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트 마켓을 다시 가다
공공 썽태우 이야기를 했다. 오늘은 그걸 타고 시내 구경을 하기로 했다. 치앙마이는 란나 왕국의 수도. 후에 시암이 태국을 통일하면서 복속되기 전까지 란나는 찬란한 북부 문화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그 자긍심은 대단하다.
치앙마이는 사각형 성벽이 둘러싸고 있고, 적의 침입을 막기 위한 해자를 만들었다. 해자를 통해 성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사방으로 있다. 여행자 거리로 유명한 타패게이트나 창푸악, 쑤언덕, 치앙마이 게이트 등이 이 문들의 이름들이다. 해자를 끼고 한 바퀴 도는 것도 조금 벅찰 수는 있어도 재미있는 일이다. 해자 주변에는 잎이 넓은 가로수도 많으니 더위를 조금은 피할 수 있고, 그다지 크지 않고 길을 잃을 염려도 없다.
내가 탄 1번 썽태우는 치앙마이 대학 후문을 출발해 곧장 해자 안으로 들어가서 시내 중심부를 통과해 타패게이트와 와로롯마켓을 지나 치앙마이 아케이드 버스터미널까지 간다. 그러니 치앙마이를 관통하는 코스다.
성벽이 시작되는 왓 프라씽에서 내려 타패게이트까지 직선거리를 쭉 걸었다. 가는 길에는 왓 쩨디 루앙이 있다. 인도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며 스리랑카로 가는 중에 풍랑을 만나 태국으로 와서 숭배되었으나 미얀마 공격으로 회반죽을 발라 숨겼다가···, 라오스로 갔다가 다시 태국으로 왔다가···. 그만하자. 그냥 아주 신성시 하는 어떤 불상이 있었던 곳이겠지.
수많은 가게와 식당. 가게마다 저마다의 컨셉이 있어서 그 가게의 어떤 물건이 마음에 들면 다른 것도 놓치기 싫어진다. 들었다 놓기를 반복하다 결국 몇 개를 사고 염원하던 에스프레소잔도 두 개를 가방에 넣었다. 아카족이나 몽족 의상을 입고 길거리에서 두꺼비를 팔던 아줌마들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그녀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여전히 장미꽃 장수 아주머니들이 “헬로우” 하며 꽃을 내밀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나이트마켓. 오래전 내가 갔던 나이트마켓 자리는 그대로인데 알아보질 못했다. 비가림으로 천정이 생기고 바닥은 깨끗한 타일 바닥이고 커다란 물고기를 구워, 냄새로 손님들을 유혹하던 그 식당들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혹시나 하고 찾으려 했던 목공예품을 팔던 귀여운 커플은 찾을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이제 다리도 아프고 배도 고프다. 지나는 길에 식당가를 봤다. 가운데 많은 테이블이 놓여있고 그 테이블들을 둘러쌓아 작은 식당들이 각자의 특색있는 메뉴를 파는 곳이었다. 태국에는 이런 곳이 많다. 친구에게 들었는데 자릿세가 만만치는 않다더군.
친구 소정이 좋아한다는 피자를 사고 자리를 잡고 앉아서 맥주는 어디서 사나 했더니 입구 맨 앞집에서 사면 된다고 했다. 피자도 그리 싼 편은 아니었지만, 무려 맥주 값이 다른 곳의 두 배가 넘는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봤더니 아뿔싸! 모두 외국인들이다. 모두 비아 창을 마시고 있다. 다들 같은 데서 사 온 것이다. 길 건너 세븐(7-Eleven 편의점)이 있다. 거기서는 두 병에 105밧, 여기서는 한 병에 120밧!
친구가 세븐에서 사 온 맥주를 피자와 함께 먹고 아메리카인지 시카고인지 하는 BBQ트럭에서 무사테(돼지 고기 숯불 구이)를 사와 먹었다. 구웠는데 불맛은 없고 삶은 수육 맛이 났다. 참 맛이 없더군.
치앙마이는 변했다. 변해가고 있다. 예전에 푸근한 시골 느낌은 나지 않는다. 로컬 커피숍은 스타벅스로 간판을 갈았다. 흙길은 밟기 힘들고 깨끗이 포장된 보도를 걷는다. 무언가 오래된 느낌들은 인공적인 것들로 대체되어 아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