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고흐 ‘해바라기’와 ‘양자중첩’

좀 어설픈 나의 생각들 006

by Quantum 김남효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를 마주했을 때, 이 그림은 내게 거대한 우주를 펼쳐 보였고, 감정이 가득한 생명체와 마주한 듯한 기묘한 느낌에 사로잡혔다.

고흐, ‘해바라기’ 1889


캔버스 위, 두껍게 쌓아 올린 물감, 노란색, 주황색, 갈색이 뒤섞인 해바라기 꽃잎의 한 부분을 들여다보면, 나는 이 색들이 서로의 존재를 침범하며 '중첩'되어 있음을 느낀다. 이 순간, 내 눈은 어떤 색이 진짜인지 결정하기를 거부한다. 노란색으로 보았다가, 이내 주황색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 색들은 내가 어떤 결론을 내리기 전까지, 모든 가능성을 품고 동시에 존재하는 듯했다.


형태 또한 마찬가지였다. 꽃잎의 명확한 윤곽선은 어디에도 없었다. 격렬한 붓 터치들은 때로는 꽃잎이었다가, 때로는 그저 배경의 일부가 되기도 했다. 내가 정신을 집중해 꽃잎을 찾으면 그제야 형태가 드러났지만, 시선을 풀면 모든 것이 모호한 경계 속으로 사라졌다. 꽃잎이라는 존재와 배경이라는 존재가 중첩된 채, 나라는 관찰자를 기다리고 있는 듯했다.


시간의 흐름 또한 그림 안에서 멈추지 않았다. 활짝 피어난 해바라기 옆에는 이미 시들어 고개를 숙인 꽃이 있었고, 그 사이에는 막 태어나기 시작한 봉오리가 존재했다. 나는 이 그림을 통해 해바라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한꺼번에 경험했다. 하나의 해바라기가 여러 시간대에 걸쳐 동시에 존재하는 기이한 풍경 앞에서 나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얼마나 상대적인지 다시금 깨달았다.


가장 놀라운 것은 감정의 중첩 경험이다. 나는 그림 속 해바라기에서 솟구치는 생명력을 느끼며 기쁨을 맛보기도 하고, 곧 시들어버릴 운명을 예감하며 알 수 없는 슬픔에 잠기기도 했다. 때로는 고흐의 격정적인 붓 터치에서 터져 나오는 분노를 감지하기도 했다. 이 그림은 행복, 슬픔, 격정 등 수많은 감정들을 동시에 품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내가 어떤 감정으로 그림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제야 하나의 감정이 확정되는 듯했다.


고흐는 이미 예술을 통해 이 우주의 신비를 직관적으로 포착하고 있었던 게 아닐까.

고흐의 '해바라기'그림은 나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이 끊임없이 변화하고 중첩되는 가능성의 세계를 체험하는 신비로운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