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해줘, 홈즈’ 리뷰
가끔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보면 넋 놓고 한참을 들여다보게 되는 게시글이 있다. 일명, ‘랜선 집들이’를 하는 글이다. 남의 집 구경은 언제나 재미있다. 집주인과 일면식도 없건만, 올려놓은 사진들을 곰곰이 들여다보고 있노라면, 집주인의 성향마저도 보이는 듯하다.
지난 설 파일럿으로 방영된 <구해줘, 홈즈>는 사람들의 오랜 관심사인 ‘집구경’을 새롭게 시도한 프로그램이다. 인간의 삶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의, 식, 주. 그러나 이제껏 집을 중점으로 다루는 프로그램은 의, 식을 다루는 프로그램보다 적었다. 종종 실내 인테리어에 대한 프로그램이 있긴 했지만, 아직도 집들이 프로그램 하면 2000년대 초에 방영되었던 <신동엽의 러브하우스>를 가장 먼저 떠올릴 정도이다.
<구해줘, 홈즈>는 기존 프로그램들과 달리 ‘집 구하기’를 소재로 삼았다. ‘뭘 좋아할지 몰라 이집저집 준비해봤어’라며, 의뢰인들을 대신해 스타들이 직접 집을 보러 다니며 의뢰인들의 요청 사항에 맞는 집을 찾는 프로그램이다. 몇 년째 이어지고 있는 주택난을 생각해보면, 왜 이런 프로그램이 이제야 나타났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설날 특집으로 2월 4-5일 양일간 방영된 <구해줘, 홈즈>는 1회 4.9%, 2회 6.3%, 3회 5.1%, 4회 6.7%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시청률도 선방했지만, 프로그램에 대해 시청자들의 호평이 이어졌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경관이 좋은 집, 대학 신입생이 혼자 살 수 있는 집, 반려견을 키우는 부부가 살 수 있는 집 등 의뢰인들의 조건에서 출연진들이 보여준 집은 인상적이었다. 박나래, 박경 팀이 방문했던 평창동 주택의 경우, 서울에 저런 뷰를 가진 집이 있었냐는 반응이 많았고, 슬리피와 이국주 팀이 방문했던 남양주의 땅콩 하우스도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는 등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의뢰인들의 예산을 오픈하고 그에 맞는 집들의 실거래가까지 오픈했기에 집 시세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점도 시청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는 데 유효하게 작용했다.
단순히 집 구경을 통해 ‘보는 즐거움’만 준 것은 아니다. 서울대 신입생의 집 구하기 과정에서 신봉선과 김정현이 방문했던 복층 원룸은 서울에서 사회 초년생들이 사는 집의 실태를 보여줬다. 가격이 싼 만큼, 최소한의 거주 공간도 확보되지 않은 집들이 원룸촌에는 즐비하다. 실제로 대학가 원룸촌에서는 불법으로 가벽을 만들어 한 집을 두 집으로 분리해서 임대를 하는 경우도 흔하다. 복층 원룸은 방송 이후, 시청자들의 관심과 비난을 한 몸에 받았다.
집 구하는 일은 품이 많이 든다. 정보 찾는 일도 힘들고, 직접 살아야 하는 집인 만큼 발품을 팔아 방문해야 하기에 더욱 수고롭다. 특히 서울에서 집 구하기란 쉽지 않다. <구해줘, 홈즈>는 시청자들을 대신해 다양한 집을 소개하고 정보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잡은 프로그램이었다. 반면, 보여준 집들이 결코 저가의 집이 아니라는 점에서 박탈감을 느꼈다는 시청자들도 존재했다. 실제로 의뢰인들은 대출을 받고 집을 구한다고 이야기했지만, 이는 크게 강조되지 않았고, 그렇다 해도 여전히 박탈감을 느끼는 시청자들이 많았다.
<구해줘, 홈즈>가 정규 편성이 된다면 나아가야 할 방향이 이런 것이 아닐까. 서울에서 자취하는 대학 신입생의 집 구하기처럼 기초 자본이 없는 사람들에게 서울에서 살 만한 집을 구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서민들의 주거 실태를 집 보러 다니는 과정을 통해 알리는 것이다. 또한, LH 청년임대주택, 사회주택 등 이미 존재하지만, 사람들이 잘 알지 못해서 이용하지 못하는 주거 복지에 대한 정보를 의뢰인을 통해 전달할 수 있다면 2000년대 재미와 유익함을 동시에 잡았던 넘을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