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좀 권해 볼까3 <수용소군도>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그의 기록이 내게 던진 의미

by 영지
우리는 <자유의 척도>를 상실하고 말았다...이제 우리는 확신할 수조차 없다. 우리는 과연 우리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하여 이야기할 권리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제1권 p221~222, 수용소에서 해방될 때 어김없이 죄수 앞에 내밀어 진 '비폭로 서약'에 대한 내용 중)


수용소군도.


구소련 공산체제에서 장교로 근무하다 정부를 비판하는서신을 주고받아 8년형을 선고받고 여러 수용소와 유형지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그가 함께 살아남은 몇몇 수용소사람들의 이야기를 모아서 서방 등 외부 세상에 알리기위해 (1973년부터)1976년 출간한 책이 바로 수용소군도라는 책이다.

사실 '스탈린 공산주의 체제'라는 단어만으로도 가슴이 무거워지는 작품이다. 거기에 수용소 이야기라니. 그래서 몇번을 버르다가 얼마전부터 1권(2권까지 있다)을 시작해서 절반쯤 왔다. 초반에 몇번 고비는 있었지만, 지금은 (인류애?)책임감 비슷한 마음으로 다소 편한 마음으로 그의 필체를 통해 수용소사람들의 이야기를 천천히 따라가고 있다.

자국민들에게 가해진 소련 공산당의 불법체포, 기상천외한 수십가지의 고문방법, 손바닥만한 감방에 너무 많은 사람을 밀어넣어 벌레들처럼 포개어 앉아 지내는 최악의 수용소, 시베리아 유배지에서의 중노동 등등. 그의 이야기는 어떤 소설보다도 더 끔찍하고 잔인했다.

인간이 인간에게 가할 수 있는 최악의 고통이 바로 이런게 아닐지. '수용소군도'는 그만큼 처절한 인간들의 실제 이야기로 가득하다. 읽는내내 나를 짓누르는 불편함은 어쩔수가 없다. 왜냐하면 나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고통이기에. 예전 같았으면 당장 책을 덮고 구석에 던져버렸을 텐데. 왠지 이 책은 그럴수가 없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어낼 것이다.
100년도 채 되지 않은 과거에 (비록 국적도 다르고 언어도 문화도 다르지만) 소수를 위해 미화되고 영원히 잊혀질뻔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알리기위해 목숨을 걸고 지켜낸 또 한사람이 있었다.

무엇보다 내가 그의 책을 다 읽어야하는 이유는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하는 것이 가진 의미를 그가 한번더 일깨워주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의 진정한 가치는 (당장은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언젠가는 누군가를 일깨워주는 기록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기에.

알렉산드르 솔제니찐. 지금 2021년 4월을 살고 있는 내게 백년전 사람들의 진짜 이야기를 전해주는 그에게 진심어린 감사를 보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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