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 트럼프의 해악, 미국은 내전으로 가고 있는가
미국 중간선거를 거의 한국 총선처럼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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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선거가 현직 대통령과 여당에 대한 평가인데다 인플레와 범죄율에 대한 공화당 막판 공세로 붉은 물결, 즉 공화당 바람이 일 거라는게 대부분의 관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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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뚜껑을 열어 보니 하원은 예상대로 공화당이 뒤집을 듯하지만 당초 관측보다는 훨씬 적은 표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상원은 기존 민주당의 50:50(+1표는 상원의장 역할하는 부통령) 비율이 간신히 유지될 거로 조심스레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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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원의원은 각 주별 2명만 뽑고, 외교 안보에 대한 의결을 하며 연방법관 인준 등의 임무가 있다. 이에 각 주에서 선거구를 둬 투표해 선출하는 하원의원에 비해 상원의원 후보는 인물이 더 조명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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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원의원 선거 중 가장 큰 조명을 받은 곳 중 하나가 펜실베이니아. 대선에서도 매우 중요한 경합주인데 상원의원에 존 페터맨 현 부지사(민주당)가 당선됐다. (왼쪽) 상대는 TV쇼에서 건강관련 토크쇼를 진행했고 트럼프의 지지를 받은 셀럽의사 닥터 오즈. (사진 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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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맨은 2m 키에 염소수염을 기르고 후드티나 노동자 셔츠를 즐겨 입는다. 정치인이라기보다 전직 풋볼선수 같은 외모와 행동으로 기존 민주당 정치인의 엘리트적 이미지와 달라, 도시~비도시 지역의 문화적 성향이 상당히 다른 펜실베이니아에서 폭넓은 지지를 얻었다. (그런데 정작 페터맨은 하버드 출신이긴 함) 정책적 성향은 사회적으론 진보(임신중단 등)성향이나 경제적으론 보수(에너지나 환경 등)성향을 띤다는 것도 보수적 성향의 비도시 지역 백인 유권자들의 호감을 얻은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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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가 지지한 인물 상당수가 그렇듯 닥터 오즈도 공화당 경선에서 파죽지세로 올라왔지만 정작 본선에서는 ‘트럼프 색깔’때문에 오히려 반감을 샀다. 닥터 오즈는 원래부터도 자신의 쇼에서 과대광고를 하는 등 논란이 있던 인물. 페터맨이 무난히 이기겠구나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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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맨이 뇌졸중으로 쓰러져 병원생활을 하게 됐고 결정적으로 말을 하는 데 약간의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 닥터 오즈는 이때다 싶어서 페터맨의 건강 상태를 들먹여 “뇌졸중으로 쓰러진 사람이 정상적 상원의원 의무를 다할 수 있겠냐”는 공세를 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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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치에선 후보의 건강을 직접 공격하는 건 치사한 것이었다. 루즈벨트 대통령에겐 소아마비가 있었으나 상대 공화당에서는 이를 공격 요소로 사용하지 않았다. 그 뒤에도 수많은 현직 상하원의원이 심장마비 뇌졸중 등에 시달렸지만 그런 요소를 개인을 공격하는 데 쓰여진 적은 거의 없다. 뇌졸중 발발 후에도 잘 회복하면 일상생활과 업무에도 문제가 없는 건 물론이다. 오즈의 공격은 역풍을 맞았다. 페터맨은 “우리 주 성인 47프로가 만성질환이 있다”며 “주변에 아픈 가족 없는 사람 있나?”며 오즈를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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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페터맨을 인터뷰한 언론인 카라 스위셔는 본인도 뇌졸중 이후 회복돼 정상적인 활동을 한다며, 더군다나 의사가 회복하는 환자를 공격하는 건 경우에 어긋난다고 오즈를 성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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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터맨의 분투기는 미 정치에서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트럼프의 막말 영향이 크고도 해롭다. 트럼프 당선 이전 선거에선 장애를 공격하는 건 가장 저질로 여겨졌다. 그런데 2015년 트럼프가 장애인 기자를 유세에서 조롱한 사건 이후 그런 위험이 늘었다. 닥터 오즈의 경우처럼 기존 자신의 분야에서의 직업윤리 수위를 넘는 후보들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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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문제는 이런 공격을 하는 소위 인성 쓰레기가 공화당 경선에서 걸러지긴 커녕 오히려 음모와 자극적 발언이 셀수록 공화당 경선 승리는 쉽단 점이다. 또다른 경합주인 조지아주에서 출마한 허셜 워커 상원의원 후보(공화당)도 막말로는 선을 한참 넘는 인물이다. 그런 후보가 오랫동안 사회운동을 해온 목사 출신 상원의원과 맞붙어 지금 막상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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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번 선거는 상하원도 중요하나, 주지사- 주 국무장관 등 주 행정부 선출직 선거도 엄청나게 중요하다. 경합주에서 트럼프파가 주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위스콘신이나 조지아 같은 곳에서는 주 법을 마구마구 바꿔서 유색인종의 사전투표를 실질적으로 억압하여 ‘공화당 포레버’를 만들려하고 이를 제어할 수 있는게 주 행정부라서다. (위스콘신주 주지사가 신승했는데 앞으로 공화당 수퍼 우위 주의회의 입법 폭주를 어떻게 방어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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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폭주가 생긴걸까? 트럼프가 ’선거부정‘을 떠들어대고 폭스뉴스 같은 데에서 확성기 역할을 해서다. 유권자에게 선거 시스템에 대한 근본적 의심을 심어 준다는 데에서 민주주의에 각별히 해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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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와 소위 ’election deniers’들이 당초에 비해 붉은 물결을 일으키지 못한 게 다행일까? 불행히도 이들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반발할 가능성이 크다. 무력을 써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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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태스크 포스에서 일했으며 <How Civil Wars Start>란 책을 쓴 정치학자 바바라 월터스는 이렇게 말한다.
“(CIA가 분석한) 21세기 내전은 이런 형태다. 반대측이 신승하면 부정투표를 부르짖으며 처음엔 선거구 조정을 비롯해 부재자투표를 억압하는 등 합법적 법률적으로 그 투표결과에 영향을 주려고 한다. ”
“이에 실패하면 소위 ‘리더 없는 반군’들이 여기저기서 일어난다. 정치인을 암살하려는 시도라던지, 무장한채 투표소를 감시하려 한다던지, 반대측 인종이 많이 모인 곳에 테러를 저지른다던지. 이런 게 새로운 내전의 징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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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미국에서 그 징후가 심하게 보인다. 월터스는 미국내 이런 식의 신내전이 아직 ‘언제’일어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징후는 보인다고 한다. 트럼프의 막말과 선거결과 불신을 철썩같이 믿고 총 들 준비가 되어 있는 이들이 많다. 미시건 주지사 납치 사건, Jan 6 의사당 공격, 하원의장의 남편 공격 등에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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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는 미국 해외에서 정보활동을 하는 곳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도, 주로 백인 남성들이 다양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자신의 기득권을 뺏겼다고 생각하며 분노를 표출하고 산발적으로 모이거나 단독으로 무장 공격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즉 21세기형 내전, 산발적 무장 공격의 시작은 바로 이렇게 장애를 포함해 다양성에 대한 조롱, 적대, 혐오를 대놓고 표출하는 거다. 백인블루컬러 노동자의 외모를 하고 에너지 시추를 계속하겠다는 보수적인 경제정책의 후보에게조차 이렇다. 그렇다면 진보 성향의 마이너리티 후보들은 얼마나 더 많은 적대적 상황을 겪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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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이야기다. 하지만 외국인 노동자에게 적대적이고 여성 장애인 성소수자에게 박한 건 한국이 더 하면 더할 거다.
음모론이 뿌리내리지 않게 해야 한다. 음모론이나 부정확한 사실에 확성기를 대는 행위를 경계하고 적극적으로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 이번 미국 선거결과를 두고 바이든 대통령이 “민주주의에 좋은 날”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이 딱히 예뻐서 미국 유권자들이 막판에 몰려가 찍어준 게 아니다. 민주주의 시스템과 근간을 흔드는 세력에 대한 최소한의 방어를 해낸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