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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Aug 03. 2024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한 건, 몇 년 전 서점에서 일하면서부터였다. 그전에도 조금씩 읽고 있다고 생각했고, 나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으니 모르는 작품이나 작가들이 너무 많았다. 대화를 해도 모르는 얘기가 다분했고, 공감하고 표현하고 싶은데 그러기엔 내가 가진 언어가 참 부족하다 보니 부끄러운 순간들도 종종 있었다. 한참 또 유튜브에 중독되어 있을 때라 자꾸 글도 안 읽히고 문해력이 떨어지는 느낌을 많이 받다 보니,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조금씩 읽기 시작한 것이 지금은 어느 정도 독서가 삶에 스며들었다. 


 책을 좋아하는 어린이 었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다만 말하는 걸 굉장히 좋아했고, 여러 말하기 대회에 나가 종종 상을 타오는 아이였다. 말을 잘했다는 건 어느 정도 읽었다는 뜻이었을까? 그건 모르겠다. 내 기억 속에 책을 찾아 도서관에 다녔던 기억은 중학교 무렵부터 있었던 것 같다.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찾아 읽던 기억, 전학을 간 후 친구가 없어 도서관에 다니며 사람이 없는 곳으로 피했던 기억은 어렴풋이 남아있다. 어떤 책을 읽었는지, 정말 읽었는지 기억들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지만(학창 시절 기억은 잊고 싶은 기억이라 그런지 몰라도 기억에 남는 일이 많지 않다.) 그때 조금 읽어뒀던 덕분인지 몰라도(아 어쩌면 덕질하며 자주 읽던 팬픽 때문일지도..ㅎㅎ) 공부를 잘하는 아니었지만 언어영역은 꾸준히 잘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조금이라도 읽었던 습관들 덕분에 말을 조리 있게 잘한다, 똑 부러진다는 얘기를 꽤 자주 들었다. 사회에서도 이런 면들이 내 강점이 되었던 것 같다.


 책은 어릴 적 내 도피처였고, 친구였다면 지금은 위안처, 스승이라고 해야 할까. 힘들 땐 책을 필사적으로 집어 들고 어떻게든 읽는다. 읽기는 곧 쓰는 행동도 동반한다. 쓰면서 위로를 받고 불편한 감정이 해소된다. 모르는 걸 알려주기도 하고 나만의 언어를 갖출 수 있는 힘을 길러주기도 한다. 아직도 짧은 콘텐츠에 절여진 내 뇌는 책 보다 휴대폰에 먼저 손이 가지만, 책 없는 삶은 이제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내 삶에 중요한 부분이 됐다. 읽다 보면 읽는 눈이 갖춰지고 쓰다 보면 내 언어가 생긴다. 내 언어로 자유롭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때까지 독서는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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