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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H Choi May 02. 2018

Sabbatical Year on the road

-길 위의 안식년

Day 16 이 나이에 웬 호사?

     (그라뇬에서 토산토스까지 19.9km)


  오늘은 바람 속을 뚫고 걸었다. 간밤에 내린 비 탓에 온도가 뚝 떨어지고 벌판에 불어 제치는 바람은 얼굴을 들 수 없을 만큼 세차고 얼음같이 찼다. 장갑도 없어서 손에 감각이 점차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주변 풍경은 고사하고 발치만 보면서 전진하는 행군 수준이었다. 3월 중반을 넘어섰는데도 날씨가 변화무쌍했다.


  그동안 너무 태양을 우러렀나. 바람이 맛 좀 보라는 듯이 매섭다. 가방 안에 있는 옷을 다 꺼내 입고 히잡처럼 머리에 뒤집어쓰기까지 했다. 순례자라기보다 난민처럼 보였다. 도보 옆 차도로 쌩쌩 지나가는 트럭 기사들이 경적을 울려주기도 했지만 고개를 들기도 어려웠다. 한 시간 걷고 바에 들어가 몸을 녹이고 다시 걸어서 벨로라도(Belorado)에서 점심을 거하게 먹고 목적지 토산토스까지 왔다. 다행히 토산토스까지 오는 5킬로미터 정도는 바람이 잠잠해져서 주변도 둘러보고 타이스와 도란도란 얘기도 나누며 걸을 수 있었다.
  

  오늘 아침 길에서 만나 목적지까지 타이스와 동행 중이다. 21살 젊은이가 이미 몇십 년을 더 산 노땅과 수다가 가능하니 오픈 마인드의 애늙은이가 맞다. 제 친구들도 그렇게 부른다나.


  흠, 동행자들이 다 남자들이다. 젊기 까지, 이 나이에 웬 호사인지. 길 위의 동행이라는 게 일시적이지만 이모 마음, 엄마 마음으로 나도 오픈 마인드다. 코골이 백발 신사 옌츠랑 페이스북 친구가 됐는데 어제 지나가는 중간 대도시에서 만나 다시 함께 동행하자는 메시지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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