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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사해서 사장되기, 가능할까?

청년장사꾼 대표 김윤규가 바라 본 대한민국 외식업의 현 주소


나는 이제 막 5년 차에 접어든 '청년장사꾼'이라는 외식업 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5년이라는 시간은 갓 걸음마를 떼고 있는 단계인지라 ‘생존’이라는 단어를 어깨에 짊어지고 힘든 하루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신기하게도 기꺼이 즐길만하고 재미있기 때문에 버텨진다.


부끄럽지만 <청년장사꾼>이라는 책도 출판했고, 장사나 창업에 관련하여 강연도 한다. 그러다 보니 청년장사꾼이라는 단체가 우리가 가진 역량보다 더 큰 모습으로 포장되어 종종 부담스러울 때가 있다.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쓰는 것 역시 고민이 되었지만, 청년장사꾼이 겪은 (그리고 겪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나누고 대안을 고민하다 보면 장사를 준비하려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부족한 글 솜씨로 몇 자 적어보려 한다.




치킨집이 맥도날드보다 많은 세상


'우후죽순' 치킨집, 전 세계 맥도날드 매장보다 많아 (YTN, 2015-10-05)
http://www.ytn.co.kr/_ln/0102_201510052201553904


전 세계 맥도날드가 3만 5천개인데, 대한민국 치킨집이 이보다 1천개나 많은 3만 6천개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 외식업의 현주소다. 약 5년간 외식업을 하며 매번 놀라는 것은 우리나라엔 식당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문제는 단순히 많아서가 아니라, 개별 경쟁력이 있고 지속가능한 점포가 많지 않다는 것에 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는 어디서 오는 것일까?

지금부터 독자분들과 이런 고민을 나누며 함께 공부해보고 싶다.




안되면 장사하지 뭐

주변 사람들만 봐도 ‘안되면 장사하지 뭐’라는 이야기를 쉽게 한다. 그만큼 ‘장사’는 상대적으로 진입 장벽이 낮다고 인식되어 있고, 돈만 있으면 언제든 할 수 있는 것이라고들 생각한다. 더 큰 문제는 ‘난 다르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이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부류는 아래와 같이 둘로 나뉜다.


✔ 구분 하나 - 20~30대 중 취업이 잘 안되거나, 취업을 하고 보니 본인의 적성과 잘 맞지 않는 친구들이 청년장사꾼의 문을 두드린다.

본인도 장사하고 싶다고, 잘할 수 있다고.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다. 장사는 육체적으로도 힘들고, 정신적으로는 더 힘들다. 장사는 보는 것처럼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구분 둘 - 베이비 부머 세대의 준비 없이 하는 창업이다.

55~63년생의 1차 베이비부머 세대가 앞으로 2~3년 내로 길거리로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우리 아버지 세대인 이 세대는 아직 왕성히 사회활동을 하고 계신 분들이고, 지금까지 대한민국을 이끌어오신 분들이다.

그래서일까? 자신감은 청년들보다 훨씬 강하다. 그래도 이분들 중 노후준비를 마치고 소일거리를 위해서 창업을 생각하시는 분들은 그나마 낫다. 하지만 대다수 현실적으로 노후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태로 퇴직금으로 장사를 하시려 한다. 이 경우 위험성이 너무나 커진다.

평생을 가족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받은 2~3억으로 해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자녀들의 학자금도 갚아야 하고(수도권사립대 한 학기 등록금 평균 400만원/8학기 만에 졸업을 해도 3200만원/최근에는 9학기~10학기는 기본으로 다니는 추세이고 일부 수도권 공대는 한 학기 등록금이 500이 넘어가고 있는 추세라는 점/게다가 지방에서 올라온 자녀라면 집 문제와 생활비용까지) 자녀가 스스로 준비가 되어있지 않을 채 결혼을 해야 한다면 그 부담까지 부모인 자신에게 돌아오게 된다. 2~30대 평균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이 약 1억인 세상, 우리 부모님은 도대체 무슨 잘못이 있는 걸까?

그렇게 돈을 쓰고 남은 일부의 돈으로는 본인의 노후가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해 소자본 창업을 선택하게 되는데 바로 이것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써지는 출발점이 된다.




창업도 준비가 안되면 말짱 도루묵이다!


한국 에인절투자협회 고영하 회장님께서 강연을 하실 때마다 서두에 하시는 말씀이 있다. 

“평균 수명 연장으로 인해서 어차피 일생에 한 번은 창업을 해야 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아니다. 이미 왔다.”


나 역시 이 말에 너무나도 공감하고, 사회 전반적인 분위기가 창업에 대한 긍정적인 에너지로 가득 차길 바란다. (두려움을 가지고 도전하지 않는 것 보다 막연하더라도 도전하는 자신감이 좋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 나누었으면 좋겠다.


청년들은 대부분 ‘창업’을 하면 언론에서 소개되는 IT 성공사례들을 떠올린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 생각하고 도전한다.


‘A가 몇 백억에 팔렸다’, ‘B는 몇 십억의 벨류(Value)를 가지고 있다더라’, ‘C는 이번에 얼마의 투자를 받았다’ 등 IT창업에 대해 찬양한다. 하지만, 과연ICT 쪽 창업을 해서 성공할 확률이 몇 퍼센트나 될까?


외식업은 3년 내 폐업률이 48%다.

즉, 3년 뒤에 매장 2개중 1개는 닫는다. 이것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런데, ICT 창업과 비교했을 때는 외식업 생존율이 훨씬 더 높다. 


그런데 우리는 왜 외식업 실패를 더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분류할까?

왜 외식업/숙박업은 중소기업청의 지원사업의 대상에서 지원 제외 업종이 된 것일까?

창업해보겠다고 스타트업, ICT 사업에 덤벼들었던 청년들은 왜 결국 치킨집을 하러 나오는 것일까?


이에 대한 답은 업의 본질과 특성을 뜯어보면 어느 정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청년장사꾼이 생각하는 외식업의 본질은 ‘정직함’에 있다.

장사를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그 중 특히 직장을 때려 치고 나와서 장사를 하고 싶다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이야기한다.


“내가 하는 만큼 벌고 싶다!”

장사는 하는 만큼 벌어갈 수 있다. 하지만 그 폭이 굉장히 제한적이고 정직하다.

매출을 올리고 싶으면 더 많은 인력을 뽑아야 한다. 외식업은 100만원을 팔기 위해 3명이 필요하고, 200만원을 팔기 위해 5~6명이 필요하다. 즉, 매출의 상승에 따라 인건비 지출도 비례하여 상승한다. 그래서 외식업은 다른 IT 회사들처럼 ‘대박난다’고 해서 폭발적인 이익을 기대하기 힘들다. 처음에는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지만 노동강도 대비 본인이 가져가는 수익이 기대했던 바에 턱 없이 못 미칠 확률이 높고, 대다수가 이를 버티지 못하고 폐업의 길로 들어선다. 


또 다른 외식업의 특성 중 하나는 ‘매몰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대부분 IT스타트업들은 시작하면서 버티기 모드에 돌입한다. 그래서 자취방에서 시작하는 팀도 있고,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나 고정비가 적게 드는 방향을 찾는다. 심지어 시드(Seed)단계에서 투자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외식업은 시작하는 순간에 이미 초기 투자비용이 엄청나다. 보증금, 권리금, 시설, 인테리어, 초도 물량, 인건비. 일단 어느 정도 이름 있는 상권에 진입해서 매장을 하나 차리는 데 소자본 창업이라고 해도 약 1억 정도가 들어간다. 장사가 잘되어 원하는 수익률을 쭉쭉 올리면 상관이 없지만, 안되면 그 때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 장사가 안 되는 가게는 나갈 때 '권리금'을 인정받기 힘들다. 

- (청년장사꾼이야 직접 인테리어를 어느 정도 한다지만) 일반적인 경우는 인테리어에 드는 비용이 전체 창업비용의 30% 이상이고 이는 회수가 불가하다.

- 장사가 어느 정도 되더라도 건물주와의 분쟁이 생긴다거나 예상할 수 없는 변수들이 생겼을 때의 손해 역시 막심하다. 

이 외에도 수 없이 많은 문제들이 있지만 (어떤 업이든) 본인이 그 업을 정의 내리고, 본질과 특성을 파악하고 덤벼들면 그 업을 오래 지속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힘들지만, 올해는 더 힘든 외식업 점포창업

2015년 연말부터 외식업이 눈에 띄게 힘들어지고 있다. 물론, 오래 장사를 해오신 분들은 한번도 안 힘들었던 때가 없다고 하시지만 2015년은 유독 힘든 한 해였고, 2016년 전망은 부정적이기만 하다. 


대기업에서는 회식을 줄이고 있고 법인카드 사용에 제한이 생기고 있다. 이름 있는 상권들도 손님이 많이 빠진 것도 느껴진다. 모두가 ‘힘들다’하는 세상인데 외식업에 있는 나로서는 ‘힘들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

미국 금리인상, 가계 부채 1200조, 30대 기업 2016년 보수적 운영, 심각한 취업난, 장기 불황… 그 밖에 매장 내에서 컨트롤 할 수 없는 변수도 있다.


예를 들어, 메르스 사태가 발생했을 때, 이를 버틸 수 있는 힘이 상대적으로 약했던 생계형 창업자들은 더 심각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결국 폐업을 선택했고 위에서 언급한 회수할 수 없는 ‘매몰비용’을 부담하게 되었다. 결국, 간판업체, 부동산, 인테리어 업체만 돈을 벌어가는 슬픈 현실이 반복되는 것이다.


너무 암울한 이야기들만 나열한 것 같아 나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지만 브런치라는 자그마한 공간을 통해 하나씩 하나씩 공부하며, 짚고 넘어가야 하는 문제들에 대해서 다루고 대안을 탐색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전개되는 이야기는 지극히 주관적이며 5년 밖에 되지 않은 초짜 외식업자의 이야기인 만큼 틀린 부분들은 독자분들께서 바로 잡아주었으면 좋겠다. 내 브런치가 다양한 의견들을 공유할 수 있는 장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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