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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Aug 19. 2021

공무원의 점심메뉴

영지의고민상담실 14

"팀장님, 점심 뭘로 드실래요?"


아마도 공무원이 되고 함께 근무했던 팀장님에게 내가 가장 많이 내뱉은 말이 점심메뉴에 대한 것이 아닐까. 팀장과 팀원은 매일 밥을 같이 먹는 사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팀장과 팀원의 핵심은 밥인가.


더군다나 요즘 같은 코로나 시대에 밥을 같이 먹는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것이 되었다. 서로에 대한 최소한의 신뢰가 있어야 마스크를 벗고 맨얼굴로 마주할 수 있기에.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갑자기 분주해지는 사무실. 팀원들이 각자 팀장의 점심을 챙기기 시작한다. 메뉴에 대한 이런저런 의견이 오고 가고. 비교적 나이가 어린 팀원들이 많은 팀은 메뉴도 일반적인 한식을 벗어나 국적도 재료도 다채롭게 정해진다.


보일 듯 말 듯 스쳐 지나가는 몇몇 '한식파' 팀장들의 난감한 표정도 볼만하다. 하지만 대부분은 팀원들의 취향에 따라 메뉴가 정해지고 우르르 팀별로 밥을 먹으러 사무실을 빠져나간다.


불과 몇 년 전 '순댓국, 콩나물해장국, 부대찌개, 김치찌개'를 매일 반복하던 그 때가 언제였나 싶다. '팀장님의 입맛을 알아서 맞추느라 내가 꽤나 힘들었지'. 이렇게 나름의 자조를 섞어 당시를 회상했던 적이 내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다시금 되돌아본 그 시간들은 억지로 먹기 싫은 메뉴를 같이 먹어야 했던 불편한 기억은 결코 아니다. 그래도 한동안 밥을 같이 먹었던 비교적 가까웠던 관계로 남아있다. 그게 국물이든 파스타든 햄버거든 뭐가 중요하리.


점심시간이 다가오고 팀장과 팀원은 각자의 메뉴를 떠올리며 누구라도 먼저 메뉴를 얘기하면 그날은 그걸 먹는다. 어찌 보면 점심메뉴는 팀장이든 팀원이든 지위와 세대차이를 떠나 누구나 가지는 일상의 과제가 아닐까.


어쩌면 고민없이 '한식 국물파'로 정해졌던 그 옛날의 메뉴가 더 현명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그럼에도 점심메뉴에 대한 팀장과 팀원의 줄다리기는 계속되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매일 먹는 의 다양성이 생각의 다채로움과 결코 떼어놓을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팀장과 팀원이 만들어가는 일도 마찬가지 아닐까. 매번 누군가 정해놓은 방식대로 일을 처리하고 따라가는 것이 당장은 편하게 보인다. 하지만 각자 팀원이 가진 다양한 잠재성을 일에 태우기 위해서 가끔전혀 다른 접근법이 필요한 법이다.


점심메뉴가 오늘은 한식, 내일은 중식 그리고 모레는 일식. 이렇게 자연스럽게 정해지듯이. 팀장과 팀원의 밥에 대한 줄다리기는 팀에 떨어지는 크고 작은 과제에 대한 팀장과 팀원의 끊임없는 밀당으로 또 이어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


"아, 오늘 점심 뭐 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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