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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완 Feb 09. 2016

치앙마이 공공 교통

공공 교통이 필요해!

치앙마이에는 공공 버스나 전철이라던가 미터 택시 같은 것이 없다. 택시는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지만 몇몇 공항 리무진 택시 정도가 있을 뿐이다. 미터 택시는 방콕 이외에는 거의 없으므로 치앙마이만의 특징은 아니다. 치앙마이는 썽태우라고 불리는 개조한 픽업트럭이 대중교통 수단으로 널리 쓰이고 일종의 택시와 같은 역할을 하는 툭툭이가 있다. 둘의 차이는 썽태우는 가는 도중에 다른 승객을 태우기도 하고 내려주기 위해서 돌아가기도 한다. 툭툭이는 택시니까 그런 건 없다. 썽태우의 가격은 20밧이 기본이고 아주 먼 거리를 가야 할 때는 기사가 미리 이야기한다. 30밧이나 40밧 등등. 툭툭이는 정해진 가격 따위는 없다. 해자를 끼고 달리는 개조 오토바이 툭툭이는 시원하고 좋기는 한데 흥정이 썽태우보다 더 힘들다.


공공 이동 시스템이 없는 것은 실은 현지인들에게는 큰 문제가 없는 것 같다. 아침에 엄마는 아이를 스쿠터에 태우고 학교에 갔다가 마칠 시간이 되면 다시 태우러 간다. 이 정도가 좀 귀찮다고 할 정도고. 아주 많은 썽태우들이 길가에 세워져 있으니 목적지를 말하고 방향이 맞으면 타면 된다.


그런데 문제는 외국인들이다. 영어가 되는 썽태우 기사를 만나는 것은 거의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고 외국인이다 싶으면 바로 바가지를 씌운다. 며칠 전 가까운 거리를 썽태우에 타고 가고 있었는데 기사는 운 좋게도 두 명의 서양 여자를 태웠다. 지도를 보이며 목적지를 가리키는데 기사도 잘 모르는 모양이었다. 어쨌든 시내가 크지 않으니 거리가 멀지 않다. 흥정하는 소리를 들었는데 ’75밧, 75밧. 150밧!’이라고 서양 여자들이 사정했다. 기사가 얼마를 처음에 불렀는지 알 수 없지만 두 명이 150밧에 흥정을 무사히 마치고 탑승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외국인들에게 썽태우나 툭툭은 힘들다.


또 한 번은 야시장에 갔다가 돌아오려는데 툭툭이들이 잔뜩 서 있었다. 


“빠이 마야 캅!” 마야 쇼핑몰로 가자고 내가 말했다. 태국어 모른다. 언어의 기본 기능인 소통만 되면 되는거 아닌가.

“능러이 쩻씹밧.” 170밧이라고 툭툭이 기사가 말했다.

“능러이.” 100밧에 가자고 했다.

“능러이 홋씸밧.” 기사가 160밧로 10밧 깎았다.

“나 썽태우 잡는다.” 내가 영어로 이야기 했다.

“능러이 하씹밧.” 기사가 150밧으로 다시 10밧 깎았다.


그러다 마침 지나가는 썽태우가 있어서 탔다. 원래 20밧이지만 밤늦은 시간이어서 30밧 줬다. 중간에 아무도 안 타서 택시처럼 왔다.


치앙마이 후문에 뭔가 버스 정류장 같은 게 있고 노선도와 시간이 쓰여 있는데 영어는 한 글자도 없어서 도통 읽을 수가 없었다. 그 옆에 보면 천막이 있고 뭔가 티켓 부스 같은 것이 있다. 친구 소정에게 뭔지 물어봐 달라고 했다. 그건 썽태우 정류장이 맞고 무려 공공 썽태우라고 했다. 공공 운송 수단이 없는 것은 역시나 문제라는 것을 유관 공공 기관에서도 알고 있었나 보다. 그래서 치앙마이 대학과 연계해서 조심스러워 보이는 공공 운송 썽태우를 운영하고 있었다.


노선은 1, 2, 4, 7번 네 개 노선이고 이미 시작할 때 있던 다른 노선(9번 운행 안함)과 몇몇 정류장들은 취소되거나 미운행 상태인 것 같다. 치앙마이에서 처음 보는 공공 교통(썽태우). 내가 머무는 치앙마이 대학 후문이 1번 썽태우의 종점이자 출발지점이다. 2번은 치앙마이 대학 정문 쪽이고, 치앙마이 공항까지 가는 4번 노선도 있었다. 1번은 제외한 노선들은 창푸악 터미널을 들리니 그곳에서 다른 노선으로 갈아타도 되겠다. 집 앞 1번 노선은 치앙마이 대학 후문을 출발해 해자안으로 직진한다. 왓 프라씽, 왓 쩨디루앙, 타패 게이트, 야시장, 프린스 로열 칼리지(엔틱 마켓이 주말에 열리는), 그리고 아케이드 터미널과 센트럴 페스티벌 백화점(센탄 페스티벌)까지 통과한다. 그야말로 내가 가고 싶은 곳은 다 간다.


다만 단점이 있다면 이곳에서 출발하는 썽태우의 마지막 시간이 4시 50분이고 반대쪽에서 출발하는 것은 두 시간 쯤 늦은 시각이 막차다. 그래서 야시장을 구경하거나 해서 시간이 늦으면 이 공공 썽태우를 이용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가격은 무려 10에서 15밧! 10밧은 승려나 교복 입은 학생의 경우이고, 성인 요금은 15밧이다. 다른 일반 썽태우들 보다도 싸다. 거기다 티켓 부스에서는 10장 묶음 회수권을 100밧에 할인 판매하고 있었다. 무려···· 50밧을 할인해 주는 것이다.


아시다시피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기다려서 타야 하고 정확한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정류장에 내려야 한다. 하지만 공공 썽태우의 장점은 여느 공공 운송 시스템과 다르지 않다. 귀찮은 흥정을 할 필요도 없고 공공 썽태우 기사들은 아주 연세가 많은 할머니, 할아버지 부부가 친절하게 원하는 목적지 정류장에 내려준다. 여유가 있다.


http://chiangmaibus.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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