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난감 사용법

by 장은기

아버지가 나에게 장난감을 사주신 것은 초등학교 1학년 때이다.

우리집은 가정형편이 어려웠고 아버지의 벌이도 시원찮은 데다가 아이들도 6남매씩이나 되다보니 장난감을 가진다는 것은 꿈도 못꿀 일이었다.


어릴적 난 제법 똑똑했던 모양이었고 아버지는 내가 언니들 어깨너머로 한글을 익혀, 초등학교 입학 전에 따로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혼자 한글을 깨친 것을 대견해 하셨던 것 같다.




동네 입구에 있는 문구점 진열장에는 각종 소꿉놀이셋트, 인형, 예쁜 문구류 등이 진열되어 있었는데, 난 학교에서 돌아오는 길에 그 문구점 밖 진열장 앞에 서서 오랬동안 그 예쁜 것들을 한없이 들여다보며 머릿속에서 놀이를 했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아마 지나가는사람들이나 문구점 주인은 참 이상한 아이라고 생각했을 것도 같다.


학교에 입학해서 첫 시험(그때는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 다달이 월말고사를 치렀다)에서 나는 모든과목에서 '수'를 받아왔던 것으로 기억한다.

아버지는 내딸이 천재라고 믿었던 것 같다. ㅠㅠ 그리고 나에게 갖고싶은 것을 말하라고 하셨다.

나는 공부를 잘한 덕분에 다른 형제자매들이 갖지 못한 특별 선물을 가지게 된 것이다!

어쨌든 난 평소 너무나도 갖기를 열망했던 인형(그때는 그것을 '마론인형'이라고 했다. 지금으로 치면 바비인형이나 제니인형쯤 될까?)을 선물받았다.


그 인형을 나는 거의 중학생이 될때까지 가지고 놀면서 조각천으로 옷을 만들어 입히고, 목욕을 시켰으며, 뜨개질을 하여 모자와 목도리를 씌워주었다.

그 인형이 언제, 왜 나의 손을 떠났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도 너무 낡아서 버린 것이리라.


그것이 아버지가 나에게 사주셨던 유일한 장난감이 되었다.

아버지는 나에게 인형을 사주셨던 그해 6월 우리를 버리고 시골로 내려가셨다가, 내가 중학교 2학년때 엄마가 짊어지기에 다소 무거운 빚을 안고 돌아오셨다.


그 이후로 오랫동안 나는 아버지를 미워했다. 사실 그 이후로 돌아가신지 20년이 넘은 지금까지, 난 아버지를 미워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이제 그때의 내 부모님들보다 나이를 먹었다.

결혼하여 아들하나 딸하나를 키웠고 그 아이들이 벌써 대학생이 되었다.


아이들이 어렸을때 난 아이들의 장난감 구입에 욕심을 부렸다. 당연히 내가 가지지 못했던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이다.


아들은 레고, 변신로봇, 팽이, 공룡피규어 등등... 딸아이에게는 내가 가지고 싶었던 인형이나 소꿉놀이셋트를 사주느라 꽤 많은 비용을 지불한 것으로 기억된다.


하지만 딸아이는 바비나 제니같은 인형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고, 오빠가 가지고 노는 것들에 더 관심을 가졌다.

어쨌든 아이들이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때까지 장난감 사주기는 계속되었는데, 사실 아이들은 그런 장난감이 많을수록 더빨리 실증을 느낀다는 것을 조금게 깨달았던것 같기도 하다.




오늘 문득 나의 마론인형이 생각난다.

그 인형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때 버리지 말고 놔둘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잠깐 해본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갑을관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