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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모바일 게임에 빠졌다. 짧은 시간 내 빠르게 차오르는 도파민 지수. 나도 모르게 손이 계속 플레이 버튼으로 가있다. 내가 이렇게 중독에 나약한 사람이었나?
상대적으로 긴 시간이 들어가는 다른 일들에 비해 잠깐만 시간을 들여 최고의 성과(1등을 하는 일)를 낼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짜릿한가! 아이러니하게도 게임 한 번에 들이는 시간은 삼분 남짓이지만, 하고 나면 삼십 분은 훌쩍 지나있다. 다른 일들은 하기 싫어서 자꾸 미루게 되는데 게임은 미루는 일이 없다. 할까? 하면 이미 게임을 켜고 있다. 하기 귀찮다고 생각되는 일들이 게임 같다면, 할 일도 미루지 않고 해 볼 수 있을까?
처음 카페에서 일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본다. 마치 현실판 '아이 러브 커피'처럼 주문을 받고, 커피를 추출하고, 손님에게 내어주는 이 단순한 시스템이 너무 재밌었다. 마치 게임처럼 퀘스트 하나하나를 깨는 기분. 주문이 몰리면 빨리빨리 쳐내고 다 끝나고 나면 꿀 같은 잠깐의 여유가 돌아오는 이 단순한 사이클에 반했던 것 같다. 일을 처음 배우는 친구들에겐 가장 쉬운 일들만 시키기 때문에 일이 적응되기 전까지 어렵지만 가장 재밌게 일했던 순간들이기도 했다.
게임은 즉각적인 보상이 바로바로 이루어진다. 운이 좋으면 큰 점수를 얻거나 보너스를 받거나, 1등을 해볼 수도 있다. 어떤 행위에 대한 당위성이 부여되고, 왜?라는 질문이 필요 없다. 물론 그렇지 않은 게임들도 존재하겠지만. 그래서 카페에서 처음 일하는 한 달 정도는, 시키는 일만 해도 되고, 일을 조금만 잘해도 칭찬을 받을 수 있고, 내가 만들어먹는 음료에 대한 재미에 빠져 매일 즐겁게 출근했다. 그 이후엔 그렇게 되기가 점점 어려웠지만.. 게임을 전업으로 하는 프로그래머의 뇌를 살펴보면 우리가 게임을 할 때 활성화되는 뇌의 영역이 아닌, 일을 할 때 활성화 되는 영역이 관찰된다고 한다. 이렇듯, 일과 업무의 영역은 게임처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여담으로, 카페 아르바이트 당시 일이 어떻냐고 묻는 점장에게 "너무 재밌어요! 아이 러브 커피 하는 기분이에요!"라고 했다가 "인생은 게임이 아니야."라고 꾸짖음 받았던 목소리가 생각난다. ㅎㅎ
일을 게임처럼 할 수 없다. 그럼 게임이 가진 이점을 조금씩 빼오면 안 되나? 그래서 결심했다. 게임은 수많은 퀘스트의 연속이다. 하나하나 깰 때마다 보상이 주어지고, 좋은 아이템을 얻을 수도 있다. 그래서 하기 싫은 공부나 일에도 퀘스트를 만들어 자잘한 계획을 많이 세워두는 것이다. 그 계획을 성공할 때마다 돈을 모아 둔다면 사고 싶은 것을 사고, 먹고 싶은 것을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소비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해 스스로 그 일을 찾아서 하게 만드는 것. 그게 내가 게임에서 찾은 방법을 현실에서 적용하는 것이다. 물론 이마저도 안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성공하면 짜릿하지 않을까?
수많은 자기 개발서엔 작은 성공을 여러 번 경험하라고 나온다. 큰 목표를 정하면 지금 하는 당장 작은 일이 별게 아닌 것처럼 느껴지고, 그렇게 되면 성공하기 어려워진다는 사실은 어느 책에서나 나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게임은 작은 성공의 교과서다. 앞으로 대하는 모든 일들을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해 나가야겠다. 그런 의미에서 게임 한 판만 하고 시작해야지! 히히
24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