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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완 Feb 09. 2016

한번도 예상해 보지 못한 비

다만 비가 내렸다

매번 같은 날이면서 또 다른 날이다. 별일 없었다.


다만 비가 왔었다. 일기 예보에도 없던 장대비가 한동안 내렸다. 수영하다 먹구름이 낀 걸 보고 들어왔는데 샤워하고 나오니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는 저마다의 표정과 목소리가 있어서 마음을 잔잔하게 만들어 주거나 지금 오는 이 비처럼 열광의 함성을 내뱉거나. 때론 오열하는 것처럼 들리기도 한다.


비는 냄새도 있어서 냉랭하거나 싱겁거나 때로 좀 짜다. 비에는 아랫집 향냄새를 묻혀 올라오기도 하고 땀내나는 이승을 씻어내기도 한다.


때로는 부드러운 촉감이 나더니 이번엔 매섭다. 만지니 따갑다. 창으로 내민 손을 거두고 문을 닫았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시간을 살고 있다. 어떻게 예상조차 해 본 적 있으랴. 그래서 당혹스럽다.

미처 생각해 보지 못했기에 앞으로는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궁금하고 두려웠다. 

나와 이런 대화를 해 줄 사람은 없을 테니 책을 읽기로 했다. 


그들의 삶을 엿보고 나서 마음이 놓였다.

‘그들도 그랬었구나’ 


저녁이 되고 어두워졌고 비가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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