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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주선 Jul 25. 2024

주제를 정해 100일 동안 매일 글쓰기



 중부지방에 많은 비가 내리고 있다. 쏟아지는 비는 2년 전 강남이 침수됐던 그날을 떠오르게 한다. 강남뿐 아니라 여러 지역 곳곳에 많은 피해가 있었고, 작년엔 오송 지하차도 참사가 일어났다. 비는 가장 낮은 곳부터 빠르게 차올랐고 낮은 곳엔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아우성이 가득했다. 이렇게 내리는 많은 비는 점점 더 공평하지 않은 속도로 제각기 차오른다.




 반지하에 살거나 주거 환경이 열악한 환경해 처해진 사람들은 특히 이렇게 내리는 집중호우에 취약하다. 물이 차올라 탈출하지 못해 일가족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이 시기가 되면 종종 들려온다. 그럼에도 현실은 보도될 때만 잠시 뿐, 결국 비슷한 상황으로 흘러간다. 정부는 물막이판 설치를 시도하지만 집값이 떨어질까, 세입자가 들어오지 않을까 걱정하는 건물주는 막상 설치하기를 꺼려한다는 뉴스를 접했다. 이렇게 현실은 참 가혹하다. 집값이 떨어질지 고민하는 순간에 사람의 생사가 오갈 수 있다는 사실이 쓴웃음을 짓게 했다.


이맘때가 되면 또 두드러지는 특징이 하나 있다. 과일이나 야채값이 지나치게 오른다는 점이다. 비가 많이 온 뒤엔 작물들이 호우에 휩쓸리고, 물에 잠기고, 수해를 입는다. 농민들이 막을 방법은 없다. 세상은 불공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이렇게 오른 식자재는 외식과 장바구니 물가에 반영되고, 취약계층은 건강한 끼니를 때우기 점점 더 어려워진다. 

 편한 사회가 만들어낸 수많은 환경오염은 이렇게 인간사회로 다시 돌아오고, 가장 낮은 곳에서부터 피해가 시작된다. 우리는 편안함에 길들여져 아무렇지 않게 쓰레기를 만들어내고,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괜찮겠지라는 태도로부터 기인한 수많은 나비효과들이 곳곳에 드러나고 있다. 당장 나는 집중호우와 식자재 인상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가장 낮은 곳이 되지 않으리란 법은 없다. 그래서 사회적인 노력과 시스템이 중요하고, 우린 그런 시스템을 잘 구축할 수 있는 정부를 만들어야만 한다. 


"나만 아니면 돼"라는 식의 태도는 더 이상 이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혼자서는 이 비를 멈출 수 없다. 이제는 다 같이 시스템을 개선할 방법을 찾고 "함께" 움직여야 한다. 제각기 차오르는 비의 속도에 균형을 맞출 수 있다면, 공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다음 세대에도 공평한 지구를 돌려줄 수 있다. 




 비를 떠올리면 낭만적일 때가 많았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나뭇잎에 맺힌 비, 비 오는 날에 파전에 막걸리를 마시며 창밖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 모두에게 공평한 비였으면 좋겠다. 낭만적이었으면 좋겠다. 생사를 가로지르고, 피해를 입고, 생각만 하면 두려운 시간들이 아니었으면 좋겠다. 지금이라도 튼튼한 시스템을 만들어, 쏟아지는 비 속에서도 안전함을 느낄 수 있는 현실적인 대안들이 마련되면 좋겠다. 


24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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