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네눈박이엄마 Feb 14. 2021

“그러는 너네는(Whataboutism)?”주의

트럼프의 미 상원 무죄판결의 의미

트럼프 미 상원 탄핵심판이 미국 시간으로 토요일 오후 5시경 무죄판결됐다. (57:43. 공화당 의원 7명이 탄핵찬성 투표)

- 이번 탄핵심판에서 민주당 하원의원으로 구성된 “탄핵매니저”들의 탄핵 이유 설명은 매우 효과적이고 파워풀했다. 트럼프가 1월 6일 의사당 반란 시위 전부터 지지자들에게 폭력을 선동해 왔다는 주장을 펼쳤다. 폭동 당일 밋 롬니 공화당 의원이 간발의 차로 폭도들로부터 피신하는 장면. “펜스를 목매달자” “낸시(펠로시 하원의장), 어디있냐?”고 외치는 무리. 의원 보좌관들이 책상 밑에 숨어 공포에 떠는 비디오도 공개됐다.

- 하지만 상당수 공화당 의원들은, 트럼프 지지자들에게 배신자로 낙인 찍힐라 두려워했다. 그래서 “이미 물러난 대통령을 탄핵할 수 없다”는 트럼프 변호인단 논리를 방패막삼았다. (사실 100년 전, 대통령은 아니지만 퇴임장관을 탄핵한 사례는 있다)

- 이번 판결로 4년 뒤에 트럼프가 또 대선후보로 나올 수 있게 됐다. 미 공화당의 비주류였던 극우 극단주의자들의 윽박이 (지금은) 이긴 셈이다.
  


- 트럼프 변호인단(불과 2주 전 구성)은 탄핵 재판 첫날엔 아무말 대잔치 수준으로 헤매다가, 나중에는 “그러는 너네는?(Whataboutism)”주장을 밀어붙였다. 트럼프가 “Fight like hell”이라고 폭도들에게 선동했다는 민주당의 주장에 “너네도 fight란 말 쓰잖아”라며 바이든 등 민주당 정치인들이 “fight”이라고 한 말을 이어붙인 비디오를 상영했다.  

https://youtu.be/ERIbhsCzZwk



- 탄핵 심판에서 whataboutism이 먹히는 것처럼 받아들여진 것은 여러 모로 우려스럽다. 트럼프 탄핵은 정치인이 민주선거 과정을 부정하고 폭력을 선동하여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를 막기 위한 목적으로 이뤄진 거다.”그러는 너네는? 그렇게 깨끗해? 너는 지난번에 이랬잖아”라며 상대방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건 더이상 논리적 반박이 아니다.

- 정치에서, 댓글 논쟁에서, 심지어는 클럽하우스에서도 자주 보지 않는가. “그러는 너네는?”이 나오는 순간, 논리적 진행은 불가능해진다. 생산적 논의도 불가능해진다. “너도 똑같이 더러운 인간이니 우리 모두 더럽게 살자”는 아무말이 표현의 자유라고 주장하는 건, 형식적으론 표현의 자유일지 몰라도 더이상 민주주의는 아니다. “그러는 너네 민주당은?”이라며 말꼬리잡는 걸 4년 내내 시전한 트럼프를 풀어주는 논리조차 whataboutism이었다는 건 앞으로의 미국 정치 전망에서도, 우리 한국 정치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는 oo는?”은 민주적 토론의 독약이다.


추가: 이번 탄핵재판에는 긍정적 요소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당초 예상보다 많은 7명의 공화당 의원이 탄핵 찬성했고,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 미치 매코널이 투표  “트럼프의 거대한 거짓말이라며 트럼프 행동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트럼프 지지자들은 오로지 whataboutism 판결 결과 자체만 선택적으로 기억할 것이다. 그게 지금 미국 정치의 비극이다.


NPR Politics podcast에서 다룬 트럼프 탄핵재판에서의 “Whataboutism”

https://podcasts.apple.com/kr/podcast/the-npr-politics-podcast/id1057255460#episodeGuid=86edf365-c53a-4d3a-adbc-4b087c05e1dd


https://www.bbc.co.uk/ideas/videos/whataboutism-finger-wagging-as-a-political-tactic/p06j7y0x


작가의 이전글 트럼프 처리 딜레마에 빠진 미 공화당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