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부자조차도 전지구적 재난을 피해갈 수는 없다
“엄마. 나 아는 사람이 텍사스 사는데 거긴 전기 끊기고 단수되고 지붕이 무너지고 눈을 휴대용 가스렌지에 녹여서 물 마신대. 노인들 얼어죽는 사람도 많대.”
지민이 이야기다. 텍사스는 자원 풍부하고 최근 도시지역이 엄청 발달한 비교적 잘 사는 주 아니던가? 아무리 미국 80프로가 눈이 오고 있는 이상기후라 해도 전기가 다 끊기다니, 그것도 오로지 텍사스에?
뉴스를 보고 알아낸 사실. 텍사스는 주 자치 성향이 매우 강해서 주 자체에서 전력을 생산관리하는데 이게 이번에 문제가 된 것. 1935년 루즈벨트 정부 시절 ‘미 전기법’이 제정되어 연방정부 차원에서 전력 공급 관리를 하게 됐다. 이후 서부와 동부에 각각 큰 전력선을 설치했다.
그러나 텍사스는 연방정부 간섭을 극도로 싫어해 자체 전력생산시설을 갖춘 것. 딱 한 군데 기업(ERCOP)이 텍사스 전기 전체를 관리한다. 평소엔 남아돌 정도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이례적으로 추운 (원래 텍사스는 1년 내내 영상 기온 유지하는 곳) 상황에 부하가 걸려버린 것. 주 법제도, 인프라 등이 자급자족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어 위급상황에도 다른 주에서 전력을 꿔 올 방법이 제한적이다.
이 와중에 보수 공화당 정치인들은 “풍력발전 터번이 제대로 안돌아서 이모양 이꼴이 됐다. 바이든 정부의 그린뉴딜이 문제”라며 “이기회에 화석연료 발전으로 유턴하자”는 허위뉴스 퍼뜨리고... 텍사스 상당부분의 발전량이 어차피 화석연료에서 나오는 건데 말이다. (추가: @sang kim 님이 알려준 정보에 따르면 텍사스 전력 생산은 천연가스와 석탄이 65%. 풍력이 20% 이상이다. 풍력 비중이 높은데 바람 많고 더운 텍사스 기후 특징이라고)
An ERCOT report on generating capacity listed the top sources of power in the state:
Natural gas (51%)
Wind (24.8%)
Coal (13.4%)
Nuclear (4.9%)
Solar (3.8%)
Hydro, biomass-fired units (1.9%)
https://www.google.com/amp/s/amp.statesman.com/amp/6780546002
텍사스 역사를 찾아보니 멕시코 전쟁으로 독립이 되고, 미 연방에 편입된 후에도 큰 땅덩어리와 풍부한 자원을 무기로 “우린 거의 독립국가 수준”이라며 연방정부로부터 독자적으로 주 행정을 운영하다시피 했다고. 그 유명한 “Remember the Alamo”, 알라모 전투가 텍산의 독립적 기질을 상징한단다.
텍사스를 덮친 한파와 혼란을 보며 느낀다. 미 서부 텍사스 중질유가 세계 3대 원유로 불릴 정도로 텍사스는 화석연료의 중심지였다. 텍사스의 보수 정치인들은 이 지역에 거대 석유회사들이 몰려 있는 만큼 화석연료를 탈피해 친환경 발전으로 가는 전세계적인 흐름에 상당히 반발해 왔다.
미 한파는 아직 원인 분석 중이지만 지구온난화의 여파일 가능성이 높다. 지구온난화는 1년 내내 온화하거나 더운 곳도 영하권으로 끌어내리는 전지구적 재해로 이어진다. 제 아무리 “전기 자급자족”을 외치는 자원부자 텍사스라고 해도. 코로나도 그렇고, 한파도 그렇고, 혼자 잘 먹고 잘 살 수 있는 시대는 이미 끝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