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누구도 아닌 공무원인 내가 마음속으로 종종 되뇌던 말이다. 더군다나 나는 공무원직업에세이를 세상에 내놓기까지 했음에도말이다. '공무원'에 대한 편견은 이렇게 나 스스로도 어쩔 수가 없는 뿌리 깊고 강한 것임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리고 거기에 나이까지 더해지면 또 어떨까. 공무원 생활을 40년 동안 한 분이라면. 나이 지긋한 퇴직공무원이 쓴 책. 미래의 내가 이렇게 불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하니 한편으론 정신이 번쩍 든다.
최근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책이 있다. 40년 공무원 생활에서 상위 1%로 살아남을 수 있었던 성공노하우를 정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한 어느 퇴직 공무원의 이야기였다.
<공무원 상위 1%에 도전하라> 저자 김윤일.
제목에서도 느껴지듯 3급 공무원이 쓴 책이다.지방 소도시의 9급 공무원 면서기로 시작한 저자가 어떻게 울산광역시 3급 부이사관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는지 그 과정을 담고 있다.
사실 책이란 게 내가 먼저 끌려서 집어 들지 않으면 선뜻 읽히지 않는 것이다. 더군다나 선물 받은 책은 주신 분에 대한 감사함이 책에 대한 흥미로 이어지는 건 또 아니기에. 그래서 내가 이 책을 다 읽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렸다.
첫 장 '꿈과 긍정적인 마인드'에 대한 이야기에서 솔직히 많이 망설여졌다. '이런 얘기는 너무 식상하지 않나. 공무원 퇴직하신 분들 이야기가 다 비슷하지 않겠어? 이 책 다 읽어야 하는 걸까...' 그랬다.
초반부터 몇 장 넘기지도 못하고 1~2주를 그냥 훌쩍 보내버렸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눈에 들어온 문구가 있었다.
감사하다고 말하는 것은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이기도 하다. 남이 베푸는 호의나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중략) 그렇기에 감사를 느끼지도, 표현하지도 않는 것은 자기 인생을 스스로 실패로 몰아넣는 치명적 실수다.(p.27)
'감사함'에 대한 저자의 해석이 나름 흥미로웠다. 호의를 당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사실 생각보다 어려운데. 그런 마음가짐을 이렇게 풀어쓰려면 평소에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사람들을 대하며 살아왔을지 새삼 궁금해지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생긴 작은 호기심으로 마지막 페이지까지 다 읽어 내려가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도 또 지루하지도 않았다. 공직에서 승진과 인간관계, 전문지식, 자기 관리 그리고 사회봉사까지. 읽는 내내 저자가 굉장히 솔직하면서 자신감 있는 사람으로 느껴졌고, 이런 분을 상사로 만난다면 어떨지 상상해 보았다.그닥 나쁘지 않았다.
글에서 어떻게 이런 느낌이 들지?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분의 이야기는 진짜 자기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누구나 그럴듯하게 좋은 말과 원칙을 포장해서 말하기는 쉽다. 하지만 그 원칙과 신념대로 실제로 그렇게 살아왔다고 말하기는 타고난 작가가 아니고는 굉장히 어렵다. 자신의 신념을 다른 누군가에서 찾지 않고 스스로 증명하면서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사실 공직처럼 보수적인 조직에서 이런 사람은 자칫고립되고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되기 쉽다. 하지만 그 반대라면? '넘사벽'으로 누구도 인정하는(할 수밖에 없는) 능력자로 승승장구하는 것이다. 그래서 책 후반부를 채우는 철저한 자기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신빙성 있게 들렸다.
왜 그런 거 있지 않나. 나는 '이 핑계 저 핑계'로 하기도 싫고 할 수도 없을 것 같은데 나랑 별반 다른 것 같지 않은 주위 누군가 그걸 무심한듯 잘 해내고 있으면 괜히 그 사람이 보기 싫은 마음. 공무원 조직은 그래서 튀는 사람이 굉장히 살아남기 어려운 곳이다. 뛰어나려면 삼성반도체의 '초격차' 전략처럼 아예 '넘볼 수조차' 없어야 한다.
뭐 공직이든 어디든 '어설프게 튀는' 것만큼 슬픈 건 없지 않을까. 실제로 내가 그래서 많이 힘들었고 지금도 뭐 딱히 쉽게 가고 있다고 말할 수는 없다.
어찌 보면 <애썼다, 오늘의 공무원>이 어설프게 튀어서 힘들었던 공무원의 '고구마'같은 이야기라면, 책 <공무원 상위 1%에 도전하라>는 성공하는 직업인이 되는 구체적이고 명쾌한 노하우를 전하는 '초격차 공무원'의 정반대 이야기다.
며칠 전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누군가 써놓은 <애썼다 오늘의 공무원 >에 대한 짤막한 평을 발견했다. 최근에 올린 내용이어서 눈길이 저절로 갔다. '누가 읽어보라고 줬는데 목차를 보고 그냥 덮었다'는 내용이었다. 그랬다. 처음에는 목차가 많이 이상한가 다시 훑어보기까지 했지만, 결국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내 책을 공개적으로 언급해준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마음으로 정리를 했다.
나도 선물 받지 않았다면 퇴직공무원이 쓴 <공무원 상위 1%에 도전하라>는 책의 제목만 보고는 결코 읽어보지 않았을 테니까. (중요한 것은 자의든 타의든 내 이야기를 접한 사람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할지가 아닐지)
<공무원 상위 1%에 도전하라>는 공직에서 세련되게 성공하는 방법을 속 시원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책을 통해 전달하고자 한 '9급 공무원으로 상위 1% 성공이 가능하다' 메시지는 꽤 설득력이 있고 구체적이어서 공무원이란 직업이 결코 '따분한 것' 만이 아닌 충분히 다이내믹한 직업으로비쳐진다.
세상 어딘가에는 '사이다'같이 속 시원한 공무원의 성공이야기를 기다려온 사람들도 많을테니까. 그런 분들께 이 책을 적극 추천한다.
나도 10년 20년 후에는 삶에 대한 더 많은 확신을 가지고 '사이다' 같은 글을 쓰고 있을지 사뭇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