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공무원들의 나이, 민원대 근무 그리고 월급까지, 3가지 궁금증에 대한 저의 이야기입니다.(*지난이벤트에서 미공개를 요청하신 분들의 내용은 전부 제외하고 제 답변만 다시정리했습니다)
Q. 공무원들의 나이는문제가 될까 영지 : 제가 일하는 전체 조직의 연령대는 8~9급은 20~30대 후반까지, 7급은 30~40대, 6급 이상은 40~50대까지입니다. 현재 부서를 보자면 8명이30대 초반의 8~9급 직원, 30대의 7급 3명, 40대의 7급 1명과 6급 2명이 근무를 하고 있답니다.
저는 7급 직원들 중에서 나이가 꽤 많은 편입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나이로 인해 직원들과 불편함을 느낀 경우는 그다지 없었답니다.
제 경험상 대부분 불화의 원인은 ‘저의 애매한 태도나 성격’이었답니다.
종종 마흔이 훌쩍 넘어서 또는 만 19살(갓 고등학교를 졸업한)의 신규 공무원 얘기를 듣기는 합니다만. 저는 아주 어린 나이에 공무원이 된 직원과 동주민센터에서 같이 근무를 해봤었고, 운이 좋아서 ‘나이가 어리다고 일도 어리게 하지 않는다’는 좋은 교훈을 그 직원에게 배울 수 있었습니다.
직원들과의 조화 문제에서 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은 어쩌면 ‘내가 얼마나 다양한 성격의 직원들을 감당할 수 있느냐’입니다. 공무원의 업무는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유리합니다. 그래서 다양한 업무를 해본 것은 직원의 큰 강점으로 작용을 합니다. 그리고 하나 더 중요한 것(어쩌면 더 중요할 수도) ‘얼마나 다양한 직원(직급, 나이 무관)들과 알고 지내는가’인데요.
뭔가 새로운 지시나 문제에 부딪혔을 때 내가 자료를 찾아보고 해결해서 바로 풀리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문제들의 해답은 조직의 누군가는 이미 경험했고 그 답을 알고 있는 것들입니다. 그것을 어떻게 빨리 찾아내서 내 것으로 활용할 수 있는가는 일을 하면서 매일 만나는 동료나 상사들과의 관계에서 결정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무원 조직에서도 ‘나이’보다는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태도’라고 다시 한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Q. 동주민센터 민원대 근무, 힘들땐 어떡하죠? 영지 : 저는 발령을 받고 동주민센터 민원대에서 첫 업무를 시작했답니다. 하루에도 수백 장의 민원서류를 기계처럼 발급하던 때요. ‘딩동’ 단추를 누를 때마다 혹시나. ‘까칠한(?) 민원’이 걸리지 않을까 불안감과 망설임이 제 손가락의 움직임에 스며있었어요.
사실 공무원이 되면 뭔가 대단한 업무를 할 줄 알았는데 종일 신분증과 전산입력 시스템 그리고 전화기만 붙들고 있으려니 그 절망감과 회의감이란 이루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아마 비슷한 느낌이겠지요. 솔직히 제 경우는 운이 좋게도 10개월 정도 후에 민원대에서 일명 ‘도망’ 갈 수 있었습니다. 발령이 나고 바로 임신을 했고 출산으로 1년 여 잠깐 쉬면서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답니다.
그 후 복직해서 다시 돌아온 민원대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첫 발령지에서의 민원 경험으로 두 번째 근무지에서는 약간의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민원인들의 대하는 태도에서도 조금은 변화가 생겼고요. 1) 확실한 인사와 2) 단호한 말 그리고 3) 진심 어린 감사까지. 이것들이 한두 번은 가능합니다만 더 중요한 것이 그걸 유지하고 또 습관처럼 내 몸에 배이게 하는 건데요.
그걸 위한 사전 단계가 저는 ‘긴장의 해소’라고 봅니다. 종일 많은 사람을 상대하는 민원업무는 엄청난 스트레스와 피곤을 몰고 오는데요. 제 경우 수영과 영어회화를 통해 그때그때 쌓인 피로를 해소했습니다. 적어도 그 시간만큼은 오롯이 저에게 몰입할 수 있었고, 공부를 해서 점수가 조금씩 올라가는 모습에 제가 가진 가능성을 확인하며 스스로를 대견해하고 그랬습니다.
민원대든 청소업무든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얼마나 내 업무에 관심이 있을까’라고 생각합니다. 민원업무도 사실 일반 주민들 시각에서는 민원실 공무원이 ‘전문가’가 아닐까 생각해요. 지문인식만 하면 서류가 발급되는 ‘민원발급 기계’가 있는데 굳이 민원대 공무원이 필요한 것은 그만큼 복잡한 법령과 절차에 대한 전문가적인 검토와 승인이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동주민센터 민원대로 다시 돌아 간 지난해 얻은 깨달음이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사실 민원실에 들어온 민원인들이 가장 먼저 보는 것은 공무원의 법령 지식이 아닙니다. 바로 공무원의 표정과 태도입니다. 현재 업무에 내가 얼마만큼 몰입해서 장악을 하느냐에 따라 그것이 나란 공무원의 자신감으로 변환되고, 또 그것은 업무를 보러 오는 사람들을 대하는 나란 공무원의 태도나 표정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힘들 때는 과감히 하루나 이틀(아니면 반나절이라도) 정도 잠깐의 휴식을 통해 재충전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퇴근 후나 주말에 잠깐이라도 업무를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운동이나 취미를 가지는 것도 권합니다. (제가 그렇게 했습니다) 조금씩 나아진다고 느끼는 것은(분명 개인차가 있겠지만) 몇 주 후에 혹은 며칠 후에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법령에 정해진 기준대로 정확하게 민원서류를 발급해야 하는 민원업무는 민원대에 앉아 있는 시간 동안 상당한 긴장감을 요구합니다. 그 긴장감을 충분히 풀어주는 것도 ‘내가 나를 위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고요. 바라건대, 쓸데없는 ‘눈치봄’이 없는. 조금은 직원들을 배려하는 분위기의 부서에 근무를 하고 계시는 거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실업무 자체보다는 함께 일하는 사람들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늘, 항상’ 더 컸었던 제 경험상. 가끔씩은 먼 미래가 아닌 바로 다음 날의 더 행복한 나를 위해서 뭔가 작은 것을 해 주는 것도 좋지 않을까요. 그렇게 순간순간 흘려버리는 나의 사소한 감정들을 하나씩 들여다보고 배려하다 보면 ‘어느 순간’ 조금은 나아진 나를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Q. 공무원의 박봉, 무슨 낙으로 살아요? 영지 : 월급에 대한 ‘현타’는 제가 공직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맞은 건데요. 솔직히 극복했다기보다 그냥 바로 포기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저는 맞벌이라서 그냥 제가 버는 걸로 아이 교육비, (대학원 등) 학자금 대출금 상환, 생활비 일부 그리고 제 용돈 정도로 쓰고 있습니다.
제 경우는 급여에서 오는 허탈감을 공부로 풀었습니다. 일명 ‘스펙’으로 채운 건가요? 공부와 관련해서 유학이나 대학원 지원제도 등 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 꽤 있습니다. 사실 업무에 치여서 공부는 포기하고 사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지만, 공부에 취미가 있다면 이런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스펙으로 보완하는 방법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런저런 공부를 통해 학위나 자격증을 따는 것이 현재 업무에 당장은 소용이 없어 보여도 나중에 어느 순간 ‘예기치 않게’ 도움이 될지는 그때 가봐야 알지 않을까 하는 희망 정도는 갖고 있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란 공무원은 지난 10여 년간 퇴근 후 취미와 운동부터 3개월 해외 연수 그리고 대학원 공부까지 거의 다 해 본 것 같습니다. 다 나름의 의미는 있었지만 그것과 일 자체를 통해 ‘내가 계속 성장하고 있다 ‘라는 자기 성장과는 분명히 다른 것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일터에서의 ’ 실천‘과 ’ 나눔‘에서 찾았습니다. 제 책 후반부가 거의 그런 사례들로 채워졌는데요. 멘토링과 스쾃. 사실 뭐 대단한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 사소하게 마주치는 것들에 대한 ’ 실천‘입니다. 후배들에게 ’ 말로만 떠드는, 불평만 늘어놓는 선배‘가 아닌 ’ 실천하고 행동으로 보여주는 선배 공무원‘이 되는 것입니다.
공무원이란 직업. 알면 알수록 답답하고 발전 가능성이 바로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분명합니다. 지금까지 그래 왔고 앞으로도 당연히 그럴 것이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생각합니다. ’그럼 나는 어떻게 해야 하지?‘ ’ 남들처럼 그렇게 순응하면 살아야 해?‘ 그런 고민을 수년 동안 해왔고 이제야 제 길의 방향을 잡은 느낌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정답은 아닙니다. 각자 다른 답이 있을 뿐이죠. 이 글을 읽고 계실 여러분의 답은 또 어떨지 저도 몹시 궁금하네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지난주 '영지의 고민 상담실'을 열고 아직 '개시'를 못했습니다. 제가 아직은 글솜씨나 여러모로 충분치 않아서 그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계속 쓰고 또 쓰다 보면 더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지고 또 편하게 질문 주실거라 믿고 있습니다. 저의 첫 고민 상담자가 어떤 분이 될지 무척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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