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엣젯에 대한 걱정을 너무 많이 했다. 운이 없으면 결항이 되거나 운이 조금 좋으면 지연이 될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걱정 한 것은 일어나지 않았다. 비엣젯은 제 시간에 이륙을 했고 비상구석을 선택했던 것은 그대로 비상구 석에 앉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봤던 그런 어이없는 문제는 일어나지 않았다.
비상구석은 역시 넓었다.
좌석이 너무 좁아 불편하기로 유명한 비엣젯이지만 비상구석을 선택한 덕분에 편안하게 5시간을 비행할 수 있었다.
12시 다낭 공항에 내렸다. 20도 정도의 최고 좋은 날씨의 한국에서 40도를 웃도는 다낭으로의 여행이라니..
오고 싶지 않은 곳이었으나 이 장소를 고른 것은 부모님이었다. 아니 아빠였다.
나는 엔화도 싸고 날씨도 좋은 일본을 추천했지만 일본은 아무 이유 없이 싫다고 하셨다. 옛세대의 애국심 같은것이 있으신듯 했다.
더워서 고생할 것을 걱정 했지만 효도관광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원하시는 곳으로 가자고 생각하고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다. 단지 많이 더울테니 옷준비나 손풍기등 온열 질환 대비 등을 잘 하시라고 몇번 정도 말씀드린게 다였다.
처음에 장소를 고를때 조카들도 데려가자고 하셨다. 그래서 리조트를 보는데 리조트에만 있는 건 절대 안된다고 하셨다. 그럼 좀 일정을 소화해야 하니 아이들은 데려가지 말자고 하셨다. 그냥 계속 말을 바꾸셨는데 그 장단에 웬만해서는 다 맞췄다. 어쨌든 그렇게 자유여행으로 리조트를 예약하고 수영도 하고 일정도 소화 하고 그럴 생각으로 기획을 했다.
다낭 공항에 처음 내렸을때는 걱정 했던 것 보다는 덥지 않았다. 바람이 많이 불고 있었고 생각보다는 덥지 않군 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공항에서만 그랬다.
바로 그랩을 잡고 호이안으로 갔다. 첫날 숙소는 호이안이었기 때문이다. 그랩을 탔을때 느꼈다. 동 인출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호이안에서 뽑지 뭐 생각했다. 어짜피 그랩은 신용카드로 되니까.
2시쯤 숙소에 도착했다. 입실은 3시였고 한시간 정도 기다렸다가 체크인을 하면 되겠지 했는데 고맙게도 2시에 입실시켜 주었다.
방을 업그레이드 시켜줬다 했고 아무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다. 한국말을 잘하는 친절한 직원이었다. 어른하고 이야기 하는 것이 아주 익숙한지 엄마랑 오랜만에 만난 친한 친구처럼 웃으며 이야기를 했다.
방은 매우 넓었고 베트남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1층이었고 문 앞이 바로 수영장이었다.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의 리조트다. 다음날 신라 모노그램도 갔는데 그곳은 너무 현대적이고 고층이라 베트남 분위기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는 신라가 더 좋다고 하셨다.
첫날은 호이안 올드타운을 구경하고 소원배를 탔다. 비행기에서 아무것도 먹지 못했고 점심도 먹지 않았기 때문에 배가 고팠다. QQ 레스토랑? 에 가서 베트남 음식을 먹었다. 먹는데 진짜 맛있다. 올해 먹은 것 중에 제일 맛있다고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내가 사랑하는 모닝글로리다. 2년 전인가 작년인가 베트남에 갔을때 처음 먹어 봤는데 그때 반해서 동남아를 오면 꼭 매끼마다 먹는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공심채를 구해서 모닝글로리를 해서 먹을 정도다. 이곳에서 먹은 모닝글로리는 간이 좀 약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역시 대단한 식감이다.
밥을 먹고는 호이안 올드타운을 돌아다녔다. 야시장도 돌아다녔다. 이 모든 여정은 부모님과 함께였는데 아빠는 이 모든 행위에 아무런 흥미가 없어 보였다. 올드 타운을 돌아다니다 보면 다 거기가 거기 같고 야시장도 파는게 다 비슷비슷하다. 다 똑같은데 뭘 이렇게 계속 돌아다니냐는 의견이시다.
날씨도 덥고 걷는 것도 싫어 하시는거 같았다. 낯선 환경에 스트레스를 받으시는지 30분 마다 담배를 피셨다. 그리고 그랩을 기달리때 마다 담배를 꺼냈는데 그랩이 1분도 안돼서 오니 장초를 계속 바닥에 버리는 꼴이 됐다.
소원배를 탔다. 배를 타고 불을 붙인 배를 강에 띄우는 거다. 밤에 보면 이쁘다.
사람이 점점 많아졌다. 우리 가족은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호이안 올드타운을 구경했다.
저녁 6시쯤 됐을까, 아빠가 짜증이 난거 같았다. 숙소에 가고 싶으시단다. 6시에 숙소 들어가면 유튜브나 보다가 잘게 뻔하니 엄마랑 내 입장에서는 아쉬웠다. 나는 괜찮지만 엄마는 아빠 눈치를 봤다. 그래서 마사지를 받고 숙소로 들어갔다. 아빠는 숙소에서는 주로 담배를 피거나 유튜브를 보거나 담배를 피면서 유튜브를 보셨다. 이어폰을 끼지 않고 큰 소리로 틀어 놓았고 주무실때도 켜놓고 주무셨다.
옆에서 같이 자는 사람을 배려하지 않으셨다. 그러고 보면 아빠는 누군가를 배려 한다거나 위한다거나 그런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그렇다고 안하무인이거나 문제를 일으키는 스타일은 아니신걸 보니 단순히 그 대상이 가족인거 같기도 하다. 가족을 배려하거나 챙기는 모습을 단 한번도 보지 못했다. 한 방에서 같이 자는데 단 하루도 빠짐없이 유튜브를 틀어 놓고 자는 행동은 가족을 배려하기는 커녕 무시하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코를 엄청나게 고셨는데 첫날은 엄마가 한시간에 한번씩 깨셔서 4시에는 짜증을 내셨다. 그래서 내가 그때 귀마개를 드렸고 그때 부터는 좀 주무신거 같았다. (코 고는거야 뭐 잘 못은 아이니까.. 일부러 그러는 것도 아니고..) 여튼 나도 귀마개 끼고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