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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하기 싫다. 공부! 하기 싫다! 싫다고 외치는 부정적인 말들은 내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걸 너무 잘 알아도 공부는 역시 하기 싫다. 공부가 생존에 반하는 행동이라 어려운 것이 당연하다고 얘기하는 어느 유튜브를 보고 위안이 되기도 잠시, 어렵지만 해야 하는데(응시해 놓은 시험이 코앞이다) 목적이 뚜렷하지 않으니 계속하기 싫다를 외치게 된다.
하고 싶은 공부를 해보겠다고 퇴사 후에 여러 계획들을 세웠었다. 공부는 어려웠지만 나름 재밌다고 느꼈고 끝마칠 때마다 성취감이 컸다. 원하는 결과를 얻진 못했지만 애초에 결과를 바라고 시작한 공부도 아니었고, 짧은 수험생활이었기에 끝나고 나서 후련했다. 참으로 값진 경험이었다고 생각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원하는 자격증을 꼭 취득해야지!라고 생각하며 연간 계획을 세웠다. 그것만 오롯이 했으면 됐을지도 모른다는 후회가 종종 드는데, 그때 당시엔 백수인데 한 가지 자격증을 위해 6개월 이상을 투자한다는 게 아까웠다. 그래서 이것저것 추가했다. +대학, +다른 관심사와 관련된 시험. 원하던 것이 되지 않으면을 방지한 일종의 보험들이었다. 하지만 이 보험들에 휩싸이다 보니 정작 하고 싶었던 시험은 치러보지도 못하고 어학점수 미달로 계획이 다 무산되고 말았다. 계획이 무산되고 나도 무너졌다. 그럼 그동안 난 뭘 한 거지?라는 생각부터 시작해 앞으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모아놓은 돈도 점점 떨어지는데 취직은 어떻게 하지? 등등.. 불안에 휩싸이기 시작하자 도저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냥 다 내려놓고 쉬어버릴까? 싶었지만 제대로 쉴 용기도 없었고, 그렇다고 다른 것을 짧은 시간 내에 해내서 취직을 할 수 있을 거란 자신감도 없었다. 무기력감에 아무것도 할 수 없었지만, 인생을 살아보니 아무것도 안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기에 뭐라도 해야 했다.
다른 관심사와 관련된 시험은 한 달 열심히 공부했더니 덜컥 필기에 붙어버렸다. 마치 내가 가야 하는 방향이 네가 설정한 방향이 아니야!라고 말하는 것 같이 내가 기존에 원했던 시험은 그렇게 점수가 안 나오더니, 저 시험은 한 번에 붙는 게 너무 이상했다. 그래서 이렇게 있으면 안 되지 실기라도 보자! 해서 응시했지만, 시험의 목적이 뚜렷하지 않다 보니 공부를 자꾸 피하는 현상이 생겼다. 공부하기 전 청소를 깨~~ 껏이 하기, 갑자기 독서하기, 뜬금없이 글쓰기, 휴대폰 하기, 영화 보기 등등.. 공부에 제일 마지막에 손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하기 싫어도 하는 게 어른 이랬던가. 오늘도 공부 대신 다른 것들을 많이 했다. 그래도 하기 싫은 공부 덕분에 평소에도 잘 안 하는 이런저런 일들을 해내고 있으니 공부한테 고마워해야 하는 건가? ㅎㅎ
공부는 정말 하기 싫지만 시험을 취소하지 않았다. 내 삶에 조금씩이라도 공부를 끼워 넣는 것, 공부 덕분에 새로운 틈을 많이 열고 있다. 이런 일들이 내게 새로운 길을 안내해 주겠지? 좋은 내비게이션이 돼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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