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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각을 했더니 고객이 웃더라.

청년장사꾼의 접객/서비스 마케팅-3 (with 광고의 모든 것)

본 칼럼 제목 그대로 우리가 지각을 하면 고객이 웃는다.


청년장사꾼은 근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요’라는 표현보다는 ‘기본’이라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장사라는 업의 특성상 우리는 시간 약속을 기본으로 여긴다.

매장 문을 12시에 연다고 한 것은 고객과의 약속이다. 고객이 12시에 왔는데, 고객을 맞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함께 일하는 멤버들에게도 예의가 아니고, 장사꾼으로서 자기 자신에 대한 예의도 아니다. 지각을 했다고 해서 그 날 가게가 망하는 것도 아니지만 한 명이 늦으면 다른 한 명에게 일이 쏠리고, 이것이 악순환 되면 브랜드 이미지와 매출에 영향을 받게 된다. ‘나 하나쯤이야’라는 사소한 생각 하나가 전체를 망가트릴 수 있는 것이다. 


평균 나이가 25세인 청년장사꾼은 어린 친구들이 많고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하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만큼 근태 관리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속상한 마음에 페이스북을 통해 지인들의 조언을 구했는데 ‘벌금내기를 해라’, ‘지문 인식기를 도입해라’, ‘사원증을 만들어 근태를 관리해라’처럼 다양한 조언들이 제시되었다. 그 중 다산 네트웍스의 남민우 회장님께서 이마를 탁 치게 하는 해답을 남겨 주셨다. 


<많은 분들이 다양한 방안을 제안해주셨다.> 


‘직원들과 상의하고 룰을 정하면 책임감이 더 생기겠죠. 인사, 복지 문제는 아무리 아이디어가 좋아도 반발합니다. 스스로 정하게 하는 게 상책, 헤드는 문제 제기만.’ _ 남민우


그래서 멤버들에게 지각 해결방안을 스스로 정하도록 문제를 제기했고, 내부 논의를 통해 ‘지각 시 얼굴에 분장을 한 뒤 하루 종일 일 한다’는 방안이 최종 결정됐다. 이는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했으니 그 날만큼은 특별히 더 큰 즐거움을 드려야한다는 의미이자, 우리의 유쾌한 이미지를 그대로 살린 벌칙이었다.

직접 정한 규칙의 힘은 정말 컸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번 남민우 회장님께 감사드린다.)

규칙 도입 후 지각율이 현저하게 줄어들었고 분장을 한 우리를 본 고객들은 즐거워했다. 인증사진을 찍어 가신 고객들은 본인 SNS에 글을 올렸고 이것이 오히려 청년장사꾼을 홍보하는 데 도움이 됐다. (우리 청년장사꾼은 큰 비용을 투자해 광고를 집행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에 고객들의 후기나 인증사진이 큰 홍보수단이 된다.)




첫 작품은 눈썹을 하나로 잇고, 큰 점을 찍던 미미한 수준이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요즘은 미대 졸업반 수준에 이르러 다양한 명작들을 생산해내고 있다. (정말 시작은 미미하였으나 끝은 창대해져버렸다.) 매장마다 군대에서 사용하는 위장도구나 전문 페이스페인팅 도구가 배치되어 있다. (급하게 분장도구가 필요한 사람은 청년장사꾼 매장을 방문하라.)


가장 기억에 남는 분장은 작년 한글날이다. 그 날은 이상하게도 네 명의 지각자가 발생했는데 워낙 흔치 않은 상황이었기에 이벤트로 발전시켜보자는 멤버들의 제안이 나왔다.

‘세종대왕’이라는 네 글자를 각 네 명의 멤버들 얼굴에 적고 다른 네 군데의 매장에 근무하게 한 뒤 모두를 찾아서 사진을 찍어 인증을 하면 선물을 준다는 간단한(?) 이벤트였다. 



지금 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사실 이 이벤트는 단순히 재미를 주기 위한 ‘멤버를 찾아라’이벤트가 아니었다. 청년장사꾼은 남영역 부근 원효로의 한 거리에 여섯 개의 매장을 동시에 개업했다.(‘열정도 프로젝트’라 불리는 이 프로젝트는 추후 다른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다.) 열정도가 시작되는 골목 초입부에는 아파트가 많고 조명도 밝아 유동인구가 많다. 반대로 골목의 제일 안쪽에 있는 ‘열정도 고깃집’의 경우는 워낙 안쪽에 있어 매장이 존재하는 지 조차 모르는 고객들이 많았다. 우리는 이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 길거리에 우리 매장이 여섯 개나 있다’라는 점을 고객에게 상기시키고, 고객들을 (거리상의 이유로)소외되어 있는 매장으로 분산시키고자 했다. 고객들의 ‘역시 청년장사꾼답다’는 칭찬은 덤이었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낸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은 분장을 지각일 벌칙이 아닌 특별한 날의 홍보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예를 들어, 할로윈데이에 청년장사꾼 매장을 방문하면 전 세계 귀신을 만날 수 있다. (할로윈데이에 청년장사꾼 매장을 방문하고자 하는 노약자나 어린이, 임산부는 주의해야 한다.)


할로윈데이 하니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하나 더 있다. 작년 할로윈데이에 현대백화점 판교점의 청년장사꾼 감자집에서 발생한 일이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할로윈데이에 출근한 멤버가 출근 직후 얼굴에 분장을 했다. 우리가 상상하는 백화점에서는 마주할 수 없는 예술행위(?)였기에 주변 분들과 백화점 측에서도 당황하신 눈치였다. 그런데,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예술행위가 고객들을 줄 세웠다. 자녀와 함께 백화점을 방문한 부모님들께서 멤버들과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섰고, 매출 역시 자연스레 오를 수 밖에 없었다. 주변 매장 직원분들과 백화점 측에서도 분위기를 제대로 살려주었다며 우리를 향해 엄지를 세워주셨다.


크리스마스에는 산타와 루돌프로 분장한 멤버들이 전 매장(서촌, 공덕, 남영)을 돌아다니는 데, (무려 내부 오디션을 통해 산타와 루돌프를 선발한다.) 분장을 한 멤버들은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이동한다. 이 날만큼은 이 두 멤버가 걸어 다니는 최고의 광고 수단이 되는 것이다. 


‘광고’라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돈이 들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만의 특별한 ‘사내문화’가 ‘마케팅’이 될 수 있고 고객이 인스타그램에 남긴 글 하나가 최고의 ‘광고’가 되기도 한다.


독자분들도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재미있게 할 수 있는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우리 매장(혹은 브랜드)만의 색깔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민해보시길 바란다. 


+ 덧붙이는 말

혹시나 이 글을 읽은 분들 중 청년장사꾼 매장을 방문해 얼굴에 낙서가 된 멤버를 마주치게 된다면, 놀라지 말고 “앞으로 지각하지 마세요!”라고 한 마디씩 부탁한다.

오해의 소지가 있을 것 같아 추가하자면, 고객을 위한 서비스 때문에 지각을 일부러 하는 건 아님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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