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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Aug 05. 2024

아이슬란드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지금 한창 화제의 예능 프로그램 '서진이네 2'는 아름다운 자연을 머금은 아이슬란드를 배경으로 여러 배우들이 직접 한식당을 운영하며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보여준다. 여행을 많이 다녀본 사람은 아니었지만, 내가 다녀본 여행 중 가장 손꼽을 만큼 좋았던 곳이었다. 

 

아이슬란드가 내 인생에 크게 부각됐던 것은 청춘들끼리 여행을 가는 한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출연자 중에 내가 덕질 중인 배우가 있었기에 시작했던 예능 프로그램은 아이슬란드에 빠져들게 했고, 그렇게 한 회도 빠짐없이 챙겨봤다. 예능이 끝난 뒤 아이슬란드에 꼭 가보겠다는 꿈이 생겼고 꿈은 2년 뒤에 실현되었다.




 캐나다로 워킹 홀리데이나, 여행을 가는 사람들은 오로라를 보러 옐로나이프를 많이 방문한다. 오로라를 보는 건 내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지만, 캐나다에서도 옐로나이프를 가는 비용은 내 예산에 너무 빠듯했다. 그렇게 잊고 있던 어느 날, 같은 카페(지점은 달랐다.)에서 근무하던 친구가 아이슬란드를 방문한 것이었다. 아이슬란드에 관심이 있었던 나는 친구에게 이런저런 정보를 물어봤고, 생각보다 갈만하다는 생각에 여행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같이 갈 친구들을 모아 필요한 예약을 하고 그렇게 3박 5일의 짧은 아이슬란드 여행을 시작했다. 


  내 운전은 아이슬란드에서 시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면허를 따놓고 장롱에 넣어둔 지 몇 년이 됐지만, 사람일은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캐나다에 올 때 국제운전면허증을 발급해 간 것이 화근이었다. 같이 여행 가기로 한 친구들 중 면허가 있는 친구는 나뿐이었고, 차 없이는 돌아다닐 수 없는 곳이 많았기 때문에 부담은 됐지만 해보겠다며 차를 빌렸다. 다행히 걱정했던 것과 달리 사고 없이 무사히 차를 반납할 수 있었다. 안개가 엄청 낀 그날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던, 비가 너무 많이 와서 앞이 하나도 안 보였던, 가로등이 없어 상향등을 켜고 가야 했던 여러 날들을 기억한다. 이 덕분에 나는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운전을 할 수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모든 곳이 좋았다. 한 번도 경험 한 적 없는 아름다운 자연, 마치 다른 행성에 와있는 듯 한 신비로움은 나를 사로잡았다. 도심도 좋았다. 낮은 건물들 사이에 걸쳐진 경치와 친절한 사람들. 물가는 비쌌지만 외식을 하지 않으면 지낼만했기에 부담은 없었다. 마트에 들러 식재료를 사는 것도, 가장 유명한 핫도그를 먹어본 것도, 자연을 경험한 것도, 사소한 것 하나하나까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없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오로라'였다. 우리가 방문했을 때 그 주 계속 우중충하고 비가 많이 와서 오로라를 못 보고 갈지도 모른단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는데, 오로라 지수가 높았던 날 구름을 뚫고 오로라가 조금씩 보였다. 구름 사이사이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별들이 내 눈에 내려앉았고 그토록 바라던 오로라를 보게 되었다. 눈밭 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면서 왜 하늘을 바라보던 사람이 우주에 가고 싶다고 느꼈는지 체감했다. 나는 우주의 일부고 아주 작지만 이렇게 살아서 우주를 바라볼 수 있구나. 아름다웠다. 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였다. 

여행 마지막 밤 오로라를 보고 갈 수 있어 크나 큰 행운을 맞이한 것 같았고, 그 힘으로 남은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무사히 마쳤던 것 같다. 



 지금도 그날 밤을 자주 기억한다. 자연의 일부가 되어 하늘을 가까이했던 그날. 이루어지지 않을 것 같던 꿈이 이루어진 그때.  6년이 지났지만 그때의 나를 어렴풋이 기억한다. 뭐든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나를 응원하던 나를. 

 현실에 지쳐 불안과 걱정으로 가득 차있을 때 마주한 티브이 예능에서 다시 만난 아이슬란드. 우연이 아닌 것 같다. 믿으면 이루어진다. 나를 믿고 이루어질 꿈들을 다시 그려본다.



2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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