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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영지 May 08. 2019

'공무원 멘토링 모임' 어쩌다보니 시작하게 되었다

동 주민센터 시한부 시간제 근무 그 다섯 번째 이야기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최인철 교수의 행복한 삶을 위한 인생 지침서 <굿 라이프>를 읽다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삶이란 해석과 재해석의 연속이다. 순간의 경험들은 그 순간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끊임없이 재해석되고 재평가된다.


지금 지방자치 행정의 최하부 조직인 주민센터에서 시간선택제로 근무하고 있는 나. 조직의 보이지 않는 신뢰망. 그 힘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하루하루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반성하면서 작은 실천을 하고 있. 이런 것들에 대한 나름의 의미를 <굿 라이프> 에서 찾아 다시 한번 더 힘을 내어 본다. 이제 '동 주민센터 시한부 시간제근무 그 다섯 번째 이야기'를 시작하려 한다.




'의미'로 시작한 오늘의 이야기는 나름 이유가 있다. 왜냐하면 이제 3개월을 넘어선 주민센터 90년대생 후배 공직자 2명과의 멘토링이 생각보다는 잘되고 있지 않기에. 지난번 마지막 저녁 회식 이후로 두 후배와 뭔가 보이지 않는 벽이 생겨버린 느낌이다. 원인은 나였다. 내가 너무 성급하게 이것저것 해보자고 제안하고 너무 많은 것들을 한꺼번에 후배들에게 던져 놓은 것이다. 그냥 가볍게 맥주 한잔 하면서 그 친구들 마음 속 이야기만 들어줬어도 았을 텐데. 내가 너무 나간 거다.


회식 말미에 나는 조금은 신이 나서 두 후배에게 정기적인 멘토링 모임을 제안했다. 내가 그전에 다른 부서에서 만나 오랜 기간 멘토링을 해 준 후배 2명과 같은 직급의 '선배' 직원까지 5~6명이 두 달에 한 번씩 모이는 멘토링 모임을 제안한 것이다. 사실 2~3개월 후 내가 주민센터를 떠날 때를 나름 준비한 것이었다. 여기를 떠나더라도 이 친구들을 정기적으로 만나 지속적인 멘토링과 피드백을 하고 싶은 나의 바람이었다.


그날 자리에서는 둘 다 좋다고 내게 화답했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아마도 각자 집에 돌아가서 나름 고민을 했을 터. 낯선 사람들과 자기의 깊은 얘기를 해야 하는 모임이었다. 분명 그런 자리 경험이 없는 두 친구에게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남자 후배가 며칠 뒤 모임 참여를 다시 생각해 보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또 얼마 지나지 않아 여자 후배도 비슷한 얘기를 내게 털어놓는다.


'아차' 싶었다. 이건 명백하게 내가 후배들 나름의 '이해의 정도와 수용의 속도'를 고려하지 않고 나만 기대와 속도로 그 친구들을 몰아붙인 결과였다. 2~3일 동안 곰곰이 생각하다가 나는 두 친구에게 얘기했다. 이 멘토링 모임이 원래 둘을 위해 시작한 것이지만 부담이 될 것임을 충분히한다고. 그리고 나머지 직원들만이라도 모임을 시작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모임 시작의 계기가 된 둘에게 감사하다고. 하지만 둘에 대한 별도 멘토링은 계속해서 하고 싶고 언제든 편하게 다시 얘기하자 했다.


후 얼마간의 시간이 지났지만 사실 보이지 않는 서먹함이 셋 사이에 생겨버렸다. 나의 성급함이 만든 이 서먹함. 나와  후배들이 함께 풀어야 할 공통과제가 생긴 듯하다. 그래서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 한편은 무겁다. 여기까지 그간의 동 주민센터 멘티들과의 이야기다. 솔직히 많이 아쉽다. 무엇보다 나의 부족함에 대해. 왜 좀 더 기다려주 좀 더 섬세하지 못했을까.


다행히 같은 사무실에 '아침 3분 스트레칭과 스쿼트'를 도입하고 추진하는데 주도적으로 앞장서 준 나와 같은 직급의 직원 한 명이 멘토링 모임 참여를 선뜻 결정해 주었다. 그래도 운명의 신은 나를 버리지 않았다. 나머지 세 명의 공직자들 그리고 나, 이렇게 모두 5명으로 '생각하는 공무원 멘토링 모임'이 공식적으로 만들어졌다. 조금 더 빨리 가본 선배 3명과 이제 막 공직을 시작한 2명의 후배들.  친구들 이력, 나름 화려하다. 해외 유학파에 영사관 근무, 기자, IT 기술영업 등 공직 전 다양한 전문 분야에서 경험을 거치온 능력자들이다.


앞으로  다섯명이 만나서 각자의 개성과 잠재적 역량을 공직안에서 어떻게 찾아 성장시 수 있을지 전방위적으로 멘토링을 하려 한다. 선후배 관계없이 서로가 멘토가 되어줄 것이며 모든 이야기는 기록으로 길 것이다. 물론 '비판금지'와 '경청'은 모임의 기본 룰이다. 중요한 것은 다같이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속에 있다고 생각하기에 멤버들의 의견을 수시로 반영하여 바로바로 적용할 것이다. 계획은 이러하다. 하지만 현실에서의 예기치 않은 난관과 구체적 실천은 또 두고 볼 일이다. 성급함이 또 일을 그르칠까 두렵기도 하다.


사실 나머지 네 명의 '동료와 후배' 나와 상당기간 많은 대화와 함께  경험들이 있었기에 상호간 신뢰가 나름 있었던 듯하다. 그래서 내가 멘토링 모임을 제안했을 때 망설임 없이 참여를 결정했고 오히려 모임에 대한 솔직한 기대감을  표현해 주었다. 나도 공직에서 이런 멘토링 모임은 처음이라 성공여부에 대해서는 나도 궁금하다고. 함께 잘 꾸려 가보자고 솔직하게 답했다. 아직은 모든게 막막하고 안개 속이다. 무엇보다  멘티들과의 관계가 나를 다시 한번 돌아보게 한 날들이었다.

 



동 주민센터 2명의 멘티들이 빠진 '생공 멘토링 모임'. 어쩌다 보니 이렇게 시작하게 되었다. 이달 말 첫 모임을 갖게 되는 멘토링 모임동 주민센터 멘티들 그리고 또다시 고민에 빠진 나. 앞으로 2개월 남짓 남은  주민센터에서의 시간. 나는 과연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주도하는 모임을 '모두'가 주도하는 으로, 현재의 서먹함을 '신뢰의 그물망'으로 과연 나는 바꿀 수 있을까? 훗날 나는 이 시간을 어떻게 재평가하게 될까?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지만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
-찰리 채플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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