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선 Jul 29. 2024

여름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 무엇인가요?"

 "가을이요."

 "왜요?"

 "여름은 너무 덥고, 겨울은 너무 춥고, 봄은 미세먼지랑 황사.. 가을이 그래도 쾌적해서 좋아요. 그러는 그쪽은요?"

 "저는 여름이 제일 좋아요."

 "왜요?"

 "모든 것이 울창하잖아요, 해도 길고. 물놀이할 수 있는 것도 정말 좋아요. 복숭아가 제 최애 과일이라 매년 여름을 기다려요."



 나는 여름을 좋아하지 않는다. 한국의 여름은 너무 습하고 덥다. 불쾌지수가 찌를 듯이 높아지는 계절. 게다가 벌레는 또 얼마나 많은가. 여름에 태어났지만 여름을 단 한 번도 좋아하지 않았다. 그러다 누군가의 대화에서 여름을 좋아한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생각이 전환됐다. '아 그래! 여름이 가진 매력이 저런 거였지.' 

 어차피 겪어야 할 여름을 그저 싫어하기보단, 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애정을 가져보는 것이 내 삶에 더 이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름을 좋아할 수 있도록 여러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1. 제철과일 애정 갖기

 사실 이건 별로 어렵지 않았다. 여름 과일들은 나도 참 좋아한다. 참외, 복숭아, 수박, 포도 등등.. 수박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다. 요즘은 하우스 재배 수박도 있기 때문에 겨울에도 수박을 먹을 수 있게 됐지만, 제철을 맞은 여름 수박을 따라올 순 없다. 크고 빨-갛게 잘 익은 수박. 냉장고에 넣었다가 시원하게 먹으면 더위로 지친 내게 황금 같은 오아시스가 따로 없다. 여름엔 모든 것이 풍족하다. 


 2. 해질 무렵 산책하기

 습도가 너무 높지 않다면 해질 무렵이 될 때 꽤 걸을만하다. 여름만이 주는 풀내음과 뭉게구름, 멋진 노을은 내가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다. 걷다 보면 땀이 살짝 나지만 여름 저녁은 유독 활기찬 느낌이다. 벌레들이 많은 점은 좋아할 수 없지만 그마저도 생명이 가득 하단 증거니까! 가벼운 산책 후 샤워는 그 어느 때보다 시원하고 개운하다. 이 개운한 느낌은 여름에만 느껴볼 수 있다.(운동과는 조금 다른 느낌)


 3. 물놀이하기

 올해 여름엔 아직 물놀이를 못 했다.(조만간 바다에 놀러 가기로 했다.) 바다에 들어가 시원함을 만끽하고 물에서 노는 모습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비슷해서 고유한 인간다움을 느낄 수 있다. 어떤 에너지라고 해야 할까. 물을 무서워했던 나는 성인이 돼서 수영을 배웠다. 여름에 하는 수영의 맛은, 겨울에 하는 수영을 가뿐히 이긴다. 뜨거운 길을 가로질러 수영장에 도착해서 물에 들어가는 그 기분이란! 여름에 수영 등록자가 많은 이유는 당연하다. 여름 수영의 맛은 이길 수가 없다. 물을 좋아하지 않지만 여름에 물놀이가 생각나는 걸 보면 역시 여름인가 싶다.


 4. 시원한 맥주 마시기

 몸에 열이 많은 나는 저녁에 술 먹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먹고 나면 발부터 온몸이 뜨거워 안 그래도 더운 여름에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은 낮에 맥주 마시기. 무더운 여름 집에 돌아와 김치냉장고 안에 넣어놓은 맥주를 꺼내 벌컥벌컥 마시면 머리가 띵~ 해지고 치아가 깨질 것 같이 시원해 청량하기 이루 다 말할 수가 없다. 몸이 노곤노곤 해지고, 남아있는 맥주는 아직도 시원하고. 여름에만 만끽할 수 있는 이 시원함은 행복과도 직결된다. 




 그 외에도 내가 좋아하는 영화(여름 배경인)를 본다든지, 음악을 듣고 맛있는 냉면을 먹으며 여름을 즐기고 있다. 물론 여름은 습하고, 덥고, 비도 많이 오고, 벌레도 많아 힘든 계절이지만 이렇게 계절을 오롯이 느끼며 지내니 마냥 싫지많은 않다. 좋아하는 감정을 갖는다는 건, 기다려지는 것. 내년 여름도, 그다음 여름도, 기다려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다릴 수 있는 힘을 여름을 통해 배워본다. 


240727

작가의 이전글 메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