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설픈 나의 생각들 005
숲길은 언제나 나에게 평화를 주지만, 요즘 들어선 묘한 깨달음을 안겨준다. 어렴풋이 들은 이야기로는, 서로 비슷한 주파수를 가진 파동끼리 만나면 진동이 증폭된다던가? 뭐, 그런 복잡한 과학 이야기는 잘 모르지만, 내 마음이 숲에서 딱 그런 공명을 느끼는 것 같다.
나는 숲을 걸으며 주변 사람들의 삶을 생각한다. 뉴스에 나오는 각박한 세상 이야기, 친구들의 힘든 하루, 가족들의 소소한 걱정들. 그런 생각에 잠기다 보면 내 마음도 덩달아 무거워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숲길을 걷다 보면 그런 무거운 감정들이 숲의 파동과 만나면서 조금씩 증폭되는 대신, 오히려 위로의 파동으로 변하는 것을 느낀다. 저기 흔들리는 나뭇가지 소리가 마치 괜찮다고 속삭이는 것 같고, 졸졸 흐르는 시냇물 소리는 모든 걸 흘려보내라고 말하는 듯하다. 마치 숲과 내 마음이 공명하며 슬픔을 긍정의 에너지로 바꾸는 것 같다.
이런 경험은 메를로-퐁티 의 몸 현상학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몸은 세상을 느끼고, 해석하고, 또 반응하는 주체라고. 나는 숲을 '보는' 것을 넘어 나의 몸으로 숲을 '흡수'한다. 발바닥으로 느껴지는 흙의 부드러움, 코끝을 스치는 숲 특유의 흙냄새, 피부를 간지럽히는 바람의 시원함. 이 모든 감각이 나의 몸을 통해 들어와 나의 감성적인 측면과 연결된다.
어쩌면 나의 몸이 숲의 건강한 에너지를 받아들여 사회의 아픔과 힘겨움에 지친 내 감정을 치유하는 게 아닐까? 숲의 고요함과 생명력이 나의 내면과 만나 공명하면서, 내 안의 작은 슬픔들을 잠재우고, 대신 타인을 위로하고 싶은 따뜻한 마음을 키워주는 것 같다. 숲의 파동이 나의 몸을 통해 흐르면서, 내가 가진 부정적인 에너지들을 중화시키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증폭시켜주는 마법 같은 현상. 이건 비과학적인 이야기지만, 숲에서 느끼는 이 기분은 정말 그렇다.
나는 숲길 한쪽에 놓인 나무 벤치에 앉아본다. 눈을 감고 깊이 숨을 들이쉬어 본다. 숲의 모든 소리와 냄새가 나의 몸 구석구석으로 스며든다. 이 순간, 나는 내 마음속에 위로와 건강한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그리고 이 에너지가 나를 넘어 주변의 힘든 사람들에게도 작은 위로의 파동으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숲이 나에게 준 공명처럼, 나의 작은 위로도 누군가의 마음속에서 작은 파동을 일으키기를.
숲은 나에게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치유되고, 또 타인을 위로할 수 있는지 어리숙한 방식으로 가르쳐준다. 이 숲길을 걷는 모든 발걸음이 나 자신과 우리 사회의 건강을 위한 작은 공명처럼 느껴진다. 다음에 숲길을 걸을 때, 나는 또 어떤 위로의 파동을 만나게 될까?
김남효, ‘위로의 파동 528’ 숯, 복합 미디어,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