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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Nov 02. 2020

제프 베조스에게 최대 위협이라는 31살 여성

법대생 리나 칸이 바꾼 반독점법의 역사

#애정하는팟캐스트 이야기 (1)

올해 팟캐스트를 많이 듣게 됐는데 주변에서 무얼 듣느냐는 질문을 가끔 받아서, 팟캐스트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 팟캐스트 'Sway' by New York Times: Lina Khan 인터뷰  
- Sway: 미국 테크 쪽 저널리즘에서 가장 존경받는 언론인 중 하나인 카라 스위셔 리코드 편집장이 뉴욕타임즈에서 9월 오픈한 팟캐스트.

미 IT 전문지 Recode 편집장인 카라 스위셔(Kara Swisher)가 진행하는 뉴욕타임즈 팟캐스트인 Sway



2020년은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각각의 존재만으로도 웬만한 국가의 크기나 영향력 뺨치는 빅 테크기업의 주가가 최고로 치솟았다. 이들 CEO의 재산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그와 동시에 2020년은 20여년간 규제 없이 승승장구해 온 이들 기업들에게 드디어 규제의 칼날이 들이닥치기 시작한 한 해이기도 했다.

지난 7월에는 웬만한 국가보다 더 큰 권력인 제프 베조스를 비롯해 이들 4개 기업 CEO가 미 하원 청문에서 몇 시간 동안 하원의원들의 날카로운 질문에 절절 맸다. 이 청문회에서는 제프 베조스가 "PB를 개발하기 위해 다른 판매자의 데이터를 들여다본다"는 걸 사실상 시인하기도 했다. 10월에는 마이크로소프트 고발 이후 20년간 잠자던 반독점법을 새롭게 해석하여 미 법무부가 구글을 고발했다. 11월에는 페이스북도 고발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1989년생, 31세의 학자가 있었다. 뉴욕타임즈는 이 학자를 '빅 테크에 대한 존재론적 위협(Existential threat)'으로 묘사했다.

리나 칸. 런던 출신으로 11세 때 미국으로 이주. 콜럼비아 로스쿨 부교수.

예일대 재학 중이던 2017년 1월 발표한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 Amazon's Antitrust Paradox>란 아티클이 전세계적으로 화제가 되며 순식간에 반독점 학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뉴욕타임즈는 31세의 리나 칸을 "IT 기업들에겐 존재론적 위협"이라고 불렀다



그동안 미국에서 반독점법에 대한 해석은 시카고 학파가 내놓았던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면 독점법 적용 면제"라는 논리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리나 칸은 이런 '소비자 중심적' 논리를 뒤집었다.

IT 플랫폼이 단기적으로는 소비자에게 도움이 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데이터 독점을 지향하고 그 데이터를 통해 자사 이익에 맞는 기능이나 상품을 만들면서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다양성을 저해해 소비자에게 오히려 해가 되고, 시장 자체의 구조에 영향을 준다고 주장했다.

(ex. 아마존이 외부 판매자의 판매데이터를 활용해 PB상품을 만들고 PB상품에 노출을 몰아주면 시장에서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려는 의욕도, 상품 다양성도 줄어들 것. 이런 회사에 투자하려는 수요도 줄어들 것)

리나 칸이 2017년 1월 예일 로 저널에 발표해 반독점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킨 <아마존의 반독점 패러독스> 아티클



올해 7월 IT기업 하원청문회를 보면서 놀랐던 건 하원의원들의 질문이 정말 수준이 높았다는 것이다. (2년 전만 해도 미 상원의원이 청문회에서 저커버그에게 "돈은 어떻게 버나? 나는 페북에 돈을 안내는데"란, 공부 전혀 안한걸 티 내는 질문을 한 것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

2020년 7월 미국 하원 법사위에서 증언하는 GAFA CEO들 


아니나다를까, 리나 칸이 2019년부터 하원 법사위 자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이런 리나 칸이 Sway에 출연했다. 진행자인 카라 스위셔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나 일론 머스크, 힐러리 클린턴 같이 정치 경제 테크계 거물을 한 시간씩 돌직구 질문을 던져가며 인터뷰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언론인이기도 하다. 리나 칸은 아마도 스위셔가 인터뷰한 사람 중 최연소 그룹에 속할 것이다. 

리나 칸은 팟캐스트에서 이번 미국 법무부의 구글 소송 논리, 반독점 소송의 역사, 앞으로 빅테크 기업들에게 닥칠 예상 규제 등을 아주 또박또박 풀어낸다. 그동안 아마존이나 구글이 어떤 반독점적 행위를 했는지 사례도 줄줄 나온다. 내용이 너무 주옥같아서 글에 다 담기가 어려울 정도다. (정리하려고 하다가 너무 많아서 대실패... 관심있는 분들은 들어보세요. transcript도 있습니다)

인터뷰 마지막에 카라 스위셔는 리나 칸에게 이렇게 물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뭔가요? 구글이나 아마존 같은 서비스는 너무 커져서 안 쓸 수가 없잖아요."

"소비자 보이콧을 흔히 말씀하시는데, 이들 IT기업이 인프라처럼 되어버린 상황에서는 현실적으로는 보이콧 자체가 불가능할 수 있어요. 소비자로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시민으로써 연대하고 조직화하여 입법 개혁에 참여해야 합니다. 결국 이런 개혁은 입법으로써 해결해야 하고 정부로부터 나올 수밖에 없으니까요."

팟캐스트를 듣고 생각한 것. 

1. 법 해석으로 산업 규제의 방향성까지 바꾸는 젊은 학자. 대단하다. 한국에도 이런 젊은 연구자가 있을까. 
2. 미국 대선의 결과가 어떻든 빅 테크 규제 방향성은 잡힌 것 같다. 하마평처럼 엘리자베스 워런이 바이든 정부에서 법무장관이 된다면 더더욱. 
3. 50대의 나이에, 여성 테크 리포터로서 전문성을 쌓아 온 카라 스위셔의 커리어도 근사하다.    

Sway 팟캐스트
https://www.nytimes.com/column/sw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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