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C 뉴스 인터뷰, 왜 지금 한국을 홍보해야 하는지
코로나 대응에서 한국은 계속 외국 언론에 모범 사례로 소개되어 왔다. 이렇게 된 데에는 강경화 외무장관의 역할이 매우 크다. 강경화 장관이 3~4월에는 유럽 미디어에 주로 인터뷰 했다. 유럽 프랑스 영국 등을 한 바퀴 돈 강 장관이 5월 22일 미국 언론인 ABC뉴스와 인터뷰를 했다. 한국의 코로나바이러스 대처에 대한 내용이다. 강 장관의 인터뷰가 횟수를 거듭하면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 계속 발전하는 게 보여서 몇 가지 생각을 적어 보았다.
강 장관의 인터뷰는 여기에서 볼 수 있다.
인터뷰어의 유도심문에 넘어가지 않는다. 첫 질문이 “미국이 한국처럼 코로나에 대처하는 게 가능하냐? 미국은 한국처럼 대응하기엔 이미 늦은 것 아니냐?”고 물었는데 즉답하지 않고 한국의 조처를 자세하게 설명한다. 미국은 이렇다 저렇다는 논평 자체를 하지 않고, 심지어 ‘직접 비교는 힘들다’는 식의 언급도 삼간다. 외교관으로써 그런 발언이 어떻게 미 정부에 보이게 될 지 뻔히 알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직접 비교가 힘들다'고 하면, 분명히 트럼프 행정부의 코로나 브리핑에서 악용되었을 것이다.
참고로 트럼프는 팩트를 교묘하게 틀어서 자신에게 유리한 프레임으로 사용하는 데 능하다. "왜 아직도 필요한 만큼 코로나 검사를 못하고 있는가"란 질문에 트럼프는 "이제 우리가 한국보다 코로나 검사 더 많이 하는데?"라고 답변하는 식이다. 인구수, 접촉 추적(contact tracing)능력, 무증상자도 코로나 검사를 받을 수 있는지 등의 여부를 총체적으로 따져야 하는데 단순 숫자만 갖고 허위를 진실처럼(트럼프 행정부에서 거짓 사실은 "대안적 진실(alternative fact)"이라고 표현한다) 보이게 말하기 때문이다. 최대한 안 말려드는게 답이다.
사실 앵커 질문에 대한 답은 유튜브 동영상 댓글에 나와 있다. “미국은 한국처럼 절대 못함”
앵커가 ‘한국 조처에 개인정보 사찰(surveillance)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있다’고 하자 그건 사찰이 아니며 '접촉 추적(contact tracing)'이라고 먼저 딱 잘라 이야기한다. 무증상자까지 찾아내 검사를 받게 하여 격리, 치료를 하는 것이 국민의 건강권과 심리적 안정을 위해 필요한 조처임을 강조하고 국민들 또한 감염병 예방과 확산 방지의 중요한 주체임을 강조하는 논리로 마무리한다.
사실 접촉 추적은 무증상 상태에서 가장 전염이 심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를 찾아내기 위한 가장 효과적 방법이다. 접촉 추적 말고 무증상자를 가려내기 위해서는 랜덤 테스팅 방법도 있긴 하지만 이렇게 하려면 검사가 어마무시하게 많이 필요하다. 미국에서의 현재 문제는, 코로나 검사를 받으려면 뭔가 증상이 보여야 한다는 것. 이 내용은 미국 언론들이 매우 자세하게, 여러 번 다뤘다. 미국의 '설명 언론' Vox 의 비디오가 도움이 된다. (The US tested the wrong people for coronavirus)
강 장관이 미국 언론과 인터뷰하는 지금 시점이 향후 한미 외교, 교역, 백신 공급에 중요한 타이밍일 수 있다.
강 장관이 ABC뉴스와 인터뷰한 날짜는 5월 4째주 주말을 앞둔 시점이다. 이 시점은 여름의 시작인 메모리얼 데이 연휴로 트럼프가 미국 경제 재오픈 시점으로 찍은 바 있다. 50개주 대부분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부분 오픈했다. 이 시기에 한국이 “우리는 국가를 닫은 적이 없음” “국경도 열려 있음” “입국하는 외국인도 우리가 잘 핸들링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던지는 건 중요하다.
또 하나. 트럼프는 코로나 대처 잘못을 누군가에게 떠넘기려고 하고 있다. 중국과 WHO가 그 대상이 되었다. 지난 5월 18일 트럼프는 WHO 개혁을 한달 이내 하라며 아니면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그 와중에 한국은 금주 WHO 집행이사국 34개국 중 하나로 지명됐다. 한국은 자체적 백신 개발이 쉽지 않다. 일단 임상시험 참여자를 모으기 어렵다. 따라서 국제 공조를 통해 백신 공급을 받는게 중요하다. 트럼프가 위협하더라도 미 의회에서 WHO 긴급지원을 시도할 수 있는데 이 상황에서 중국 외 다른 국가, 특히 미국과 미국인이 신뢰하는 국가가 WHO 리더십에 있다는 건 중요하다. (서태평양 지역에서 WHO 집행이사국은 한국 외에도 호주 중국 싱가포르 통가다)
언어를 세련되게 잘 하는 건 외교에서 너무나 중요하다. <기생충>이 영어 자막을 보여주면서 성공한 거의 첫 한국 영화(또는 비영어권 영화)라는 점을 보면, 안 그런 척 하지만 영미권- 특히 미국 언론은 방송에서 인터뷰이를 그 나라 언어로 인터뷰하고 자막을 넣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 강 장관은 말을 할 때 단어 선택이 훌륭하고 끊어 이야기하기, 호흡, 목소리 톤이 모두 안정적이다. 통역사 출신의 장점이다. 물론 정통 외교부 출신이 아니라는 단점도 많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이 시점에서는 장관의 전 직업적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게 옳다. 강 장관이 그동안 “겨우 통역사 출신”이라며 비난하던 한국 포털 댓글이 싹 사라져서 개인적으론 후련하다.
ABC 뉴스 유튜브 비디오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댓글.
“She speaks better English than Trump.”
#코로나바이러스 #강경화 #통역사출신이_뭐어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