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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종찬 Oct 11. 2015

블록체인은 이데올로기 싸움이다

Ideological battle over Blockchain

퀄컴, 삼성, 화웨이, IBM과 같은 대형 IT기업뿐만 아니라 은행, 나스닥, 뉴욕 증권거래소까지 블록체인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IT기업들은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에, 금융기업들은 장부시스템(Ledger system)에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할 것으로 보인다.


블록체인이 비트코인을 통해 세상에 나왔기 때문에, 블록체인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비트코인 유저다. 이들은 “블록체인 = 비트코인”을 외치며 블록체인에 대한 세상의 관심이 비트코인의 성공을 의미한다고 착각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비트코인은 느리고 확장성(Scalability)이 부족해 수백만 건의 거래를 감당해낼 수 없다. 또 마이닝 네트워크의 중앙화, 블록체인 블롯(Bloat), 채굴자들의 붉은 여왕 효과(Red queen effect) 등 시스템적으로 많은 문제들을 지니고 있다. 애초에 IOT와 비자카드 수준의 금융거래를 감당해낼 수 있는 스케일이 아니다. 거기다 비트코인 채굴에 들어가는 비용까지 더하면 기존 금융시스템보다 비효율적이다.


때문에 대형 기업들의 블록체인에 대한 관심은 순전히 “블록체인”에 있다. 비트코인은 안중에도 없다. 그들은 개별 블록체인(independent blockchain), 즉 유연하게 컨트롤이 가능한 분산 장부 시스템을 원한다. 오랫동안 중앙집권적 시스템을 유지해온 그들이 굳이 분권화된 시스템을 받아들일 이유는 없다. 블록체인의 장점만 이용하면 된다. 그들은 탈중앙화(Decentralization)가 아닌 분산화(Distribution)의 효율성을 원한다.  


비트코인 과격주의자(Bitcoin Maximalists)들은 이런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무정부주의적 이데올로기를 가진 이들은 탈중앙화를 외치며 금융혁신이 아닌 혁명을 원한다. 그 결과 개별 블록체인과 비트코인 블록체인의 싸움이 시작됐다.


과격주의자들이 내세우는 유일한 주장은 “네트워크 효과”다. 비트코인이 6년간 쌓아온 네트워크 효과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효율성(Efficiency)

우리는 제임스 와트(James Wat)를 산업혁명의 꽃인 증기기관의 발명가로 기억한다. 하지만 최초의 증기기관은 토마스 뉴커먼(Thomas Newcomen)에 의해 발명됐다. 뉴커먼의 증기기관은 비효율적이었다. 기관의 실린더는 지속적으로 가열과 냉각을 반복해야 했기 때문에 많은 에너지가 낭비됐다. 와트는 뉴커먼의 증기기관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었을 뿐이다.


많은 개발자들이 비트코인 채굴(Proof of Work)의 비효율성을 극복하기 위해 채굴이 필요 없는 동의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다. 코인의 소유권(ownership)으로 Sybil 공격을 막는 POS(Proof of Stake), 101명의 선출자가 블록을 생성하는 DPOS(Delegated Proof of Stake) 등, 수백억 원의 채굴 비용이 없는 더 효율적인 디지털 화폐들이 생겨나고 있다.


확장성(Scalability)

토마스 에디슨(Thomas Edison)은 전구를 발명했다. 문제는 그의 직류 전기 시스템(DC)은 “확장성”이 부족했기 때문에 먼 거리까지 전기를 보낼 수 없었다.  이때 니콜라 테슬라(Nicola Tesla)가 등장해 교류(AC) 방식을 개발했고 DC의 확장성 문제를 해결했다.


역사는 반복된다. 블록체인을 튜링 컴플릿 언어(Turing-complete language)로 만든 이더리움(Ethereum)은 한 개의 블록체인 대신 여러 애플리케이션 기반의 블록체인을 만들고 서로 소통하게 한다. 이로서 비트코인 블록체인으로는 불가능한 레벨의 스케일까지 확장할 수 있다.


크립토 커런시 세상에서 비트코인의 블록체인은 뉴커먼의 증기기관과 에디슨의 직류 시스템과 같다. 오래된 기술이라는 거다. 이제 현실적으로 바라볼 때다. 비트코인이 아닌 블록체인의 가능성에 집중해야 한다.


전통적 기관들이 원하는 것

블록체인에 관심을 갖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바로 탈중앙화(Decentralization)와 분산화(Distribution)이다. 말 그대로 탈중앙화는 중앙적 권력을 분산한다는 것이고, 분산화는 서버 또는 노드를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얼핏 들으면 같은 말 같지만 명백히 다르다.


비트코인은 탈중앙화 + 분산화된 시스템이다. 어느 기관도 비트코인을  컨트롤할 수 없다. 거래를 증명하는 채굴자(validator)들과 비트코인을 사용하는 송금/수신자(Participants)들이 익명으로 허락(permission) 없이 전 세계 어디에서든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다. 즉 비트코인은 무허가형 프로토콜(Permissionless protocol)이다.


리플(Ripple)의 경우 송금, 수신자는 허락이 필요 없지만 거래 증명자(게이트웨이라고 부름)들은 허락을 받아야 하는 반 중앙화 된 프로토콜이다. 반허가형 프로토콜(Semi-permissionned protocol)이라 부르면 될 것 같다.


전통 은행들은 탈중앙화에는 관심 없다. 블록체인을 이용해 비용을 줄이고 거래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싶어 한다. 은행 밖의 모든 금융활동을 모니터 하고 자본을 통제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거래 증명자와 송수신자가 모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여기서 거래 증명자는 은행이고 송수신자는 KYC 필수요소(Know Your Customer) 과정을 거친다. 즉 허가형 프로토콜(Permissioned protocol) 이어야 한다.


이렇게 블록체인도 여러 가지로 나뉜다. 중요한 점은 이 차이점들이 기술적 차이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실성을 감안하고 기존의 중앙적 시스템과 공존하는 방법을 택한 자들과 전통적 금융시스템을 타파하고 모든 개체가 동등한 세상을 꿈꾸는 자들의 이데올로기적 싸움이다. 분명 한 건 블록체인이 세상을 바꾸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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