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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Jul 25. 2024

24년 목표 이루기

글을 쓰고 싶었다. 쓰는 게 좋았다. 하지만 쓸 수 없었다. 

이게 무슨 말인가 싶겠지만 늘 그랬다. 쓰고 싶은 마음과 생각으로는 책 몇백 권도 더 썼다. 잘 쓰고 싶은 마음만 앞섰다. 나만 읽을 수 읽는 글조차도 볼 자신이 없어 적지 못했다. 다른 사람들한테 보여주는 글은 더했다. 

내 생각은 곧 나고, 나를 들키는 게 무서워서 그랬다. 나를 부정하고 의심했다. 










 23년도 말에 우연히 심리상담을 받았어. 나는 몰랐는데 내가 나를 엄청나게 괴롭히고 있었더라고.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도 모르는데 뭐든 잘해야 한다는 강박, 누군가에게 늘 잘 보여야 한다는 압박감. 실수는 곧 실패. 기대치는 너무 높은데 난 저 바닥에 있는 거야. 그래서 매일 미뤄. 시작이 반이다? 글쎄, 난 시작하면 100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말도 안 되는데 내 사전엔 그렇게 적혀 있는 거야. 그래서 내일이 오는 게 무서웠어. 오늘이 너무 불안했고. 걱정이 너무 많으니까, 몸이 못 견디겠는지 안 아픈 데가 없더라. 사는 게 죽기보다 싫다고, 충분히 살았으니 그만해도 된 다고.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했어. 그러려니 하는 게 인생에서 제일 어려웠고, 나를 몰아세우는 게 제일 쉽더라고. 



 1주일에 1~2번, 1달 반 정도 상담을 받았는데, 진짜 신기하게 이젠 저렇게 생각했던 내가 기억이 안 나. 인생의 그 긴 시간 동안 스스로 돌보지 못한 어른이었는데 짧은 시간 동안 내가 바뀐 거야. 내가 정말 싫었었는데 이젠 나도 꽤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아.

  나는 이제 매일 시작하고, 실수도 많이 해. 나를 몰아세우지 않고 그러려니 해. 그럴 수도 있지 사람인데. 이제는 내일을 생각하지 않아.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게 제일 중요하거든.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러니까 사는 게 너무 재밌는 거야 불안하지도 않고. 정말 24시간이 모자라더라. 할 게 너무 많아서. 삶을 대하는 태도도 많이 바뀐 것 같아. 하기 싫다는 말을 내 사전에서 지우기로 했어. 보통 내 선에서 할 수 있는걸 '해볼까?'라고 생각하는데,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니까 걱정이 앞서서 미루다가 결국 하기 싫다고 핑계를 대더라고. 그래서 또 미뤘네, 왜 못했지? 넌 왜 그래?라고, 스스로 채찍질하고 나를 몰아세우는 게 일상이었어. 그래서 이젠 '한다, 안 한다'만 생각해.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조금이라도 하고, 안 하겠다고 마음먹으면 생각도 안 하는 거지. 그러다 보니 전에는 시도도 못 했던 걸 해내고 있어. 책을 읽겠다고 생각하면 한 글자라도 읽고, 공부를 하겠다고 생각하면 책을 펴기라도 하고, 운동을 하겠다고 생각하면 스쿼트 1개라도 하는 식으로 말이야. 물론 아무것도 안 하고 쉬고 싶을 땐 쉬는 것만 생각해. 그래서 전처럼 하루를 침대 위에서만 보내도 그날을 날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이제는 무엇이든 하는 것도, 안 하는 것도 즐거워. 행복도 좇지 않아. 예전엔 대단한 행복을 찾겠다고 매일 불행한 삶을 살았었잖아. 행복한 거 별거 없더라. 별일 없이 온전히 하루를 잘 살아내면 그게 행복한 거더라고. 







 


이제는 글을 쓸 수 있을 것 같다. 대단한 글일 필요도 없고 시작이 쉬우니까! 점찍기라도 해 보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 오늘 나는 점찍기에 성공했고, 다음은 뭘 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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