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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지완 Feb 06. 2016

우크 우크

없어서 못 주는거야

우쿨렐레를 샀다. 작고 앙증맞고 생긴 것 같은 소리가 난다. 그렇지만 장난감 같지는 않고 제법 악기다.

전에 봤던 우쿨렐레 가게에 가려고 치앙마이 대학 후문으로 들어가서 대학 내 전기버스를 타고 캠퍼스 중앙에 있는 정류장에서 내렸다. 물론 무료인데 중국 인기 드라마의 배경이었던 이 대학의 캠퍼스는 중국 관광객들에게 치앙마이에서 반드시 들려야 하는 곳이 되었다. 그래서 몰려드는 수많은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외국 방문객은 정문으로 들어와서 60밧을 내고 전기버스에 올라 대학을 구경해야 한다. 물론 그다지 관광객 같지 않은 내가 후문으로 들어가는 것을 제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고 전기버스를 타도 뭐 하나 묻지 않는다.


캠퍼스 중앙에 있는 정류장에는 떡하니 ‘마야 쇼핑몰 무료 셔틀버스’라는 커다란 플래카드가 붙어있었다. 하염없이 ‘버스’를 기다렸지만 온 건 당연하게도 개조 트럭인 ‘썽태우’였다. 온전하게 나를 마야 쇼핑몰 앞에 내려줬지만, 미안하지만 우쿨렐레 가게는 쇼핑몰 건너편에 있다.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 우쿨렐레 가게는 닫혀 있었다. 언제 연다는 것도 안 적혀 있고(적혀 있어도 못 읽었겠지만) 덥기도 해서 다시 마야 쇼핑몰로 피신했다.


3층에는 다이소가 있고 모든 상품의 시작 가격은 60밧(2,000원)부터였다. 4층에는 투다리가 있는데 거기서 아주 많은 우리나라 사람들을 봤다. 그 사람들도 하나같이 고개를 돌려 나를 봤다.


다시 우쿨렐레 가게. 아주 작은 두세 평 정도의 가게인데 그 안에 커피와 음료를 팔 수 있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간판도 ‘우쿨렐레 카페’. 가게 안에서 여자 한 명이 문을 열고 있었다. 


“문 열었어?” 내가 물었다.

”아직 안 열었어.” 그녀가 말했다.

“언제 열건데?” 내가 물었다.

“한 시에 열어.” 그녀가 그랬다.


이제 한 시간쯤 남았다. 전에 들렸을 때, 세 명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녀는 카페에서 일하고 다른 두 명은 우쿨렐레를 판다고 판단했다.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좀처럼 시간이 가지 않고 덥기도 하다. 지나는 길에 톰앤툼스 커피숍을 봐서 그리로 피신하듯 들어갔다. 커피는 크기에 따라 105, 120, 130밧이던가. 내 한 끼 식사가 대략 50밧 정도이니까. 아뿔싸!


다시 가게 시작 시각인 한 시를 훌쩍 넘긴 시간. 우쿨렐레 가게로 갔다. 


“문 열었어?” 내가 물었다.

그녀는 밝게 웃으며 “오케이.” 했다.


그런데 그녀는 카페에서 일하고 그 날 봤던 우쿨렐레 가게 직원들은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그녀는 다른 손님에게 우쿨렐레를 팔고 있었다. 


정리하면, 그녀는 멀쩡히 가게를 열고 있었음에도 영업 시작 시각이 남았다는 이유로 내게 팔지 않았다. 좀처럼 이해하기 힘들었다. 한 평짜리 카페는 열어 음료를 팔면서도 손만 뻗으면 닿는 우클렐레는 팔지 않았다니. 


아무튼, 나는 우쿨렐레와 기타 앰프와 케이블을 샀다. 휴대용 기타 앰프는 여행용 스피커로도 좋고 집에 가져가면 전기 시타르용으로 쓸 생각이다. 원래 용도는 거리에서 버스킹 용이라 마이크 입력도 있고 USB 스피커 모드로 반주를 틀어놓고 기타 합주를 하는 기능도 있다. 그리고 크기가 작아 허리에 차거나 앞에 세워 놓을 수도 있다. 


미리 그 가게의 홈페이지에 들어가 봤기 때문에 가격은 알고 있었다. 그런데 100밧 차이가 났다. 


“이거 홈페이지보다 100밧 비싸잖아!” 내가 어렵게 말했다.

“응. 여긴 그 가격이야.” 그녀가 말했다. 대단히 간단하다.


홈페이지에 표기된 가격보다 100밧 비싸지만, 대신에 300밧짜리 싸구려 케이스를 씌어 가져왔으니 입 다물기로 한다.


전에는 친구와 수끼(전골 샤브샤브)를 먹었다. 그 친구는 운센(당면)을 좋아하는데 분명 메뉴의 그림에는 당면이 있는데 나오지 않았다. 지나가는 직원을 불러 물었다. 


“당면이 여기 있는데 왜 없어?” 친구가 이렇게 물었단다.

“응. 없어서.” 그 여자 직원은 조금 심각하면서도 아주 집중한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지. 없어서 못 준거구나. 우리가 밉거나 해서 안 준 게 아니고 없으니까 당연히 못 준거지. “캅 쿤 카(감사해요)”와 함께 그녀는 운센을 못 준 이유를 설명하고 유유히 사라졌다.


뭔가 이해가 갈 듯하면서 아리송하고 그렇다.


집으로 가는 길에 새로 생긴 샐러드 식당을 들어갔다.


“어떻게 팔아?” 내가 물었다.


그녀는 말없이 플라스틱 용기를 내게 보였다. 그 용기에 한껏 채소들을 담으면 밖에 쓰여 있는 12밧인가 보다, 했다.


용기는 꽤 컸고 다 채우지도 못하고 ‘이만하면 내일 아침 식사로 충분하겠어.’라고 생각했다. 샐러드 바는 오픈되어 있었고 가게는 길가에 있다. 끝에 단맛이 날 것 같은 것들에는 이미 수많은 개미가 점령하고 있었다.


그녀에게 담은 샐러드를 내밀어 보이니 테이블 위에 저울이 보인다. ‘아차!’


그녀가 내게 소스를 고르라고 했다. ‘오리지널’이라고 쓰여 있는 걸 골랐다. 그 소스 값이 12밧이었다. 간장 종지만 한 그릇에 담긴 게 12밧이라니.


정확한 정밀도의 디지털 저울은 내가 담은 샐러드의 가격을 제시했다. 71밧.


대학 내의 로열 프로젝트 슈퍼의 당일 샐러드 가격은 55밧, 전날 건 35밧, 소스 없이 담긴 건 15밧이다. 그래도 무슨 ‘풀’을 그렇게 비싸게 팔고, 또 그걸 사 먹냐고 한다. 그런데 무려 71밧!


그녀는 마지막 1밧도 깎아주지 않고 잔돈 아홉 개를 내 손에 쥐여줬다. 내가 와서 이 가게가 문을 열었으니 연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았는데 그녀나 나나 모두 포기의 눈빛을 주고받았다. 어쩌면 내가 산 채소들이 그 가게의 마지막 상품인지도 모른다. 나는 다시 그 가게를 가지 않을 것이고 그녀는 직장을 잃을 것 같다.


방에서 우쿨렐레를 친다. ‘써엄 웨어 오버 더 레인보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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