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민(址旻) 동서양디자인연구소
몸 현상학적 관점에서 본 그림책의 보편적 전달력: 전생애적 체화와 실존적 기투 분석
The Universal Communicative Power of Picture Books from a Somatic Phenomenological Perspective: Analysis of Lifespan Embodiment and Existential Engagement
지민(址旻) 동서양디자인연구소
김남효 박사
Jimin East West Design Lab, Dr. Namhyo kim
I. 서론: 그림책 읽기의 현상학적 재인식
1.1. 문제 제기 및 연구 배경: 그림책 전달력에 대한 기존 접근의 한계
그림책은 유아 교육 및 아동 문학의 핵심적인 매체로 인식되어 왔으나, 그 전달력과 교육적 효과를 분석하는 기존의 연구들은 주로 언어 발달이나 인지적 표상 학습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독서 경험을 이성적 사고나 심리적 변화의 결과로 국한함으로써, 그림책이 가진 시각적, 촉각적, 공간적 특성이 독자의 신체적이고 전-반성적(pre-reflective)인 경험에 미치는 원초적인 영향을 간과하는 한계를 내포한다. 예를 들어, 독서 활동 과정에서 참여자들이 경험하는 긍정적인 상호 작용, 등장인물과의 정서적 동일시, 그리고 카타르시스를 통한 통찰 등의 현상은 단순히 심리적 기제가 아닌, 독자의 존재 전체가 관여하는 깊은 차원의 변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본 보고서는 이러한 기존 접근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림책의 전달력을 독자가 세계와 관계 맺고 자아를 실현하는 실존적 매개체로 재해석하는 이론적 기반을 제시한다. 그림책은 더이상 텍스트나 이미지가 아니라, 독자의 몸이 직접 지각하고 반응하며 자신의 삶을 투영하는 역동적인 '장(場)'으로 간주되어야 한다.
1.2. 메를로-퐁티 몸 현상학의 도입 필요성
그림책의 전생애적 전달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본 연구는 모리스 메를로-퐁티(Maurice Merleau-Ponty)의 몸 현상학을 핵심 철학적 기반으로 도입한다. 메를로-퐁티는 인간을 이성적 사고와 신체가 분리된 존재로 보는 데카르트적 심신이원론의 한계를 비판하며, 몸을 지각하는 주체이자 존재의 통일체로 파악한다.
메를로-퐁티의 관점에서, 몸은 생리학적 인과 관계나 욕동의 결과가 아닌 존재의 표현으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 이론적 틀은 그림책 독서 시 발생하는 정서적 동일시와 통찰 을 독자의 고유한 몸(le corps propre)이 세계와 재접촉하는 '체화 인지(Embodied Cognition)'의 결과로 설명할 수 있게 한다. 그림책을 통해 독자에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언어적 표상을 넘어, 몸에 각인된 경험과 감각을 직접적으로 불러일으키는 체화 기제를 통해 작동하는 것이다.
1.3. 보고서의 구성 및 연구 범위 (유아-성인 전 연령대)
본 보고서는 먼저 메를로-퐁티 철학의 핵심 개념인 '몸-주체', '지각의 현상학', 그리고 '살(Flesh)'을 통해 그림책 독서의 이론적 프레임워크를 확립한다. 다음으로, 전 연령에 걸쳐 보편적으로 작동하는 그림책 경험의 체화 기제를 규명하며, 핵심적인 전달 속성인 '접촉'과 '변화'의 의미를 심층 분석한다. 이후, 유아기(체화의 발현), 청소년기(정서적 동일시), 성인기(실존적 성찰)의 세 발달 단계별로 그림책이 미치는 구체적인 영향과 실증적 근거를 제시하고, 마지막으로 현상학 기반의 그림책 치유 프로그램 적용 방안을 제언한다.
II. 메를로-퐁티 철학의 핵심: 지각, 몸, 그리고 세계
2.1. 심신이원론 비판과 '몸-주체(Body-Subject)' 개념
메를로-퐁티는 몸을 이성이나 심리적 표상의 도구가 아닌, 세계를 향한 지향성을 가진 주체로 정의한다. 그의 철학에서 섹슈얼리티가 사물의 대상이 아니며, 신체의 특정 부분으로 지역화되지 않는 것처럼 , 몸 역시 단순한 생리학적 인과 관계나 욕동의 결과가 아닌, 존재의 통일체에 속하는 인간의 고유한 특징이자 존재 자체의 표현이다.
몸-주체는 의식과 신체가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을 때 비로소 의미를 가진다. 철학에서 신체가 생략되거나 의식만이 다뤄지는 것은 인간학에 있어서 근본적인 문제점을 야기하는데, 메를로-퐁티는 몸을 주제로 놓고 철학을 전개함으로써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했다.
2.2. '지각의 현상학'과 '고유한 몸(Le Corps Propre)'의 의미
메를로-퐁티의 대표작 『지각의 현상학(Phenomenologie de la perception)』을 배경으로 하는 몸 철학의 핵심 개념은 '몸의 고유성'이다. 인간은 이성적 사고를 하기에 앞서 몸을 통해 세계를 만난다. 따라서 몸은 우리의 삶을 드러내고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나타날 때 비로소 고유한 몸으로 인정된다. 이 고유한 몸은 세계에 대한 우리의 지각을 구성하며, 이 지각은 객관적 지식이라기보다는 몸이 세계에 투사하는 원초적인 '의미'를 포함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그림책 독서는 독자가 인지적 틀을 내려놓고 그림책의 세계에 현존(Presence)하는 경험을 유도한다. 이는 성인의 몸 활동 학습 경험 유형 중 하나로 도출된 '현존하는 마음 비움형' 과 깊이 연결된다. 독자가 인지적 해석 이전에 그림책의 감각적 리듬과 공간에 온전히 몰입하는 순간, 그 경험은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몸-주체가 세계와 즉각적으로 관계 맺는 지각적 활동이 된다.
2.3. 존재의 표현으로서의 '살(Flesh)'과 '체화(Embodiment)' 기제
메를로-퐁티 후기 철학의 주요 개념인 '살(La Chair)'은 주체와 객체의 이분법을 넘어선 원초적인 존재론적 매질을 의미한다. 그림책 독서에서 '살'의 개념은 독자와 그림책 세계 간의 간주체성(Intersubjectivity) 발생 근거를 제공한다. 독자는 그림책을 '몸으로 읽기(Reading Picturebook with Flesh)' 를 통해 내용을 인지적으로 이해하는 것을 넘어, 그림책의 시공간과 하나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림책의 체화 기제는 독자의 몸에 각인된 '오래된 몸틀 이야기'를 불러일으키고 재생산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는 기존의 그림책 읽기 방식과는 전혀 다른 접근으로, 독자의 몸마음의 개별 반응을 천천히 따라가며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게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는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책 속으로 여행하는 듯한 상상에 젖는 경험(상징적 공간 여행)을 한다.
III. 그림책 경험의 보편적 체화(Embodiment) 기제
3.1. 그림책의 시각적/촉각적 자극과 감각의 회복, 확장, 통합
그림책은 텍스트 중심의 문학 매체와는 달리, 이미지를 통해 독자의 지각을 다각도로 자극한다. 독자는 책의 크기, 종이 질감, 색채,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는 행위 자체를 통해 시각, 촉각, 그리고 운동 감각을 동시에 체험한다. 이러한 경험은 독자에게 내재된 원초적 지각 경험을 불러일으켜, 일상생활에서 둔화되었던 감각의 회복, 확장, 그리고 통합을 촉진한다.
이러한 지각의 통합은 그림책 독서가 일종의 '몰입의 순간' 으로 이어지게 만드는 핵심적인 현상학적 과정이다. 몰입은 독자가 외부의 인지적, 사회적 틀을 잠시 비우고 그림책의 세계에 완전히 현존하도록 이끌어,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닻을 내리고 정박하기' 의 단계로 진입하게 한다.
3.2. '그림책 몸으로 읽기(Reading Picturebook with Flesh)'의 작동 원리
그림책 심리학에서 제시하는 '그림책 몸으로 읽기'는 독자가 그림책을 경험하는 기존의 인지적 틀을 넘어서, 자신의 고유한 몸마음의 개별 반응을 따라가며 뜻밖의 발견을 하는 과정이다. 이 접근법은 독자가 책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경이로운 "Aha' 체험"을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러한 체험은 독자의 내면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거나, 자신이 원하는 이야기들을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내는 과정을 포함한다. 이 과정에서 독자의 몸은 언어화되지 않은 앎(not yet articulated knowing)을 표현하는 매체가 된다. 그림책은 메타포와 내러티브를 통해 이 미결정된 앎을 표상화할 수 있는 안전하고 상징적인 공간을 제공한다.
3.3. 표상 모드와 정서 반응: 그림과 글이 신체에 미치는 영향
그림책은 다양한 표상 모드를 통해 독자의 정서 반응을 유발하며, 이는 궁극적으로 심리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독서치료 연구에서 나타났듯이, 참여자들은 등장인물의 행동 및 상황에 정서적으로 반응하여 '동일시'와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통찰하는 과정을 경험한다. 이러한 정서적 반응은 메를로-퐁티의 간주체적 '살' 개념이 확장되어 타자의 경험을 독자의 몸 안에서 대리 체험하는 체화 과정이다.
그림책의 은유(Metaphor)는 독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핵심 기제이며 , 무의식적인 내면의 이야기를 언어적, 시각적으로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자기 안의 이야기를 찾아 새로운 내러티브로 나아갈 힘과 에너지를 얻게 된다.
3.4. 그림책 전달력의 근본 속성: 실존적 기투의 상징적 체화
성인 독서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그림책 읽기의 근본적인 속성이 '접촉(contact)'과 '변화(changes)' 라는 점을 분명히 드러낸다. 메를로-퐁티에게 몸은 항상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실존적 기투(Existential Project) 의 장이다. 그림책은 독자가 다양한 실존적 기투를 하는 존재(등장인물)들이 지닌 에너지와 상징적으로 접촉할 수 있도록 하며 , 이 접촉은 독자 자신의 삶에 작은 변화를 가져다준다.
이러한 분석은 그림책이 독자의 현재 실존적 기투를 재구성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상징적 체화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림책은 독자가 외부의 인지적 틀을 비우고(현존하는 마음 비움형), 그 속에서 자신의 기투를 직면하고 성찰하며 , 궁극적으로 실존적 방향을 점검하고 수정하는 현상학적 거울 역할을 수행한다.
현상학적 관점에서 본 그림책 전달력의 구성 요소
IV. 연령대별 몸 현상학적 분석 I: 유아 및 학령전기 (체화의 발현)
4.1. 유아기 몸틀(Bodily Schema)의 형성 및 발달적 특징
유아기는 메를로-퐁티가 말한 '몸틀(schema corporel)'이 세계와의 감각-운동적 관계 속에서 가장 활발하게 형성되고 확장되는 시기이다. 몸틀은 신체 구조에 대한 인지가 아니라, 세계를 향한 움직임의 잠재성을 포함한다. 그림책은 유아의 이러한 원초적 지각과 움직임에 직접적으로 개입하여 전인적 발달을 촉진하는 데 이상적인 매체가 된다.
4.2. 그림책 활용 신체표현활동의 체화 효과: 전인적 발달 증진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표현활동은 유아의 전인적 발달에 현상학적으로 유의미한 효과를 미치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첫째, 창의적 신체표현능력 향상이다. 그림책을 기반으로 한 활동을 수행한 집단은 통제집단보다 창의적 신체표현능력에서 유의미하게 높은 점수를 나타냈는데, 이는 동작의 다양성, 방향성, 시간성, 흐름변화, 표현성 등 모든 하위 요소에서 향상을 보였다. 유아들이 그림책 내러티브를 몸으로 재현하는 과정은, 그들이 자신의 몸을 새로운 방식으로 지각하고 운동 감각적 잠재력을 확장했음을 시사한다.
둘째, 자아개념 및 주의집중력 증진이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표현활동은 인지적, 사회적, 정서적 자아뿐만 아니라, 특히 신체적 자아를 포함하는 전반적인 자아개념을 유의미하게 향상시켰다. 메를로-퐁티에게 몸은 세계를 향한 우리의 고유한 존재 방식이기 때문에 , 유아기 그림책 활동이 신체적 자아를 향상시킨다는 것은 단순히 운동 능력을 기르는 것을 넘어, 자신의 몸을 긍정적으로 지각하고, 그 몸을 통해 타인/세계와 상호작용하는 능력을 기르는 현상학적 존재의 기초를 확립하는 과정임을 의미한다. 또한, 이러한 신체 활동은 유아의 주의집중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는데 , 이는 그림책이라는 매개가 몸을 활용한 활동에 대한 강렬한 내적 동기와 지향성을 부여했기 때문이다.
셋째, 정서지능 및 언어능력 증진이다. 그림책을 활용한 신체놀이 활동은 유아의 언어능력과 정서지능에서도 유의미한 향상을 보여주었다. 이는 몸의 움직임과 감정의 표현이 언어적 표상과 분리되지 않고 통합적으로 발달하며, 몸의 체화된 경험이 언어 능력 발현의 근간이 됨을 현상학적으로 입증한다.
4.3. 사례 분석: 움직임을 유발하는 그림책과 신체적 공명
유아기의 그림책 선정 기준은 운동 감각(Kinesthetic sense)을 직접적으로 자극하며, 따라 하기 쉽고 반복적인 동작이나 변형을 유도하는 그림책이 효과적이다. 전달 기제는 그림 속 대상과의 직접적인 몸의 동일시를 통해 창의적 신체표현 능력을 발현시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동물의 움직임을 흉내 내거나 감정을 몸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그림책은 유아의 몸틀을 활성화하고 세계에 대한 능동적인 지각을 촉진한다.
V. 연령대별 몸 현상학적 분석 II: 청소년 및 성인기 (체화의 성찰 및 통합)
5.1. 청소년기 자아 정체성 위기와 심리적 공간으로서의 그림책
청소년기는 자아 정체성 확립과 급격한 신체적, 심리적 변화를 겪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는 자기 이해와 정서 조절 능력이 중요하며, 그림책은 상대적으로 비위협적이고 상징적인 '공간'을 제공하여 이러한 과정을 지원한다.
연구 결과, 그림책을 활용한 독서치료 프로그램이 중학생의 자아존중감 향상에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 독자는 그림책의 등장인물이나 상황에 정서적으로 반응하여 '동일시'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체화 과정을 경험한다. 이 과정을 통해 심리적 변화와 통찰이 발생한다. 이러한 현상은 메를로-퐁티의 '살(Flesh)' 개념과 연결된 간주체적 공명의 결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청소년이 타자의 실존적 경험을 자신의 몸 안에서 대리 체험하며 정체성을 탐색하도록 돕는다.
5.2. 성인의 그림책 독서 경험: 몸 활동 학습경험 유형
성인에게 그림책 독서는 전인적 성장을 위한 평생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활용되며, 자기 성찰과 통합을 지향한다. 성인의 몸 활동 학습경험에 대한 연구에서 도출된 네 가지 유형 중, 그림책 독서와 특히 깊이 관련되는 유형은 '정리와 평온을 추구하는 성찰형'과 '활기 넘치는 삶의 주체형'이다.
'성찰형' 독자들은 그림책을 통해 내면의 혼돈을 정리하고 평온을 추구하는 내면적 체화를 경험하며, '주체형' 독자들은 자신의 삶을 능동적으로 드러내고 새로운 실존적 기투를 준비하는 외향적 체화를 경험한다. 그림책은 성인 독자가 이성적 사고 이전에 몸을 통해 세계와 만나고 , 자신의 주관성을 유형화하는 데 기여하는 중요한 매개체가 된다.
5.3. 성인 독자의 실존적 기투와 '접촉' 및 '변화'의 속성
성인의 그림책 읽기 체험에 대한 현상학적 연구는, 이 경험이 경직되었던 몸의 이완과 새로운 실존적 가능성의 획득으로 이어진다는 것을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체험된 신체 (Experienced Body)의 변화 과정은 전형적인 치유의 현상학적 여정을 나타낸다. 독서 체험은 '따뜻한 물에 녹기 시작한 몸' 으로 시작하여, 내적 안정을 찾는 '닻을 내리고 정박하기'를 거쳐, 억압된 몸틀을 벗어나 자유로운 가능성을 탐색하는 '자유로운 유영' 으로 나아간다. 이는 독자의 몸틀(Body Schema)이 이완되고 안정감을 회복한 후,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실존적 기투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의 현상학적 표현이다.
그림책 심리학에서는 독자가 '자신만의 오래된 몸틀 이야기'를 발견하고, 이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새롭게 써나갈 힘을 얻는 것이 중요하게 강조된다. 성인 독서에서 그림책은 과거의 경험과 '미결정된 앎'을 불러일으켜 재경험되게 함으로써 , 현재의 고유한 몸과 과거의 경험을 통합하고 존재의 통일성을 복원하는 역할을 한다. 즉, 그림책은 외상 후의 현상학적 과정을 거쳐 낡은 프레임을 깨고 미래로 향하는 새로운 기투를 가능하게 하는 매개체이다.
5.4. 사례 분석: 독서치료에 활용된 그림책과 심리적 통찰
성인 독서치료에서 효과적인 그림책은 고유한 정서적 메타포가 강하고, 독자의 경험을 투사할 수 있는 상징적 공간을 제공하는 내러티브 중심의 그림책이다. 이러한 그림책은 독자가 기존의 인지적 '틀'을 깨고 , 자신의 내면 이야기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예를 들어, 그림책 심리학 과정에서 활용되는 '점그림책'은 내면의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거나, 독자가 원하는 이야기를 자기도 모르게 만들어내게 함으로써 예상치 못했던 예술적 치유 경험을 가능하게 한다. 이러한 예술 치유는 아직 언어화되지 않은 앎을 몸의 감각으로 찾아내고 , 이를 새로운 표상으로 구체화하는 체화의 한 형태이다.
VI. 현상학적 그림책 치유 프로그램 및 적용 제언
6.1. 그림책체화과정 (PDFS)의 구조와 '몸그림책', '점그림책'의 역할
그림책 심리학에 기반한 '그림책체화과정(PDFS)'은 그림책을 경험하는 기존의 틀을 넘어 독자의 몸마음 개별 반응을 탐색하는 데 중점을 둔다. 이 과정은 일반적으로 '내 안의 이야기 발견하기(첫 그림책 과정)', '점그림책으로 나의 이야기 찾기', 그리고 '몸의 감각으로 이야기 찾기(몸 그림책 과정)'의 흐름으로 진행된다.
'첫 그림책 과정'은 '그림책 몸으로 읽기'를 기본으로 하며, 독자가 그림책 읽기와 관련된 지각적 요소와 인지적 요소를 심리학적 관점에서 체험하고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도록 돕는다. 이 과정의 핵심은 미결정된 앎(not yet articulated knowing)의 세계를 탐색하게 하는 데 있다. 점그림책 만들기는 내면의 이야기를 무의식적으로 표현하게 하거나 , 몸그림책 과정은 몸의 감각을 통해 이야기를 찾게 함으로써, 독자가 경직된 자기 안의 틀을 깨고 새로운 내러티브를 써 나갈 힘을 얻도록 한다.
6.2. 전 생애를 아우르는 그림책 선정 및 활용 원칙
몸 현상학적 관점에서 그림책을 선정하고 활용할 때는, 교육적 주제나 줄거리의 교훈에 국한되어서는 안 된다. 가장 중요한 기준은 지각적 자극의 강도, 상징적 공간의 깊이, 그리고 동작성 및 감각성의 유발 정도이다.
그림책은 독자에게 '접촉'과 '변화'를 유발하는 실존적 에너지와의 연결고리를 제공해야 한다. 유아에게는 즉각적인 신체 반응을 유도하는 그림책, 청소년에게는 깊은 정서적 동일시를 일으키는 간주체적 메타포를 담은 그림책, 그리고 성인에게는 자신의 오래된 몸틀 이야기와 실존적 기투를 투사할 수 있는 은유 중심의 '첫 그림책' 유형이 효과적이다.
제프김의 그림책 <꽃을 사랑한 호랑이, 유오>, 2025
6.3. 사례 분석: 감성과 철학적 사유의 그림책
제프김의 그림책 <꽃을 사랑한 호랑이, 유오>는 주인공 유오('부드러움 속에서 깨달음을 얻는 존재')를 통해 가장 강한 존재가 가장 부드러운 감각을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깨어나는 현상학적 과정을 제시한다. 유오가 날카로운 발톱을 숨기고 흙의 따스함, 꽃의 향기, 빗방울의 떨림을 온몸으로 느끼는 과정은 독자에게 '나의 몸이 지금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던지며, 이는 감각적 자극의 강도를 높인다. 특히, 그의 눈물은 '몸이 기억을 흘리는 방식'이며, 시들어가는 꽃의 마지막 숨결을 기억하는 모습은 영원이 아닌 피고 지는 순간의 진정성을 탐구하는 실존적 사유를 제공한다. 따라서 이 그림책은 어린이에게는 생명의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끼는 가슴 벅찬 감성을, 성인에게는 잊고 살았던 자신의 몸과 감각을 통해 삶의 단단한 중심을 찾는 깊은 철학적 사유를 선사함으로써, 몸 현상학적 기준을 충족시키는 효과적인 매개체임을 입증한다.
6.4. 교육 현장과 치료 현장에서의 몸 현상학적 독서지도 방안
몸 현상학적 독서지도는 그림책 내용을 해석하는 것을 넘어, 독자의 신체적 반응과 경험을 존중하고 탐색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치유적 활용 면에서는, 독서치료 전문가들은 참여자 개인이 등장인물과 정서적으로 동일시하고 통찰에 이르도록 촉진하는 긍정적인 상호 작용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그림책을 통해 외상 후의 현상학적 과정을 거쳐 성장(PTG)을 이루는 힘을 얻는 것은 , 몸에 새겨진 경험을 직면하고 새로운 의미로 재구성하는 치유의 과정이다.
교육적 활용 면에서는, 유아 교육 현장에서의 신체표현활동과 연계하여 인지 발달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자아개념 향상, 특히 신체적 자아의 긍정적 확립을 위한 효과적인 교수-학습 방법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림책을 매개로 한 몸 활동은 유아가 자신의 존재 기반을 튼튼히 다질 수 있도록 돕는다.
VII. 결론: 몸 현상학적 통합과 그림책 전달력의 재조명
본 보고서는 모리스 메를로-퐁티의 '몸 현상학'을 기반으로 그림책의 전달력이 유아부터 성인까지의 독자에게 미치는 보편적이고 실존적인 영향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였다. 그림책의 전달력은 연령을 초월하여 독자의 '몸-주체'에 작용하는 보편적 현상학적 기제를 통해 구현된다. 이는 이성적 이해 이전에 지각의 통합을 유도하고, 삶의 의미와 방향을 재구성하는 실존적 기투와 상징적으로 접촉하게 만드는 과정이다.
유아기에는 신체적 자아와 운동 능력의 발현을 통해 존재의 기초를 확립하며, 청소년기에는 간주체적 공명을 통해 정서적 동일시와 카타르시스를 경험한다. 성인기에는 '첫 그림책 찾기'와 같은 성찰적 과정을 통해 경직된 몸틀을 이완시키고 '접촉'과 '변화'라는 근본 속성을 통해 실존적 통합을 이룬다. 전 생애적 발달 단계에 따라 체화의 초점은 변화하지만, 그림책이 독자에게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새롭고 경이로운 'Aha’ 경험'을 유도하는 근본적인 원리는 동일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분석은 그림책 연구 분야가 인지-언어적 관점의 편향을 해소하고, 몸/체화 인지 관점의 중요성을 인지해야 함을 시사한다. 그림책은 교육 도구가 아닌, 독자가 자신의 고유한 몸을 발견하고, 아직 말해지지 않은 앎을 표현하며, 궁극적으로 새로운 실존적 내러티브를 써 나갈 힘을 부여하는 강력한 실존적 치료 매체로 재조명되어야 한다. 향후에는 현상학적 방법을 활용하여 구체적인 그림책 제목별 체화 기제를 탐구하는 후속 연구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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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민 (址旻) 동서양디자인연구소
김남효 박사
Jimin East West Design Lab, Dr. Namhyo kim
pratt95@naver.com
김남효 박사(Dr. Namhyo Kim)는 대한민국의 화가이 자 건축학자, 그리고 양자파동아트(Quantum Wave Art)의 아티스트로,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 ute)에서 디자인 석사, 홍익대 동양화 석사, 연세대에 서 MBTI & 건축 박사학위를 받고 교수, 연구, 작품 활 동했으며, 대한민국 미술대전 서양화부문 우수상, 문 인화부문 최우수상, 중앙회화대전(중앙일보주최) 서양 화 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은 Quantum Wave Art Series 와 Eye Contact, 등 이며, QWAF 양자파동예 술가포럼 대표이며, 에세이, 회화, 미디어아트 작업을 하고 있다. 종로미술협회 교육위원장, 지민(址旻) 동서 양디자인연구소 대표로 활동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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