI(차량용인포테인먼트) 등 MaaS(Mobility-as-a-Service) 플랫폼을 구축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계열사가 아닌 중견 부품 업체로는 한라그룹에 뿌리를 둔 한온시스템과 만도가 대표적이다. 한온시스템은 에이치백, 파워트레인 쿨링, 압축기, 플루이드 트랜스포트 등 자동차의 열을 관리하는 시스템 부품을 생산한다. 만도는 브레이크(제동), 스티어링(조향), 서스펜션(현가) 등 운전 경험을 향상하고 주행 안전을 보완하는 부품을 생산한다. 한온시스템과 만도는 현대차, 기아라는 안정적인 공급처를 바탕으로 GM, Ford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로 고객사를 확장하고 있다. 또한 CASE(연결, 자동화, 공유, 전동화)라는 업계 트렌드 변화 속에서 EV(전기차량)솔루션과 AD(자율주행)솔루션 등 기업 체질 개선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한편 자동차 부품 중에서 타이어만 집중적으로 생산하는 업체도 있는데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금호타이어, 넥센타이아 3사가 전체 시장의 90% 이상을 과점하고 있다. 타이어 시장은 국내 대표 수출 산업인 자동차와 화학을 전후방에 두고 있고, 꾸준한 설비투자와 막대한 감가상각을 버텨내야 하므로 신규 진입이 어렵다. 또한 타이어 산업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성숙기에 돌입했지만 중국, 인도 등 신흥국에서는 성장세가 견조하다. 최근 국내 타이어 3사는 전기차의 바닥 무게나 노면 소음을 고려한 전기차 전용 타이어를 출시했다. 아직 전기차 전용 타이어의 시장 침투율은 2% 미만이지만 전기차 시장과 함께 밝은 미래가 예상된다.


그 외 중견 자동차 부품 업체들을 몇 가지 더 살펴보면 에스엘, 명신산업, SNT모티브가 있다. 에스엘은 차량용 램프와 레버를 만드는 기업으로 현대차와 기아 뿐만 아니라 GM, Ford, Geely 등 미국과 중국의 완성차 업체에게 납품한다. 명신산업은 핫스탬핑이라는 기법으로 자동차 부품을 경량화시켜 완성차 업체에게 공급하며, SNT모티브는 차량용 구동모터를 주력으로 HEV용 시동발전모터와 EV용 드라이브유닛까지 친환경 자동차 부품을 생산한다. 이처럼 중견 부품 업체에서도 가장 큰 화두는 전기차로의 전환이며, 탄소 중립과 발을 맞추면서도 차량 성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친환경 및 경량화 공법을 채택하여 체질을 개선하고 있는 중이다.



수많은 자동차 부품 기업들을 살펴보았지만 이들은 아무리 잘해봐야 사비나 이니에스타는 될 수 없는 부스케츠 같은 운명이다. 궁극적으로는 자동차 산업이 계속 성장해야 부품 산업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도 현대차와 기아가 글로벌 무대에서 잘나가야 국내 부품 업체들도 춤을 출 수 있다. 게다가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와 수소차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시대에 적응하지 못한 부품 업체는 존망의 기로에 설 수도 있다. 따라서 부품 산업에 투자한다면 먼저 기술적으로 선도하는 기업으로 추려야 한다. 그리고 나서 자동차 산업과 함께 모니터링하면 일시적인 괴리가 생기는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다음 편 예고>

주가 없는 주식학 #21 에너지&소재 (10/19 발행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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