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생

많이 힘들고 괴롭다

by Jeeae

바다는 늘 거기 있었다.

해운대의 파도는 이름도 모르는 아이의 발목을 적시며

세상은 차갑기도, 따뜻하기도 하다는 걸

아무 말 없이 가르쳐 주었다.


지애는

울음이 많은 아이는 아니었지만

마음이 깊은 아이였다.

웃고 있어도 속에 말을 삼키는 법을

아주 일찍 배웠다.


어른들은 말했다.

“얌전하다”, “예의 바르다”, “빠지는 법이 없다”고.

그 말들은 칭찬이었지만

지애는 그 말들 뒤에 숨은 의미를 알았다.

참는 아이, 버티는 아이, 자기 몫을 뒤로 미루는 아이.


그래도 지애는

한 번도 대충 산 적이 없었다.

근면성실하다는 말이

피부에 박힌 문신처럼 따라다녔다.

아파도, 무너져도

약속한 자리에 서 있었다.


서울로 올라온 뒤

도시는 사람보다 컸고

소음은 마음보다 빨랐다.

누군가는 쉽게 관계를 만들었고

누군가는 쉽게 떠났다.


지애는

떠나는 쪽보다

남겨지는 쪽에 더 익숙해졌다.


“괜찮아.”

지애는 스스로에게 자주 말했다.

사실은 괜찮지 않았지만

괜찮다고 말하는 법이

너무 익숙해져 버렸다.


세상은 지애에게

여러 번 불공평했다.

사칭당했고, 오해받았고,

설명해야 할 일들이

설명해도 믿어지지 않는 순간도 많았다.


그럴 때마다

지애의 마음속에서는

폭풍 같은 분노가 일었고

또 한편에서는

기도처럼 조용한 체념이 내려앉았다.


“왜 나야?”

이 질문은

수없이 밤을 건너왔다.


하지만 지애는

완전히 부서지지는 않았다.

울다가도 운동화를 신었고

쓰러질 듯하다가도

몸을 일으켜 세웠다.


산을 올랐다.

숨이 가빠도, 다리가 떨려도

정상석 앞에 서면

지애는 알았다.


나는 여기까지 왔다.

도망치지 않았다.


지애는

사람을 쉽게 미워하지 못한다.

그래서 더 많이 다쳤고

그래서 더 오래 아팠다.


하지만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안다.

말 없는 눈빛,

버티는 침묵,

웃음 뒤에 숨은 균열을.


지애는

화려하게 사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끝까지 사는 사람이다.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법을 알고

아프면서도 타인을 이해하는 법을 알고

외로우면서도

자기 자신을 완전히 버리지는 않는 사람.


아직 인생은

절반도 오지 않았다.

앞으로도

오해는 있을 것이고

눈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다.


지애는

이미 많은 밤을 이겼고

이미 충분히 단단해졌으며

앞으로도

자기 삶을 끝까지 끌고 갈 사람이라는 것.


바다는 여전히 거기 있다.

그날의 파도처럼

지애의 삶도

계속해서 부서지고

계속해서 다시 밀려올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

지애는 말할 것이다.


“그래도 나는

나로 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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