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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눈박이엄마 May 10. 2021

망중립성 창시자인 소장파 학자, 백악관 자문이 되다

빅테크 반독점 저격수 팀 우의 책 빅니스

‘망중립성'이란 말을 처음 만들어냈고 반독점법 전문가로 바이든 정부의 미국 국가경제위원회(National Economic Council) 자문이 된 콜럼비아대 팀 우 교수의 #빅니스 를 오늘 줄쳐가며 꼼꼼하게 다 읽었다.


팀 우



200페이지가 안 되는 짧은 책인데 반독점법의 발전 과정을 중심으로 동서양을 넘나들며 민주주의와 경제 발전의 관계를 날줄과 씨줄처럼 명쾌하게 꿰는 저자의 솜씨가 놀랍다. 사실 빅테크 규제 이야기를 하면 "아니 뭐 페이스북이나 아마존이 뭐 잘못했다고, 소비자가 특별히 피보는 거 없잖아? 왜 쪼갠다 규제한다 그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런 논리에 팀 우가 조목조목 역사를 들어 반박한다. 아래와 같은 내용들이 펼쳐진다.  

1.
독일 나치정권, 일본의 군국주의 배경에 독점기업들이 있었다.

2.
반독점법의 기원은 영국이다. 영국 여왕이 산업 독점권을 특정 기업들에게 주는 것에 반대하다가 생겨난 것.

3.
반독점을 가장 드라마틱하게 보여준 사건이 보스턴 티 파티. 영국 동인도 회사의 차 독점에 대해 미국인들이 보스턴에서 영국산 차 박스를 바닷물에 던져 버리는 사건은 미국 독립전쟁의 기원이 됐다. 이를 계기로 미국 헌법에는 반독점을 옹호하는 조항이 생겼다.


https://www.theconstitutional.com/blog/2020/12/15/boston-tea-party-day-history-december-16-1773 


 
4.
독점기업이 정치와 결탁하면서 국가경제에 영향 준 사례 

1) 브라질 육류회사 JBS

브라질대출은행 돈 빌려 외국 육가공업체들 마구잡이로 사들였음. 공장식 축산 도입하는 등 비윤리적 생산체계 고착화되고, 생산자 수익은 줄어듬. 정치권과 결탁하고 뇌물을 통해 발암물질로 처리한 고기를 급식용으로 유통시킴. 전세계가 브라질산 육류 수입 금지 선언하자 JBS를 비롯해 몇몇 '국가대표' 독점기업에 몰빵했던 브라질 경제는 최악의 경기침체.... 결국 브라질판 트럼프로 '브라질 우선주의'외치고 빨갱이와 게이를 적으로 상정한 보우소나루 정권 등장.
 
2) 일본의 헛발질 

일본 정부가 소니 파나소닉 등의 성공에 고무되어 소위 '차세대 산업'을 육성한다며 80년대 대규모 국가대표 "슈퍼컴" 프로젝트 진행하는 동시에 독점통신기업 NTT를 형식상으로만 해체함 --> 80년대 이후 전세계 인터넷 혁명에서 주도적 역할 하는 일본 기업이 단 한 군데도 등장하지 않음 


https://www.farmanddairy.com/columns/global-meatpackers-filet-us-taxpayers-again-and-again/659028.html



5.
독점기업이 글로벌하게 동종업계 경쟁사를 집어삼키면 소비자 가격이 더 오르거나 소비자 후생에 악영향 끼침 

1) 미국 유럽 등의 안경시장 거의 독점하는 룩소티카 --> 안경 마진은 무려 최대 5000%에 이름. 규모의 경제가 소비자 혜택으로 안 돌아감 

2) 전세계 맥주시장을 양분화한 AB인베브와 하이네켄 --> 심지어 수제맥주 평가 사이트도 인수. 작은 수제맥주들도 조금만 커진다 싶으면 바로 합병해버림.

 
  
6.
반독점법의 적극적 시행으로 새로운 산업이 발전한 사례:

1) IBM의 컴퓨터 시장 독점에 정부가 제동을 걸면서 정부 규제를 의식한 IBM이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엡손 등 다른 회사 부품이나 소프트웨어를 탑재해 PC 시장에 등장 -> 마이크로소프트의 부상 (보통 이 부분을 MS가 IBM과 잘 협상한 것으로 미화하는데 사실은 IBM이 먼저 규제에 몸사린 것임)

2) AT&T의 통신독점을 8개로 분할한 사례 -> 모뎀, 자동응답기 등 다양한 부가산업이 생겨남

3) 마이크로소프트의 끼워팔기에 소송을 건 클린턴 정부 -> 비록 부시 정부가 합의해버렸지만 그 결과 인터넷 산업에서 구글, 애플 등이 부상할 수 있었음   

7.
건국헌법에 아예 반독점에 대한 조항을 넣을 정도였던 미국이, 마이크로소프트 이후 이렇다할 반독점법 규정을 적용하지 않았던 배경에는 정치와 대법원이 있었다. 1980년대 '작은 정부' 레이건주의 등장과 미 대법관 로버트 보크가 '소비자 가격만 낮아지면 독점이라도 됨'이라고 주장한 시카고학파 애런 디렉터를 스승으로 모신 영향이 컸다.  

8.
이 책을 쓴 2018년 당시 팀 우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글로벌 IT기업들의 독점을 정부가 못 막고 있다며 책에서 한탄했다. 그러면서 "중국기업들에 맞서야 하니 우리 봐줘"라는 빅테크의 논리가 허구라고 말한다. 하나는 이들 기업이 이미 어느 분야에서 정부보다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다는 점. 다른 하나는 이미 독일이나 일본의 역사를 통해 증명되었듯 독점기업과 정치권력이 결탁할 때 경쟁 활성화를 통한 산업 발전도 요원하고 결국 국가 경제에도 악영향을 준다는 거다. (팀 우는 그런 측면에서 중국 IT산업 전망도 다소 회의적으로 본다)  


독점 철도기업괴 맞섰던 변호사 루이스 브랜다이스




9.
이 책에서는 1890년대 미국 반독점법의 기초를 세운 루이스 브랜다이스의 사상이 중요하게 소개된다. 브랜다이스는 정유산업계를 독점한 스탠더드오일이나 미국 주요철도를 통합해 독점 뉴헤이븐 철도를 만들려고 시도한 JP모건에 맞서 싸운 변호사였다. 브랜다이스는 "거대 기업에서 일하면 사람들의 인격이 박탈될 수 있다" "인간성에 억압을 준다" "과도하게 일하는 문화가 사회에 만연한다"고 말했다. 브랜다이스에게 영향을 준 독일 경제학자인 프란츠 뵘과 발터 오이켄은 "질서자유주의 Ordoliberalism"를 주창한다. 국가의 역할을 일종의 '정원사'로 봤다. 국가가 뒷짐지고 있길 바라는 자유방임주의와 국가지휘경제를 주창하는 사회주의자-파시스트 둘 다 답이 아니라고 봤다.

힘은 집중되지만 책임은 지지 않는 권력. 사적이든 공적이든 그런 권력은 위험하다는 질서자유주의가 팀 우의 철학이기도 하다.




10.
팀 우가 '제어가 안된다'며 한탄했던 '빅니스'들은 바이든 정권 들어 전례없는 포위에 휩싸였다.

바이든 행정부에서는 팀 우와 연방거래위원회 위원으로 인준될 리나 칸(아마존 반독점 패러독스란 논문으로 전세계 반독점학계의 바이럴 스타가 된)이 앞장선다.

 

https://www.axios.com/biden-tech-critics-tim-wu-lina-khan-68af4526-8bd6-48f1-9fe9-f75da80f547b.html


의회에선 민주당 대선 경선에 나왔던 거물 상원의원들이 빅테크 고삐 조이기에 들어갔다. 검사 출신 에이미 클로버샤가 상원 경쟁정책소위에서 애플의 앱스토어 수수료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버니 샌더스는 아마존과 노조 설립, 노동자처우 문제 등으로 이미 정면으로 맞서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을 겨냥한 부유세를 제안했던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워런 키즈'들은 행정부와 하원에서 이들 빅테크를 정조준 중이다.

민주당 정책에 사사건건 어깃장을 놓는 공화당도 트럼프가 정치활동을 재개한 가운데 트럼프를 플랫폼에서 쫓아낸 페이스북을 비롯해 빅테크 잡기에 초당적 협력을 하고 있다.


민주당 대선후보들. 왼쪽부터 에이미 클로버샤, (현 교통부징관 된) 피트 부테지지, 버니 샌더스, 엘리자베스 워런


11.


'경쟁을 통해 혁신을 만들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지키자'는 팀 우는 바이든 정부에서 자신의 책에 쓴 대로 오늘날의 거대 글로벌 독점 기업들의 고삐를 얼마나 조일 수 있을까? 트럼프의 원대복귀로 트럼프 중심으로 다시 빠르게 공화당이 뭉치고 있는 정치 지형이 이들 빅테크들의 로비력에 어떤 영향을 줄까? 팝콘각이라고 하기엔, 우리 삶조차도 상당 부분 워싱턴 정가와 로비스트들에게 달려 있다.



PS. 책에 '한국외국어대 남궁영 교수'가 언급된다. 일본의 재벌격인 '자이바쯔' 분석에 대한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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