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주선 Jul 25. 2024

선택하고 싶지 않아!

 선택지가 너무 많은 것은 부담이다. 그래서 더 나은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두 개로 줄였다. 그랬더니 선택한 것이 실패하면 어쩌지?라는 부담감과 선택하지 못한 것이 가능성이 있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함이 생겼다. 둘 다 잘 못하는데 둘 다 해보고 싶어서 그런 욕심이 생긴 걸까? 아니면 둘 다 아니기 때문일까? 



 여태껏 사회생활을 하며 직업을 종종 바꿨다. 뭐든 해보자 주의여서 이거 해보고 아니면 다른 거 해보지 뭐! 실패도 여러 번 반복하고 자주 부딪혀봐야 성공할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을 믿으며 이렇게 저렇게 하다 보면 내게 맞는 옷이 있을 거고, 모든 경험들이 나를 성공으로 이끌겠지 라는 막연한 자신감 같은 게 있었다. 신기하게도 그럴 때마다 하늘은 내 편인양, 들인 수고로움에 비해 비교적 쉽게 다양한 일들을 접해봤다. 하지만 그 일들은 나를 길게 이끌지 못했고(건강상의 이유 등으로)  결국 또 직업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직전 회사에서 오랫동안 고민 한 후 작년 9월 퇴사를 했다. 퇴사는 어렵지 않았다. 적절한 이유와 1년은 충분히 고민해 볼 수 있는 금액이 있었기 때문이다. 도전해 보고 싶었던 시험을 정하고 1년 동안 알차게 보낼 연간 계획을 세웠다. 시간은 그렇게 속절없이 흘렀다.


  어느덧 내가 도전하고 싶던 시험 접수가 다가왔지만 연간 계획이 무색할 정도로 그동안 준비한 것들은 물거품이 됐다. 한 가지를 집중해서 하면 되는데, 이게 안되면 어떡하지? 실패하면 어떡하지? 내 마음속 불안이 가(인사이드 아웃 2 꼭 보세요.) 이것저것 일을 벌여놓은 것이다. 이거 해보자, 저거 해보자 하다 결국 다 못하게 됐다. 그러자 마음이 다급해졌다. 수중에 남아있는 금액은 얼마고.. 내가 스스로 다짐했던 시간은 얼마나 남았고... 좋아했다고 생각했던 건 이제 좋아하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잘하는 게 뭔지도 모르겠고.... 그러다 보니 요즘 문제 삼는 2030년 청년 백수에 걸맞게 아무것도 안 하고(정확히는 뭔가 하긴 하지만 아무것도 안된 상태) 속절없이 시간만 보내는 청년이 된 것이다...! 부담감이 백 배는 커진 느낌이었다. 독립도 못하고, 직업도 없고, 모아둔 돈도 없고, 재능도 없고, 열정도 없는.... 자신감이 하락했다. 


 어떤 일이 내게 잘 맞을까? 나는 뭘 잘하는 것 같아? 자꾸 타인에게 물어 답을 찾고자 했다. 삶에 있어 일은 너무 중요한데, 결국 또 이렇게 찾다 찾다 마음만 급급해서 쉬운 길을 찾아가려고 하는 게 아닐까?(이건 커피와 관련된 이야긴데 나중에 커피 얘기를 한 번 쓰려고 한다.) 그러면서 또 고민이 시작됐다. 커피 관련된 일과 새로운 일. 그 둘 중에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사실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다. 선택을 해서 생기는 결과는 오롯이 내 몫이기에 그 부담을 떠안기가 지금 상태로는 너무 힘들다. 


 점점 선택의 시간은 다가오고 부담감도 계속 늘어간다.. 나는 정말... 아무것도 선택하고 싶지 않아!!!!


 

작가의 이전글 경계 세우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