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에서 애매함이 시작되는 지점
(홍)"'그 사람'이 그렇게 먼저 말을 했어요"
(영지)"아, OO샘 말씀하시는 거죠? 얼마 전까지 '우리 OO샘'이라고 하셨는데... 호칭이 바뀌었네요"
(홍)"..."
우리 동네 상가 헬스장 대표, 홍과 순천에서 운동 관련 특강 직전에 카페에 앉아 샌드위치를 나눠 먹으며 나눈 대화다. 흥미로웠던 건 몇 달 사이, 동일 인물에 대해 홍이 사용하는 호칭이 바뀌었다는 점이다. 당시에도 기존 트레이너들의 이탈로 홍이 부담을 많이 느끼던 상황이었고, 지금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당시 홍은 그 트레이너를 '우리 OO샘은...(중략)'이라고 언급하며 심리적 의지를 그에게 조금은 하고 있었다. 그리고 3개월 후.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홍의 '그 사람'이라는 호칭의 변화는 내게 왠지 모를 궁금증을 불러왔다.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몇 달 전 홍이 센터의 오랜 선임이자 선임인 그 트레이너에게 팀장직을 주었고, 얼마 전 그가 자기는 팀장직책이 맞지 않다며 스스로 내려오겠다고 홍에게 말을 했다는 것이다. 최근 센터의 가장 큰 변화는, 홍이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을 새로 영입한 일이었다. 그 후 얼마되지 않아. 기존 팀장이 홍에게 자발적으로 팀장직을 내려놓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결정이 만들어낼 이후의 파장이 조금 애매하게 느껴졌다.
"그건 방어본능에 더 가까워 보이는데요?"
"만약, 새로 영입된 그분을 팀장으로 생각하신다면, 이거야말로 굴러온 돌이 박힌 돌 빼는 격인데. 나머지 트레이너들도 영향을 받을 것 같아요." 나는 혹시 새로 트레이너를 영입하고 홍이 팀원들을 대하는 태도의 미묘한 변화가 있었는지 스스로 점검할 필요도 있다고도 했다. 홍이 잠시 고민에 잠긴 표정으로 앉아있더니, 이내 "상황이 바뀌면 어쩔 수 없죠"라고 한다. 나는 속으로 곰곰이 생각했다. 과연 문제가 없을까. 뭔가 애매한 기분은 특강을 무사히 마치고도 말끔하게 사라지지 않았다.
"몇 달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순천에서 특강을 마치고 각자의 차로 서울로 올라가는 길. 나는 특강 직전 홍과의 대화를 다시 떠올렸다. 그리고 전화기를 들었다. "샘, 아깐 특강 전이어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다 못 해서요. 혹시 통화 가능하실까요?"라고 양해를 먼저 구했다. 홍은 가능하다며 나의 이야기를 수화기너머에서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내가 궁금했던 건 그 선임 트레이너는 그때도 지금도 같은 사람인데 왜 홍의 호칭이 바뀌었는지. 홍이 당시 그를 팀장으로 앉힐 때와 지금 새로 영입한 지인을 팀장으로 교체할 때의 기준이었다. 그래서 직설적으로 물었다.
"대표님이 팀장을 시키는 기준이 뭘까요?"
그는 팀장직을 맡길 때 가장 먼저 팀원들을 관리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했다. 무엇보다 지금 상황이 몇 달 전과 또 바뀌었다고도 했다. 거기에다 기존 팀장이 스스로 팀장직이 버겁다고 먼저 자신에게 말했다는 것이다. 나는 다시 물었다. 가장 중요한 건 대표님의 팀장직에 대한 기준이 아니겠냐. 그건 바뀔 수가 없는 것이다. 내가 아는 리더십의 핵심은 '믿어주는 것'이다. 거기에 한번 믿어주면 '끝까지 믿는 것'이라고 배웠다고도 했다. 조용히 내 말을 듣던 그는 '감사합니다'외에는 별말이 없었다. 생각이 많아지면 늘 나오는 그의 반응이었다. 나는 이 정도면 되겠다 싶어서 통화를 마무리했다.
'내가 너무 많은 걸 쏟아냈나?, 그가 다 받아낼 수 있을까?'
고속도로 상행선 20여분의 통화 직후. 내심 걱정이 살짝 올라왔다. 하지만 그 순간부터 공은 분명히 홍에게 넘어가 있었다. 나는 있는 그대로 내 생각을 줄 수 있을 뿐 최종 결정과 책임은 그의 몫이다. 나는 그 후 홍에게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꺼내지 않았다. 상대방이 먼저 얘기를 하고 싶을 때까지 기다리는 '여유'가 바로 이때 필요했던 것이다. 그렇다. 한번 믿으면 끝까지 믿어 주는 것이다.
순천 고속도로 통화 2주 후
(홍)"회원님 제가 말씀 안 드렸나요?"
(영지)"네, 처음 듣는 말이에요. 많이 당황스럽네요"
(홍)"OO샘이 지난 중에 관두겠다고 통보를 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기존 남자트레이너 한 명도요..."
(영지)"샘, 진짜 괜찮으신 거죠?"
(홍)"네, 괜찮습니다. 당분간 힘들겠지만. 늘 그래왔듯이 잘 버터 보겠습니다"
(영지)"지금은 제 역할이 위로보다는, 있는 그대로를 말해주는 것 같아요"
(홍)"네, 그래주시면 너무 감사하겠습니다"
(영지)"다음 미팅 때 최근 상황들 있는 그대로 정리해서 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홍)"네, 알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