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어설픈 나의 생각들 002
요즘 숲을 걷는 게 습관이 됐다. 걷다 보면 복잡했던 머릿속이 좀 정리되는 기분이다. 그런데. 숲의 모든 것이 나와 묘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같은, 뭐랄까, 가끔, 문득 이상한 느낌에 사로잡힐 때가 있다
두 개의 입자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한 입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다른 입자의 상태도 즉시 결정된다는 그 기이한 양자 얽힘(Quantum Entanglement)현상 말이다.
처음 들었을 땐 공상과학 소설 같더니, 숲에서 이따금씩 그런 섬뜩한 유대감을 느낀다. 내가 발을 디딜 때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 소리가 마치 저 멀리 있는 나무의 떨림과 연결된 것처럼 느껴지고, 저기 저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부서져 내리는 순간, 내 피부도 함께 간지러워지는 듯하다. 내가 숲의 일부이고, 숲도 나의 일부인 것처럼.
메를로-퐁티는 우리가 세계를 관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우리의 몸을 통해 세계와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경험한다고 했다. 숲을 걷는다는 건 풍경을 눈으로 보는 것을 넘어선다. 흙냄새를 맡고, 바람소리를 듣고, 나뭇가지의 질감을 손으로 느끼는 이 모든 행위가 나의 몸을 통해 숲과 하나 되는 과정이다.
내가 숲길을 걷다가 문득 한숨을 내쉬면, 숲의 공기도 덩달아 움직이는 것 같고, 내가 발을 헛디뎌 균형을 잃을 뻔하면 숲의 나무들도 일제히 나를 지탱하려는 듯 꿈틀거리는 상상을 한다. 물론 이건 순전히 내 느낌일 뿐이다. 과학적 근거는 전혀 없다. 하지만 내가 숲을 느끼는 방식이 외부의 대상을 인식하는 것을 넘어서, 나의 몸 자체가 숲과 얽혀 하나의 거대한 감각 네트워크를 이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어쩌면 숲과 나 사이의 이런 미묘한 얽힘은 나의 몸이 숲의 미세한 변화를 감지하고, 그에 반응하는 아주 복잡한 과정일지도 모른다. 햇살의 온도를 느끼고, 습한 공기를 폐로 들이쉬며, 땅의 기울기를 발로 읽어내는 나의 몸이 숲과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마치 두 입자가 얽히듯 서로의 상태에 영향을 주고받는 것은 아닐까?
나는 숲길 한가운데서 잠시 멈춰 선다.
눈을 감고 숲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저 멀리서 들려오는 새소리와 나뭇잎 스치는 소리, 그리고 나의 심장 소리가 묘하게 뒤섞이는 듯하다. 이 순간, 나는 숲과 내가 서로의 존재를 알 수 없는 방식으로 느끼고 있다는 착각에 빠진다. 어설픈 생각일지라도, 숲 산책은 나에게 세상을 이해하는 또 다른 방식을 알려준다.
내가 걷는 이 숲길이 나와 얽힌 무수한 존재들이 함께 춤추는 신비로운 곳이라는 것을. 그리고 나의 다음 발걸음이 이 얽힘을 어떻게 또 바꿔놓을지 궁금해진다.
김남효. ‘양자얽힘 528 healing wave’, 20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