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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아프다.

청년장사꾼 경복궁 감자집(구 열정감자) 명도 소송


경복궁,서촌에 위치한 청년장사꾼 감자집(舊 열정감자)은 개인적으로 참 의미있는 곳이다.


1호점 카페가 어려워 졌고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시작한 2호점.

시장골목 끝에 위치한 월세가 50만원도 안되는 4평짜리 공간. 

청년장사꾼은 이 곳에서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나는 이 곳에서 감자팔아 장가도 가고, 아들 은률이도 낳았다. 


최근 이 곳이 점점 힘들어지고 있다.

(짐작가는) 누군가의 신고로 야장을 접어야 했고,

심지어는 장사 시작하고 처음으로 '영업정지'도 맞았다.


6개월 전부터 불안 불안해 하고 있었는데 드디어 '소장' 이 날아왔다.

TV에서만 보던 '명도소송'이다.


건물주가 바뀌었다.

계약기간은 남아있지만 나가라 한다. 내보낼 수 있는 근거가 있다고 한다.

누군가 마음 먹으면 누군가는 어쩔 수없이 나가야 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내 나이 서른.

일, 가족, 회사 모든 것들 열심히 하려고 하는데 이러한 상황에 처했다는 사실이 너무 힘들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을 했기에 소송을 당하는 것일까.

왜 '피고인'에 내 이름, 김윤규 세 글자가 올라가 있는 것일까. 나는 참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심지어, 소송대리인은 명도만 전문으로 하는 법률사무소다.

그렇게 열심히 공부하시고 어렵게 변호사가 되신 분들이 어렵게 장사하는 청년들을 내쫓아야 되는 일을 하시는걸까. 아.. 참.. 안타깝다. 


현재의 상황은 권리금이라는 제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임대차 계약을 갱신 못하도록 막아두고 내쫓은 다음, 본인들이 들어와서 장사를 하겠다는 심산이다. 하지만 건물주 입장에서는 비싸게 산 건물에서 내가 이러한 권리금까지 인정해주기는 싫은 것이다.

(미국에도 Sales of business 라고해서 재고물량/시설/고객정보/노하우 등의 유,무형 자산을 포괄적으로 매매하는 것이 존재하고 영국에도 The Landlord and Tenant Act라고 임차인이 5년이상 영업을 하면서 발생한 영업권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될 때 규정에 따라 산정된 범위에서 상환하도록 되어 있다.)

다른 나라에서 장사를 해보지 않아 정확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선에서는, 우리와 같은 임차인들이 '영업이익'을 회수할 수 있는 기회를 상대적으로 보장을 해주고 강제적으로 박탈하는 경우는 없는 것 같다.


작년 부터 상가권리금 법제화가 이슈가 되고 있지만 아직은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이 훨씬 더 많고, 임대차 보호가 5년이라지만 실상 2년이 지나고나면 묵시적 갱신이다. 이 때부터는 보호받기가 힘들다. 

이러한 자세한 내용들은 처음 장사를 시작하는 분들은 전혀 알지 못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으며, 가장 많이 외식업을 창업하는 '프랜차이즈'형태는 이러한 내용들을 굳이 알려줄 필요가 없다며 쉬쉬하기 마련이다.  


과연 이러한 환경에서 이제 길거리로 쏟아져나오는 55~63년생, 

1차 베이비부머 세대분들은 장사에 뛰어들어 노후를 안정적으로 준비하실 수 있을까? 

나는 잘 모르겠다. 



이 건물에서 장사하던 세 가게, 쌀집/만두집/감자집.

- 만두집은 그나마 약간의 이사비용을 받고 영업 종료

- 쌀집 아저씨는 전투태세

- 우리 청년장사꾼 감자집은?


너네는 다른 매장도 많으니 그냥 빨리 정리하고 다른 곳에 집중하라는 선배들의 조언을 따르는 것이 옳은 방법인가? 


야장도 없고, 자리도 없고, 테이크아웃 정도만 겨우 가능한 (지금의 청년장사꾼을 만들어 준) '경복궁 감자집'의 현재 점장은 '하는데 까지 해보겠다'며 지난 이틀간 이벤트를 열었고 참으로 많은 분들이 또 감자집을 찾아주셨다. 기뻐야 하는 데 눈물이 났다.


누군가가 이야기하더라. 요새 젊은 친구들의 꿈은 건물주가 되는 것이라고.

'임대업이 꿈인 나라'고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있는 나라다.


오늘은 연휴고, 소장도 날아왔고, 투자 진행도 진척이 없고, 날씨도 오락가락한다.

그래도 우리는 매장 문을 열고 밝은 모습으로 부지런히 손님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나는 무엇을 해야하나.

머리가 아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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