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을관계

by 장은기

며칠전 난 갑질다운 갑질을 당했다.

살면서 지금까지 난 갑보다는 을쪽이었고 종종 갑질을 당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며칠전 당한 갑질에는 심히 마음을 다쳤다.

아마 요즈음 내 마음이 유약해진 때문이리라.


내가 살아온 시대와 방식을 기준으로 할때,

영업관계에 있어서 돈을 지급하는 사람은 갑, 돈을 받는 사람은 을이다(물론 정치인들 중 뇌물을 공여받는 사람은 예외이겠지만).

아직까지 한국사회에서는 남자가 갑, 여자가 을이다.

부부관계에 있어서는 남편이 갑, 아내가 을이다(적어도 내 기준으로...).

결혼해서 살아보니 아직까지는 그래도 시댁이 갑, 친정이 을이다.

당연하겠지만 직장생활에서는 사장이 갑, 사원이 을이다.


등 등 여러가지 관계에서 어쩔수 없이 갑을관계가 형성된다. 안타깝게도...


나는 변호사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의뢰인들로부터 종종 갑질을 당한다.

하지만 우리는 돈을 지급받아야 하고 또 일개 직원이기 때문에 이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려고 노력해 왔고, 의뢰인들의 답답하고 힘든 심경을 알기에 성심을 다해 응대하려고 노력 중이다.


며칠전의 의뢰인은 아마도, 자신이 무엇때문에 우리 사무실에 사건을 의뢰해야 했는지 속사정을 내가 잘 알기때문에 자격지심에 그렇게 행동했을지도 모른다.


집에가서 자려고 누웠을 때 까지도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눈시울까지 적셨는데 문득 그런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누군가에게 갑질을 하며 살아오지 않았나, 그러면서도 상대방이 마음을 다친 것을 깨닫지도 못하고 돌아보지 않으며 살아온 것은 아닐지...


나아가, 나보다 조금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홀대하며 살고 있지는 않은지...


그 의뢰인도 분명 나의 행동 무언가에 화가 났을 것이고 자신의 행동이 상대방에게 어떤 상처를 주는지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보니 마음이 편해졌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