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론자와 중재자를 포용하는 바이든의 리더십
인기가 바닥이던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율이 44%가 넘었다. 고령으로 차기 재선은 어렵지 않겠냐는 비관론이 민주당 내부에 팽배했던 상반기와는 달리 바이든은 이제 중간선거 경합주 지지유세도 가고 있다.
https://news.gallup.com/poll/398117/biden-job-rating-rises-highest-year.aspx
당초에 지지율이 떨어졌던 이유는 뭐였나? 바이든에게 걸었던 국민 기대는 '협치의 대통령'이었는데, 의회에서 아주 미세한 우위지만 암튼 우위가 있던 민주당이, 작년 인프라 법안 이후 중요 민생법안을 하나도 통과 못시키고 있었다는 거다. 러-우크라 전쟁으로 인한 공급망압박과 인플레는 거기에 덤.
그런데 최근 1달 동안 바이든 지지율이 무려 6%p 이상 올랐다. 미국에선 바이든을 '다크 브랜든'이라고 부르면서 칭송하는 밈이 돌고 있을 정도. (말실수 잦은 비리비리한 엉클 조에서 엄청난 변화!)
* '다크 브랜든 =
다크 MAGA(트럼프를 어둠의 황제로 부르는) + 렛츠 고 브랜든 (바이든을 조롱하는 구호 - 한 레이싱경기 선수 '브랜든'을 인터뷰하던 리포터가 군중들이 'FXXX 바이든'이라고 말하는 걸 잘못 알아들어 '고 브랜든'이라고 말한 걸 비꼰 밈)
'다크 브랜든'이란 밈은 '일하는 대통령' + '강력한 대통령'이라는 인상을 준다.
바이든 행정부와 미 의회는 최근 1-2달 동안 참전용사처우법(PACT), 반도체법(CHIPS), 총기규제법, 대학 학자금대출탕감 정책... 그리고 바이든식 뉴딜 정책인 '인플레이션 감축법(IRA)'를 통과시켰다.
드론으로 민간인 피해 없이 알 카에다 수장을 사살한 건 '다크한 영웅'이미지 생성의 기폭제가 됐다.
하지만 바이든은 스스로 이런 밈을 만드는 법은 모르는 '할아버지'다. 그의 가장 큰 능력은 상원 40년의 경력을 통해 주변에 일이 되게 하는 사람을 모으는 거다.
미 의회 사상 처음으로 기후위기 대응안을 담은 IRA를 통과시킨 배후엔 두 명의 인물이 있었다.
첫번째 인물은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탄광이 잔뜩 있는 주 출신 민주당 의원(조 맨친)과 공화당의원보다도 더 친기업적이라 기업에 세금걷는건 목숨걸고 반대하는 민주당 의원(키어스틴 시네마)을 설득해서 50명 민주당 상원의원 전원이 IRA에 서명하게 만들었다.
두번째 인물은 환경/빈부격차 줄이기/대기업을 향한 조세정의에 진심인 원칙론자 버니 샌더스.
IRA를 통과시킨 이는 슈머였지만 IRA의 얼개를 짠 건 원칙주의자 버니 샌더스가 상원 예산위원장이었던 덕분이다.
기후위기 완화란 건 산업 재편을 뜻한다. 이런 큰 일을 예산 없이 할 수 없다. 샌더스는 산업재편을 위한 세입과 세출을 모두 기획했다. 대기업에 유리한 세금구조를 재편해 법인세를 받아내서 세입을 확보하고 기후위기 대응과 건강보험 서민 부담을 줄이는 세출을 계획한 거다.
한국의 이동권 논쟁도 결국은 예산을 달라는 요구다. 이런 측면에서 이동권을 비롯한 장애인 운동도 '한국판 버니 샌더스'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듦.
슈머와 샌더스 모두 바이든과 매우 가깝다.
물론 IRA에는 한계점도 명확하다. 그러나 '지구온난화란게 존재하긴 하냐?'라며 의심하는 인물이 공화당 상원의원 후보가 되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인지는 아래 <커피팟> 글에 적어놓음) 부족해도 민주당 내에서 보수-중도-진보가 원 팀을 이루는 건 매우x 1000 중요하다. 그게 오는 11월로 다가온 중간선거에서 패색이 짙었던 미국 민주당의 유일한 선거 승리 전략이었다.
그리고 그 전략이 먹히고 있는 중이다. 다크 브랜든 밈을 보면 알수 있듯, 누군가를 조롱하는 밈의 의미가 180도 바뀐다는 건 흔히 있는 일은 아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하느라 일주일간 머리가 복잡했다.
한국 언론들은 주로 미 인플레이션감축법이 국내 산업에 주는 의미를 짚었는데 이번 커피팟 글에서는 IRA가 가진 미국 정치에서의 의미와 미국 대기업들(특히 '기후위기 대응에 진심'이라던 기업들)이 이번 IRA엔 어떻게 대응했는지 담았다.
글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다 보니 기후위기대응의 최대 적은 '국가주의'라는 이야기가 거듭 등장한다. 글에서는 IRA에 스며든 '채찍없이 당근'만 주는 국가주의적 기후위기대응의 한계도 살짝 다룬다.
암튼 한발을 내딛었다는 것, 그걸 기반으로 어쨌든 환경에 진심인 정치세력이 뭔가 긍정적 모멘텀을 마련했다는 게 중요하다(고 난 생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하려면 '원칙 가진 사람, 중재하는 사람에게 큰 권한을 주고 그 둘을 포용하는 리더'가 필요하다.
더 긴 글은 아래에서 읽어주세요.
커피팟 [키티의 빅테크 읽기 13화] <인플레이션 감축법안과 조용한 빅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