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화 12지신과 신인간 프로젝트

태희 양금선, 수리대독 공저

by Quantum 김남효

천산 대회의장: 우주 연합국으로의 길


광화문 광장의 허탈한 침묵

웅장했던 우주 쇼가 끝난 직후, 서울의 심장부인 광화문 광장은 순식간에 허탈한 침묵에 빠져들었다.

"어, 사라졌어!"

"분명히 있었는데! 수십 대의 우주선이랑... 3미터짜리 외계인!"

인파 속에 섞여 있던 매거진 기자들은 특종을 담으려고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지만, UFO와 외계인들은 이미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마치 이곳 상공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오직 구름만이 오락가락할 뿐이었다.

사람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 보며 방금 전의 현상이 사실이었음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급히 핸드폰으로 눌러댄 영상 그 어느 곳에도 상공의 흔적은 담겨 있지 않았다.

이 긴박하고 놀라운 현상이 실제로 진행된 시간은 채 20분도 되지 않았다.

매체들은 전대미문의 현장을 생중계할 기회를 놓쳤고, 광장의 인파는 공허함과 허탈감 속에 서로의 눈과 귀를 의심했다.


공로방, 희망의 열쇠를 잡다

반면, 공로방 안은 침묵 속에서도 감격과 환희로 가득 차 있었다.

시우는 가슴이 터질 듯한 기쁨을 감출 수 없었다. 우주 회의장 이후 가슴 조였던 모든 불안감이 오늘 상두님과 할머니의 친애하는 대화 현장으로 인해 눈 녹듯 사라졌다. 지구의 미래에 대한 '희망의 열쇠'를 받은 것만 같았다.

화면 속에서 상두님은 할머니와 훈훈한 대화를 마친 후, 서로 손을 잡고 가벼운 포옹으로 작별 인사를 나누셨다.

"유니톡(Younitok), 또 만나세."

상두님은 할머니의 닉네임을 나지막이 부르며, 마치 시우와 공로방 모두에게 인사를 건네는 듯 화면 안으로 사라져 갔다.

'유니톡'. 할머니의 닉네임. 그 이름만으로도 시우는 할머니의 무게를 다시 한번 실감했다.

상두께서 화면에서 사라짐과 동시에 광화문 상공의 우주선과 웅장했던 장치는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음악, 빛의 향연, 모든 것이 광풍에 휩쓸려 일시에 제거된 듯했다.

하지만 공로방에는 새로운 긴장감이 감돌았다.


안도감은 잠시, 이제 대제(大題)인 지구가 우주 연합국의 일원으로 인정받기 위한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었다.

우주국 대다수가 지구를 꺼리는 여러 사안을 상두님을 통해 알고 있었던 할머니는, 곧바로 행동에 나서야 함을 직감하셨다.

"이제 시작이야." 할머니가 나지막이 읊조리셨다.


수리대독, 할머니의 계획, 2025


'침묵의 연대기'를 열다: 여성 수장 회의

할머니는 지구 전체의 화합을 위한 선제적 과정으로 모태계 시대의 수장들과의 회합을 계획하고 계셨다. 인류 문명권 역사의 대화합의 장, 곧 '대 우주연맹국 가입 기원 창설 회의'를 열기 위해서였다.

"할머니, 이제 어떻게 하시려는 거예요?" 시우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할머니는 공로방 전원을 둘러보며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지구가 우주 연합국의 일원이 되려면, 먼저 우리 내부의 '침묵의 연대기'를 깨고 화합해야 한다.

가장 첨예한 문제, 바로 역사의 갈등과 문명 간의 전쟁사! 이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해!"

"가장 먼저, 모태 사회 지도자 회의를 진행한다!" 할머니의 목소리는 힘찼다.


공로방 전원은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하게 움직였다. 회의를 진행할 장소의 건축, 우주선 이착륙장 및 시설 설계 등 복잡한 문제가 산적했다.

할머니는 곧바로 결정을 내리셨다. "성좌 하백님을 총감독 겸 상임으로 추대하여 설계 및 건축의 전반적 과정을 위임하겠다!"

할머니의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진 듯,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부감독으로는 성 제우스, 악티노스 별님, 칼리크라데스 별님, 지가님 등이 결정되었다. 그리고, 풍이, 이장, 박자청, 정도전, 정약용이 함께 하였다. 할머니와 성좌 하백님, 성 제우스 간에 결정에 있어서서로간 공감대가 형성되었다.


"시우야, 너에게 중요한 임무가 있다." 할머니는 우주소녀 를 불렀다. "이 옥패 여덟 첩의 내용을 이제 공개하마. 이것이 바로 상두님과 내가 수차례의 교신으로 결정지은, 지구가 대우주 연합국으로 진출할 수 있는 비책이다."

시우의 심장이 다시 조마조마하게 뛰기 시작했다.

우주 회의장에서 상두님이 건네주신 바로 그 옥패였다!


옥패 8첩, 지구의 비책

할머니는 옥패의 내용을 하나씩 읊으셨다.

- 모태 시대의 매개 역할: 여성 리더십을 통한 화합의 시작.

- 화합·문명 갈등 및 전쟁사: 역사의 상처를 치유하고 대화합의 초석 마련.

- 년대별·왕조·전체 시대: 모든 시대와 문명을 아우르는 통합.

- 권력·국토·약탈·인간의 존엄성 말살: 인류 역사의 어두운 면에 대한 성찰과 회복.

- 이념 체제 전쟁: 현대 사회의 분열과 갈등 종식.

- 문명·문화 역사의 오기·사기: 왜곡된 역사를 바로잡는 진실의 장.

- 각 년대 시대별 화합: 다양한 문명의 연대를 구축.

- 우주 연합국 모색 합의: 지구국의 최종 목표.


"이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할머니는 벅찬 표정이었다.

회의 장소는 천산(天山), 하늘과 맞닿은 구름 위의 수십만 평 부지로 결정되었다.

"천산 회의에 초대될 명단이다."


할머니는 명단을 펼쳐 보였다.

고대의 여신들(삼신할매, 마고할매, 소서노), 역사적 여성 위인들(선덕여왕, 신사임당), 수메르의 여신들(인나나, 쿠바바) 등이 포함된 명단은 압도적이었다. 또한 인류 문명사의 증인들인 화석상들(호모인, 루시 등)과, 공자, 맹자, 노자 등의 참관 신들도 초청되었다.

"성좌 하백님! 이 거대한 프로젝트의 총감독으로서, 천산에 우주적 의미를 담은 대회의장을 건설해 주십시오! 한국의 정원, 청사초롱을 이용한 다과의 정원 등을 추가하여, 지구와 우주의 화합을 상징하는 공간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할머니는 힘주어 말씀하셨다.

할머니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공로방 전원은 드디어 지구를 우주 연합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뜨거운 흥분과 조마조마한 사명감에 사로잡혔다.


천산 위, 구름 속에 가려진 대회의장의 초대형 건축물의 완공의 날만을 대기하며,

그들은 새로운 시대의 문을 열 준비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