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천국이 컨셉일 것 갈은 식당
간절하지는 않지만 반주 한잔 하고 싶을 때가 있다. 태국 사람들은 식사와 술을 분리하는 게 상식이라 웬만하면 반주를 하지 않는다. 밥은 밥대로 먹고 다시 술상을 보거나 한다. 그 영향을 나도 받는지 태국에 오면 그다지 반주 생각이 나지 않는다.
나라마다 있는 평화로운 광경을 보면 내 마음마저 푸근해지는데. 태국의 어스름 저녁 무렵이 되면 장사를 끝내고 가게나 집 앞에 앉아 가족끼리 위스키 마시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엄마와 아이들이 자리에 앉아있고 아버지가 일어나 커다란 500cc 유리잔에 쌤쏭이니, 홍통이니 하는 비싸지 않은 위스키를 조금 붓고 얼음을 채우고 ‘쏘다’라고 부르는 소다수를 채우면 완성되는 태국식 위스키 언더락을 만든다. 그 모습은 참 평화스러워 보인다. 무더운 낮을 보내고 이제 선선한 저녁으로 가고 있기도 하고 그런 더운 날에 일을 다 마쳤다는 넉넉함과 여유가 배어나는 풍경이다.
가족이나 친구들과 이렇게 마시는데 누군가 통 크게 위스키 한 병을 사면 모여드는 친구들이 각자 자기가 마련한 안줏거리를 들고 온다. 식당 하는 친구는 뭔가 후딱 만들어서 가져오기도 하고 다른 친구들은 과자를 들고 온다. 다 큰 어른들이 과자라니. 태국에서 과자는 어린이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언더락 보다는 스트레이트를 즐기는 나도 그렇고 외국인들은 이렇게 마시면 배만 부르고 위스키를 마시는지 소다수를 마시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한 번은 조금 남은 위스키를 아끼고 또 아껴 마시길래 졸리기도 하고 해서 언더락을 안 만들고 그냥 큰 잔에 부어 마셔 버렸다. 원샷! 그랬더니 그다음부터 나를 한동안 안 부르더군.
요즘은 그 친구들이 보고 싶다. 치앙마이에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왜 자기 동네로 오지 않는지 궁금해할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갈 수 없을 것 같다.
까레 레스토랑(Galae restaurant)에 갔었다. ‘까레’는 북부 전통 목조 주택 정면의 가윗자형 장식을 말한다. 도이 수텝은 후문으로 올라가면 컨셉이 아마도 천국이 아닌가, 싶은 식당이 있다. 인공 호수인 듯 저수지인 듯한 것이 식당 옆으로 펼쳐져 있고 식당은 아주 크고 커다란 나무들이 햇빛을 가려주고 그 아래에는 가지각색의 국화가 심져 있다.
물론 식당의 리얼리티는 그 꽃밭에 있지는 않겠지. 음식이 아주 맛있었다. 민물 생선을 빼고는 이것저것 마구 시켜서 먹었다. 이 식당을 가자고 한 건 나였지만 그렇게 모인 건 친구 소정에게 한국어를 배우던 ‘잉’이라는 제자가 고등학교 선생으로 취직 후 첫 월급을 타서 한턱 쏘는 자리였다. 하지만 먹어보고 싶은 게 너무 많아 참을 수 없어 똠양 종류만 빼고 거의 다 시킨 것 같다. 두 병의 비아 창을 마시고 900밧(30,000원) 정도를 냈으니 꽤 과용한 셈이다.
여기서는 반주를 할 수 있다. 그리고 다른 태국 손님들도 대부분 반주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