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은 단지 공기의 진동이다.의미를 만드는 건 내 해석이다.
배는 닻이 있어야 표류하지 않는다.
파도가 아무리 거세게 밀어도,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닻이 바닥을 단단히 붙잡고 있으면 배는 제자리를 지킨다.
나는 오랫동안 타인의 말을 파도라고 생각했다.
그 파도가 나를 이리저리 흔들고, 떠밀고, 때로는 침몰시킨다고 믿었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나를 흔드는 건 파도가 아니었다.
내 안에 닻이 없었던 것이다.
말은 단지 공기의 진동이다.
성대를 떠난 음파가 공기를 타고 고막에 닿을 뿐이다.
그 자체로는 아무 힘도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진동에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사랑을 읽기도 하고,
미움을 발견하기도 한다.
위로를 듣기도 하고,
칼날을 느끼기도 한다.
말의 힘은 말하는 사람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있다.
우리는 종종 착각한다. 타인의 말이 나를 아프게 한다고.
하지만 사실은 말은 그저 문을 두드릴 뿐이고, 문을 여는 건 바로 나 자신이다.
내가 의미를 만든다는 건, 내게 선택권이 있다는 뜻이다.
누군가의 날선 말을 칼로 받을 수도 있고, 그저 바람으로 흘려보낼 수도 있다.
누군가의 침묵을 거부로 읽을 수도 있고, 평화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 선택은 오롯이 나의 것이다.
물론 쉽지 않다.
특히 사랑하는 사람의 말일수록 더 깊이 파고든다.
부모님의 한마디,
연인의 톤,
친구의 농담.
이런 말들은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을 사랑하고, 그들의 시선이 나에게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말이 무겁다고 해서,
내가 그 무게에 짓눌릴 필요는 없다.
그들의 말을 소중히 여기되,
그것이 나를 정의하도록 내버려 둘 필요는 없다.
여기에 닻이 필요하다. 내 마음의 닻.
내 안에 평화가 있으면,
폭풍은 그저 바람일 뿐이다.
평화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고요함이 아니다.
평화는 폭풍 속에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힘이다.
누군가 나를 향해 거친 말을 던질 때, 그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선택할 수 있는 자유다.
존경하던 교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상이 시끄러울수록 네 마음을 고요히 해라."
어린 나는 그 시절 그 말의 의미를 몰랐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은 알것 같다.
세상은 언제나 시끄럽다.
사람들은 계속 말을 던진다.
칭찬도, 비난도, 조언도, 험담도. 그것이 세상이다.
하지만 내 안에 평화가 있으면, 그 모든 소음은 배경음악이 될 뿐이다.
때론 귀 기울여 들을 만한 가치가 있는 말도 있고,
때론 그냥 흘려보내도 되는 말도 있다.
이제는 그 구분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조금은 생기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내 마음의 닻이 주는 선물이다.
https://youtu.be/qpgdeBtZLKA?si=rCl5ZCwyZUz0nt-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