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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참새 May 11. 2024

부모님과 여행 다녀오기-1

1. 장소 정하기, 일자 정하기


2. 비행기표 티케팅


3. 비행기표 문제 발생

     카드로 결제를 했는데 예약내역에 아무것도 뜨지 않는다. 분명 카드는 승인이 됐는데 새로고침을 몇번을 눌러도 [결제 전] 이라고 계속 떠 있었다. 외국 항공사라서 딜레이가 있는건가하고 아무리 기다려봤지만 [결제 전]은 기어코 [결제완료]로 바뀌지 않았다. 카드사에 전화를 해봤다. 카드는 정상승인이 됐다고 했다. 이런 결제오류 사례가 있는지 검색 해보니 같은 사례가 몇개 있었다. 항공사에 메일을 보내서 결제 취소를 하면 된단다. 다행히 이런 문제가 종종 발생되는 듯 했고 해결한 사례들이 보였기 때문에 안심했다. 그리고 항공사에 메일로 해당 승인건을 취소 해 달라고 했다. 하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그런 카드 승인은 없다고 했다. 몇번이나 메일을 주고 받았지만 항공사 측에서는 카드승인건이 넘어온 것이 없다고만 되풀이 했고 카드사에서는 정상 승인이 됐다고 했다.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게 더 뭐가 있을까, 카페에 글을 올리니 소송을 걸란다. 일단 카드 취소건이야 여행을 다녀와서 해도 될거 같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이런 문제로 시작부터 힘을 뺄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고 항공사 측에서 사기칠 일은 없고 자기들도 못 찾으니 없다고 할텐데 계속 찾아보라고 해봤자 나만 진상이 될거 같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항공사에서 왠지 내 비행기 표를 취소 시킬거 같았다. 여러 후기에서 비행기표가 갑자기 취소 됐다는 후기를 많이 봐서 겁이 났다. 일단 비행기는 타야 하니 어쩔 수 없이 다시 결제를 했고 이번에는 정상 예약이 됐다. 

     이 항공사는 악명이 높았다. 잦은 연착, 결항으로 문제가 많은 항공사였다. 혹자는 절대로 비엣젯을 타지 말라고 했고 혹자는 몇번이나 탔지만 전혀 문제가 없었다고 했다. 그야말로 복불복이다. 하지만 다른 저가 항공사랑 가격이 두배 정도 차이가 났다. 여행을 많이 하다보면 몇시간 연착정도는 잦은 일이지만 부모님과 함께 하는 여행이나 가성비를 따지지 말걸 그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이미 벌어진 일이니 그저 적당한 연착이라도 괜찮다, 결항만 없기를 기도할 수 밖에.




4. 숙소 정하기

     일단 문제는 덮어두고 숙소를 정해야 한다. 다낭에는 싸고 멋진 리조트와 호텔이 많기로 유명하다. 부모님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숙소를 고를 때도 고민이 많았다. 편안하고 깨끗한 호텔에서 묵는게 나을까, 아니면 이국적인 리조트에서 묵는게 나을까. 

     -수영장을 별로 이용할거 같지 않다.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을듯 하다.

     -조식이 포함돼야 한다.

     -관광다니기 위치가 좋아야 한다. 

     -깨끗해야 한다.

     이런저런 조건으로 일정을 소화하느라 숙소에 머무는 시간이 길지 않을거 같아 처음에는 호텔을 2박 예약하고 맛보기용으로 하루 정도 리조트를 예약하려 했다. 호텔이 리조트 보다 대체로 반값 정도 저렴했다. 하지만 호텔은 뭔가 현대적인 느낌이라 한국의 호텔과 비슷했고 외국에 온 기분이 잘 나지 않을거 같았다. 그리고 날씨가 매우 더워서 계획했던 것 보다 숙소에서 수영하며 머무는 시간이 늘어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어쩌면 내가 바랬던 것일수도..). 카페에 검색 해보니 같은 고민의 글들이 몇개 있었고 어른들은 산책할 곳도 있고 경치도 좋은 리조트를 선호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여행준비를 하며 만든 가족단톡방에 영상도 몇개 보여드리니 나의 부모님도 리조트를 더 선호하셨다. 그래서 3박을 모두 리조트로 결정했고 깨끗한 리조트를 찾다보니 비싸지만.. 라 시에스타 1박, 신라모노그램에서 2박을 예약했다.

       

5. 준비물 챙기기

     여행을 많이 하다보면 짐이 줄어든다. 필요 없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기 때문이다. 가령 여유롭게 독서를 하는 것을 그리며 책을 챙기지만 펴보지도 않은채 그대로 가져온 온적이 부지기수다. 다섯번 정도 그러다보면 책을 챙기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나는 평소에도 단순한삶을 지향하며 미니멀리스트라고 나를 규정한다. 어느정도냐면 양주에서 본가인 울산에 갈때도 가방없이 스마트폰 하나와 이어폰 하나만 들고 간다. 그래도 괜찮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물론 스마트폰 잃어버리면 망한다. 생각해보니 끔찍하군). 가방속을 보면 가방 주인의 인생이 보인다고 했다. 불안과 걱정 때문에 무거운 짐을 항상 지니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무거운 가방을 지니고 다니는 사람은 무거운 인생을 살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나는 가방의 무게와 삶의 무게가 높은 확률로 정비례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에도 반팔티, 반바지, 속옷 각각 두개씩(입고가는거 하나, 빨았을때 입을 하나)

     그리고 비행기의 지루함을 달래줄 아이패드와 충전기, 텀블러, 여권을 챙겼다. 5일 해외여행 준비물 끝! 

     크로스 백을 가져갈까 핟가ㅏ 백팩으로 챙겼다. 더운 나라라 그런지 짐이 더 없다. 

     

6. 일정 정하기

     숙소 고르는 것도 마찬가지지만 여행 일정을 짜는 것이 매우 오랜만이다. 돌이켜보니 마지막으로 내가 일정을 짜서 다녀온 것이 10년 전에 배낭여행으로 다녀온 유럽이었던거 같다. 원래 일정을 잘 짜지 않고 그날 그날 정해서 다니는 스타일인데 부모님을 모시고 가니 그럴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여유롭고 알차게 다니기 위해서는 철저한 시간 계산과 완벽한 동선이 필요했다. 하지만 부모님의 체력 상태나 여행 스타일이 가늠이 되지 않고 40도에 육박한다는 날씨 때문에 계획을 짜도 현장에서 모두 틀어질거 같았다. 그래서 역시 내 스타일대로 가서 정하기로 했다. 그날 그날 몇가지 보기를 보여드리고 조식을 먹으며 "오늘은 어디 가고 싶으셔 ?" 라고 질문을 하고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내가 생각해도 완벽한 계획이다. 이번에 자유여행의 진수를 부모님께 보여드리기로 했다.


7. 부모님에 대하여 모르는게 많다는 것을 느끼다

     평소에도 그런 생각을 하긴 했었다. 언제나 젊을것 같던 부모님도 이제 나이가 점점 들어가시는게 보인다. 내 조카가 초등학교를 갔으니 이미 할머니라고 불린지도 8년은 됐다. 어쨌든 부모와 자식의 연을 맺은지 40년이 다되어 가지만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부모님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음식을 좋아하시는지, 어떤 장소를 좋아하시는지, 못 드시는게 있는지, 뭘 좋아하고 뭘 싫어하시는지 그런 호불호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자식의 호불호를 위해 40년을 살아오셨지만 나는 부모님의 호불호를 잘 알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관심이 별로 없었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지오디가 말했던가, 어머님은 짜장면이 싫다고 하셨다고. 그냥 부모님은 그래도 괜찮아 라고 생각해오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생각이 들었다.    


8. 여행을 앞두고- 부모님 여행 금지어 10계명

     단톡방을 만들고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는 사진을 한장 올렸던 것이 있다. 바로 부모님 여행 금지 10계명이다.

1. 아직 멀었냐 금지

2. 음식이 달다 금지

3. 음식이 짜다 금지

4. 겨우 이거 보러 왔냐 금지

5. 조식 이게 다냐 금지 

6. 돈 아깝다 금지

7. 이돈이면 집에서 해먹는게 낫다 금지

8. 이거 무슨 맛으로 먹냐 금지

9. 이거 한국 돈으로 얼마냐 금지

10. 물이 제일 맛있다 금지

     부모님과 여행가면 자주 듣는 단골멘트로 여행을 준비한 입장에서 들으면 힘이 빠지고 짜증이 나는 멘트를 잘 모아둔 금지어이다. 인터넷에서 유명한 글로 부모님과 여행가기 전에 꼭 보여드려야 한다고 들었다. 나의 부모님께 보여드리니 그정도야 식은죽 먹기라고 하셨다. 과연..

     

9. 여행을 준비하면서

     3인으로 여행을 가는건 난생 처음인데 숙소를 고를때 매우 애매 하다는 것을 느꼈다. 3인으로 예약을 하니 2인실에 엑스트라 베드가 추가 되고 추가 값이 6만원 정도 붙었다. 침대 필요 없고 바닥에서 자도 되는데..예약 화면에서 침대를 뺄 순 없었고 어쩔 수 없이 침대 추가값을 지불 해야 했다. 그리고 짐을 싸며 끝까지 고민했던 것이 있었다. 신발은 크록스 하나를 신고 가는데 런닝화를 챙길지 말지에 대한 고민이었다. 내 여행의 루틴 중 하나는 호텔 헬스장에서 런닝머신을 뛰는 것이다. 그래서 웬만하면 런닝화를 꼭 챙기는데 이번에는 이 것을 가져갈지 말지에 대해 많은 시간을 고민 했다. 백팩 하나만 가져가기 때문에 신발이 들어가면 꽤 비좁기도 했고 나 혼자 헬스장 가서 런닝을 하고 와도 되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고 그럴 시간과 정신이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결국 챙기지 않았다. 

     

10. . 효도와 추억 만들기

     어쨌든 이렇게 태어나 처음으로 부모님과 해외여행을 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글을 쓰는 지금 나는 내일 새벽 비행기로 부산에서 다낭으로 떠난다. 악명 높은 비행기가 제시간에 잘 이륙할지 부터 걱정스럽지만 지금 고민하고 걱정해서 바뀌는 것은 전혀 없으니 마음을 내려 놓기로 하고 일어나는 일에 대해 담담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나는 놀러 간다고 생각하지 않고 부모님의 하나 뿐인 여행 가이드가 되어 최고의 추억을 만들어 드리고 그야 말로 그동안 하지 못하고 외면해왔던 효도를 하러 간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짜증내지 않고, 화내지 않고, 사이 좋게 웃으며 행복한 시간을 만들고 돌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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