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나는 밤이 오면
자꾸 하늘을 보게 된다.
별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나마 셀 수 있는 게
별뿐이기 때문이다.
낮에는
버텨야 할 것들이 너무 많아서
아무것도 헤아릴 수가 없다.
말, 표정, 책임, 기억,
지나간 사람들까지
전부 한꺼번에 밀려온다.
그래서 밤이 좋다.
하늘을 올려다보면
오늘 하루를
조금씩 분해할 수 있으니까.
별 하나에는
말하지 못한 하루를 넣고,
별 하나에는
괜찮은 척한 시간을 넣고,
또 다른 별에는
결국 혼자 삼킨 마음을 올려둔다.
나는
행복했던 날보다
조용히 견뎌낸 날이 더 많아서
별을 셀 때도
기쁨보다는 기억이 먼저 떠오른다.
누군가는
왜 그렇게 과거를 붙잡고 사냐고 묻지만
붙잡은 적은 없다.
다만
쉽게 놓이지 않았을 뿐이다.
밤하늘을 보고 있으면
이미 사라졌을지도 모를 별들이
아직 빛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이
이상하게 위로가 된다.
나도 그런 것 같아서.
이미 끝난 일들,
이미 지나간 상처들,
이미 돌아오지 않을 사람들인데
아직도 내 안에서는
빛처럼 남아 있다.
나는 가끔
내가 너무 약해서
이런 기억들을 못 놓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안다.
끝까지 기억하는 건
약함이 아니라
사랑의 방식이라는 걸.
별을 헤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내가 지금까지 살아온 날들도
어딘가에서는
빛으로 남아 있을까.
아무도 몰랐던 나의 밤들이
아무 의미도 없지는 않았을까.
아마 그렇다고
믿어보기로 한다.
누군가의 하늘에서는
보이지 않더라도
적어도
나 자신에게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오늘도 별을 센다.
내가 견뎌온 만큼,
내가 울지 않은 만큼,
내가 포기하지 않은 만큼.
그리고 마지막 별 하나에는
아직 말하지 않은 바람을 남겨둔다.
언젠가는
아프지 않은 밤도
올 수 있기를.
별이 많아서가 아니라
밤을 건너왔기 때문에
나는 오늘도
하늘을 올려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