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였다니. 낭아는 침을 삼켰다. 덤불숲 근처로 어찌나 얼씬도 하지 않았던지, 도착해서야 장장 칠년 만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상한 일이었다. 낭아가 도착했을 때, 일순 나무들이 정적에 이르렀다. 나뭇잎이 사각사각 부딪히던 소리도, 새들이 저들끼리 꾀던 소리도 사라졌다. 숲에 들어서자 모든 길은 한 방향으로만 뻗는 것 같았다. 딛지 말아야 할 곳에 진흙물이 있었고 길이 되지 못한 곳엔 가시덤불이 있었다. 어릴 적 수천 갈래로 찢어져 소녀를 혼란스럽게 한 길목들은 한 방향만을 가리키고 있었다. 숲은 고요함 속에서, 조금의 드팀새도 없이 낭아를 노파에게 인도했다.
“정말 그게 다냐. 그 사람이 널 좋아하게 해달라고?”
“...네.”
노파의 성마른 물음에 소리내어 답했다. 노파가 짜증난 듯 손사래를 치자 흉하게 일그러진 한쪽 손바닥이 보였다. 문득 그 살이 지져져 나던 누린내가 맡아지는 듯했다.
“어려운 건 아니다. 당장도 할 수 있어. 그렇지만,”
노파의 눈이 가늘어졌다.
“한 번뿐이야. 그 다음에 놈의 맘이 어찌될 진 네 몫이고.”
“괜찮아요. 열심히 할 수 있어요. 일단 날 봐주기만 하면, 최선을 다할 거에요.”
“...한참 멀었구나.”
노파가 웃었다.
“그런 걸 소원이라고 비는 것도, 흰소릴 하는 것도. 인간이 다 그렇지. 소원 하나값이 얼마나 비싼질 몰라. 재수좋은 년.”
“...제가 가장 원하는 거예요.”
“네 오라비는 아직 안 왔지.”
노파가 부지깽이로 아궁이를 들척였다. 불길이 춤을 추듯 일어났다.
“첫 소원을 못 이루고도 날 찾아왔어.”
“...몰랐어요.”
“무얼?”
“당신이 진짜인 줄, 몰랐어요.”
낭아의 말에 노파가 끼릭끼릭 웃었다. 석판을 손톱으로 긁는 듯한 소리가 났다.
“네 오라비는 먼 길을 돌아오는 중이야. 사람이 오게 만드는 덴 여러 방법이 있으니까.”
“그게 무슨-”
“가거라.”
“네?”
“이제 꼴도 보기 싫어. 가.”
노파는 퉁명스럽게 말하고는 돌아앉았다. 땔감 타는 소리가 커졌다. 오래전 그날처럼, 굽은 나무들이 다시 어정쩡하게 몸을 틀었다. 머뭇거리던 낭아는 발걸음을 돌렸다. 한 발을 떼자마자 몸이 앞으로 쑥 밀려나갔다. 처음 숲에 들어설 때 그러했듯, 이번엔 숲이 노파에게서 낭아를 떨어뜨리려 애쓰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렸을 때, 노파는 여전히 아궁이를 쑤시고 있었다. 순식간에 모든 것이 가시덤불 사이로 사라졌다.
저것이 요즘 들어 왜 이렇게 잘 돕는지. 그 해 여름, 낭아의 어머니는 이웃들에게 말했다. 새참 나르는 건 물론이고 손님 응대까지 바지런하니 이제야 철들었나 싶어요.
동네 아낙들이 깔깔 웃었다. 어디, 혼처라도 알아봐? 어릴 때부터 낭아를 봐온 철물집 여자가 팔꿈치로 어머니를 찔렀다. 철들 때가 되면 치울 때가 된 건데. 낭아의 어머니는 손사래를 치면서도 은근히 목소리를 깔았다. 괜찮은 자리 있으면 알아봐주구랴.
어머니와 아낙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낭아는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양볼은 보기 좋게 물들어 있었고 이따금 곤란하다는 듯 짓는 미소가 다정했다. 혹자가 보기엔 때를 맞은 처자의 수줍음처럼 보여 아낙들은 저 곱다란 걸 보라며 한층 더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