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엣 세테라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정지음 Sep 14. 2021

제9회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예비 수상자 분들께

안녕하세요 정지음입니다. 저는 제8회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대상을 받고, 민음사와 함께 <젊은 ADHD의 슬픔>을 출간한 후 전업 작가가 되었습니다. 수상 당시의 감격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제9회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공모가 시작되었네요. 저는 이제 응모 자격이 없지만, 괜스레 작년처럼 다시 떨리는 마음을 느낍니다. 아무래도 이 프로젝트는 숙제라기 보단 축제이니까, 더 많은 분들이 더 즐겁게 가볍게 더 아무렇게나(?) 즐겨 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솔직히 말해 수상까지 간다면 더없이 좋을 것입니다. 작가라는 직업, 반짝반짝한 내 책, 소중한 독자님들에 상금 500만 원까지 한꺼번에 생기는 일이니까요. 그런데 저는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의 의의가 꼭 수상에만 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돌이켜보면 저의 짧은 작문 생활에서 가장 즐거웠던 순간도 수상 전 아무런 가능성도 점치지 않으며 그저 쓰기만 했을 때였습니다. 이때 제가 미치광이처럼 써대며 올린 것은 수상 가능성이 아니라 자신에게로의 완전한 몰입감이었습니다. 브런치 글쓰기 창 안의 저를 만나는 일이 밖에서 다른 누구를 만나는 일보다 새로웠고, 쌓인 글들의 개수가 앞으로 쓸 글들의 동기부여로 작용했습니다. 내가 이미 써놓은 글 몇 개가 앞으로도 얼마든지 또 쓸 수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저는 지인들에게도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 참여를 적극적으로 권하는 사람이 되었는데, 아쉽게도 “당장 해보겠다”는 사람보다 망설이는 분들이 많은 편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가장 많이 들었던 3가지 질문을 글로 옮겨보려 합니다. 


“너무 바빠서 글 쓸 시간이 없어요.”


글을 쓸 물리적인 시간이 없는 분들의 고충, 당연히 이해합니다. 이런 분들은 “하고 싶으면 시간을 쥐어짜서라도 해야지!”라는 식의 충고를 귀담아듣지 마십시오. 더 하기 싫고 짜증만 납니다(짜증은 포기의 근원).


다만 이렇게까지 바쁜 분들이라면 바빠서 쌓인 스트레스도 상당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 분출구가 없는 분들에겐 오히려 글쓰기가 가장 경제적인 해소 수단일 수 있습니다. 글쓰기를 ‘해내야 할 일들’의 목록에 추가하지 말고, 일과 일 사이의 여흥으로 설계해 보시면 어떨까요? 그리고 바쁨이나 바쁨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부터 배출해보시길 추천합니다. 이러면 스트레스도 조금 풀리고 글도 쌓입니다. 


글쓰기엔 대개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만, 앉은자리에서 몇 시간 동안 버틴다고 좋은 글이 나오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더 구린 경우도 많습니다…) 화장실에서, 지하철에서, 자기 전 5분 동안 “배고파죽겠다” 한 문장이라도 기록했으면 그게 바로 쓴 것입니다. 날려 쓴 한 문장씩을 잇다 보면 어떻게 대충 글이 되지요. 이미 많이 바쁘신 분들은 대충 쓰기만 해도 전업 작가가 열심히 쓴 것만큼 큰 수고를 하신 셈입니다. 응원합니다. 


“저는 평범한 사람이라 글로 쓸 소재가 없어요.”


 이 말을 특히 정말로 많이 듣는데요, 저는 이런 고민을 하시는 분들께 2가지 방향성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하나는 “그렇다면 평범한 이야기를 시작해 보시라”는 조언입니다. 그럼 다시 “그게 의미가 있겠냐”고 물으시는데, 평범한 글이 재미없고 경쟁력 없다는 것이야말로 글쓰기에 대한 큰 편견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함을 보편성으로 해석하면 더 넓은 독자층을 포용할 수 있다는 말이 되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정말로 평범하시다면, 누구나 무리 없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쓸 능력을 이미 갖추고 계신 것이지요. 


또 하나는 (사실 이게 진심) “본인이 평범하다는 오해를 깨 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세상이 너무나 각박하여…평범이 평균을 포용하지 못하고, 누구나 가지각색의 결핍을 갖고 살 수밖에 없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서로 같음에서도 수많은 소재가, 서로 다름에서는 더 많은 소재가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쓰려는 마음이 분명한데 쓸 게 없어 오리무중인 상태가 계속된다면, 우선은 스스로에게서 소재가 없다는 오해를 풀어보시기 바랍니다. 무언가는 반드시 있을 것입니다. 독자님들도 모를 독자님들의 가능성을 미리 응원합니다. 


“공들여 써 봤자 대상 타지도 못할 것 같은데요”


단순히 숫자로만 계산하면 대상 수상 확률은 희박합니다. 하지만 나 말고도 누구에게나 희박합니다! 심지어 브런치 측도, 심사에 참여하는 출판사도 어떤 글이 수상의 영예를 안을지 당장은 모를 것입니다. 아무도 모르기에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수식은 정교할수록 정확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공모전에 걸린 보상을 부차적인 것으로 여기고, 본인만의 목적을 따로 세워 우선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탈락하든 수상하든 최소 1가지의 성취를 만족시킬 수 있는 구조라면 결과에 상관없이 얼마만큼은 기쁠 수 있겠지요. 


저의 경우 작년 목표는 그냥 ‘마감 일자까지 최대한 많은 글을 써 보자’였는데요, 실제로 퀄리티를 따지기보다 개수를 증량하는 식으로 바쁜 작문을 했기 때문에 응모 만으로 이미 무언가 이뤄낸 기분을 느꼈습니다. 아마 수상자가 되지 못했더라도 이때의 기분을 연료 삼아 계속계속 쓰는 사람은 될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단언하건대 브런치북 수상작만이 출품작 중 최고의 글은 아닐 것입니다. 글은 수학 올림피아드처럼 심사될 수 없고, 지난 수상작들조차 1위에서 10위까지를 숭덩 잘라 선정한 것이 아니니까요. 개인적으로 이것은 매칭의 개념이 아닐까 싶은데요, 심사를 맡은 출판사들의 ‘결’과 출판계 트렌드 외에도 설명할 수 없이 복잡다단한 기준과 우연들이 작용한 것일 뿐 당락으로 글의 가치를 매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니까 더더욱, 응모를 결심하신 분들의 모든 작품을 응원합니다. 




지금까지 드린 말씀은 저의 개인적 의견이니 혹시 이 글이 오히려 동기 부여를 망친다면 이것 또한 무시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브런치북출판프로젝트는 정말로 해볼 만한 공모전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제가 수상자여서가 아니라, 다른 글 공모전보다 응모가 쉽고 편리하고 주제도 자유로워서 편하기 때문입니다. 응모 당시 제 브런치는 개별 글 조회수가 20 수준이었고, 구독자도 30명 내외였던 것 같습니다. 수상 전까진 메인 노출도 거의 되지 않았고 저 역시 글 관련 이력이 하나도 없는 사람이었지요. 그러니 브런치 규모나 이전 수상 이력도 걱정 마시고, 항상 편안하고 즐거운 작문 하시길 응원하겠습니다. 

작가님들 모두 건필하시어요!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8/26 (목) mm 온라인 북토크 안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

브런치 로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