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에는 교복이 학교마다 똑같았다.
간혹가다 약간 특색있는 교복을 따로 맞춰 입게하는 학교가 종종 있긴 했지만.
그래서 우리집같이 형편이 어렵고 아이가 많은 집에서는 교복을 대물림해 입는 것이 당연했다.
우리집은 정말 어려운 형편이었고, 자매들이 줄줄이 있었으므로, 당연히 큰언니의 교복을 둘째언니가 물려 입었는데, 나중에는 정말 허름해졌지만 졸업할 때까지 어떻게든 버텨야 했다.
그런데 셋째언니가 배정받은 중학교는 위에서 말한 특색있는 교복을 해입는 몇안되는 학교였다.
사실 그 학교의 교복은 정말 예뻤다. 검은교복을 입는 주변 여학교의 학생들은 언니의 학교를 몹시 부러워 했다.
하지만 셋째언니의 교복 스트레스는 심각했다.
언니는 주변에 아는사람들을 수소문해 그 학교의 교복을 얻어입게 되었는데, 하필 그해 겨울에는 겨울코트를 멋진 떡볶이 단추가 달린 반코트로 바꾼 해였다(그 코트는 당시 정말 세련됐었고, 진짜로 예뻤다).
하지만 셋째언니는 바뀌기 전의 코트를 얻어입고 3년을 버텼다. 그 코트를 입은 학생은 전교에서 열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였고, 언니는 졸업할 때까지 겨울을 지독히도 싫어했다.
셋째언니가 고등학교에, 내가 중학교에 진학하게 되었을때 교복과 두발 자율화가 실시되었고, 교복은 잠시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난 한번도 교복을 입어보지 않은 세대다.
사복을 입어야 했기 때문에 오히려 복장에 신경쓰였고, 빈부격차가 드러나는 시대였다.
셋째언니는 고등학교에 다니면서 일까지 하여 학비와 용돈을 벌었다. 일과 공부를 병행하면서 힘들었지만 자신의 옷을 사입을 수 있어서 좋아했고, 가끔씩 나에게도 옷을 사주었다.
이래저래 우리 언니들은 교복에 대한 안좋은 추억을 가지게 되었다.
내가 고등학교를 졸업할 무렵 후배들은 다시 교복을 입기 시작했다.
나의 아이들이 함께 같은 유치원의 원복을 입고 등원하던 날이 눈에 선하다(두살터울의 아이들은 1년동안 같은 유치원을 다녔다).
둘이 귀여운 원복을 입고 손잡고 유치원 차에 올라탈때면 '언제 아이들이 저렇게 컸나' 하며 흐믓해 하던 기억이 난다.
아들이 중학교에 입학하여 교복을 입어보던 날도, 왠지 마음이 뿌듯했다.
딸아이가 중학교 교복을 입게된 날에는 남매에게 교복을 입혀 함께 기념사진까지 찍게 하였다.
이제는 저렇게 큰 녀석들이 어떻게 내 뱃속에서 나왔는지 의문이 들 정도다.
제복을 입은 모습은 왠지 진지하고 늠름해 보인다.
교복을 입어보지 못한 나로서는 약간의 부러움과 로망도 있는 것 같다.
요즘 입학 시즌이라 아이들은 들떠있고, 부모들은 걱정스러워 한다.
나도 전에 다 겪었던 일인데, 추억 저편에서 아련하다.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게 되었을 때는, 사실 치열한 입시전쟁의 한가운데로 내보내는 것 같아,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섰다.
전쟁 같았던 두 아이의 입시생활도 다 끝나고 나니, 무슨일이 있었던 건지 정신이 아득하다.
그런데 이제 아이들이 대학생이 되고보니, 멀지 않은 곳에 취업전선이 펼쳐져 있다.
세상은 살아도 살아도 전쟁터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