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울에서 나고 자랐다. 서울이 고향인 것이다.
그리고 24살 어린 나이에 수원으로 시집을 왔고, 평촌에 잠시 분가하여 산 기간을 빼고는 줄곧 수원에서 살고 있다.
어느덧 나는 태어나서 엄마와 함께 산 날들과 결혼하여 남편과 함께한 시간이 같아졌다.
어쩌면,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아기였을때의 시간들을 빼고나면 이젠 독립하여 수원에서 남편과 함께한 시간이 더 많을 지도 모른다.
얼마전 친구가 광화문에 근무하고 있어, 퇴근 후 친구를 만나러 서울까지 먼길을 나들이했다.
어찌어찌 네비게이션이 알려주는 길을 따라 친구의 근무지 근처 SFC몰에 주차를 하고, 약속장소인 지하아케이드로 나오니 별천지의 세상이다.
광화문과 종로통은 처녀시절 속된말로 '내가 놀던 동네'였는데, 건물 밖으로 나오니 사방에 들어선 고층건물의 위압감으로 잠시 현기증을 느낀다.
언니가 살고있어 자주 가던 송파동이나, 업무차 종종 들르곤 하는 서초동 법원근처야 원래 처녀적에도 잘 가지 않던 곳이라 몰랐는데, 옛날에 자주 다니던 곳이 이렇게 변해 있으니 마치 촌사람이 서울구경 나온 기분이랄까.
처음 결혼하여 수원에 살게 되었을때의 답답한 마음이 문득 떠오른다.
결혼해서 시부모님을 모시고 살았고, 금방 아이가 들어서 두 아이와 함께 옥신각신 정신없이 살았지만, 난 도통 수원이라는 곳에 정을 붙일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내가 사는 곳이 익숙하고 편하긴 해도 고향같은 기분은 들지 않고, 그렇다고 공기좋은 시골도 아닌 것이, 또 그렇다고 지방 소도시의 정겨움이 있는 것도 아닌, 애매한 도시다.
그런데 이젠 서울도 내 고향같지는 않다.
내가 살던 동네는 이젠 찾아갈 수도 없이 변했지만, 어릴적 그곳에 살았을 때도 나는 그곳을 좋아하지 않았다. 힘겨웠던 기억들이 더 많아 어쩌면 잊고싶은 곳이기도 하다.
나의 고향은 어디일까.
왠지 돌아갈 곳 없는 먼 타국에 와있는 것 같은 외로움이 느껴지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