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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휴무에 대처하는 방법

청년장사꾼의 접객/서비스 마케팅-4 (with 광고의 모든 것)

장사를 하는 사람에게 하루 매장 문을 닫는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다. 하루 매출을 포기해야 함은 물론 (특히 음식점의 경우) 재료의 신선도 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전 직원이 함께 하는 워크숍은 더 결정이 힘들다. 매장 하나가 아니라 여러 매장이 쉬게 될 경우, 그 만큼의 비용적인 이슈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전 매장을 직영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리 청년장사꾼 입장에서는 전체 워크숍이 어떻게 보면 큰 손실일 수 있다. 그러나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제대로 쉰다는 마음으로 분기별 단체 행사를 갖는다. 봄에는 소풍을, 여름에는 MT를, 가을에는 운동회를, 겨울에는 워크숍을 떠난다. 이 행사 날은 모든 매장이 영업을 하지 않고 단함 겸 재충전의 시간을 갖는다.

워크숍이 반드시 필요한 문화라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워크숍을 진심으로 좋아한다. 멤버의 대다수가 20대인 우리에게 ‘워크숍’은 곧 ‘MT(Membership Training)’다. 우리는 뭉쳐있을수록 더 큰 시너지를 발휘하기 때문에 ‘함께’ 무언가를 한다는 것만으로도 재충전이 된다. 그리고 이렇게 멤버들이 재충전되면 매장 분위기도 좋아진다.


가장 최근에 떠났던 워크숍은 ‘제주도 봄 소풍’이다. 이 잊지 못할 소풍은 멤버들 사이에서 ‘제주도 납치사건’이라 불리는데 극소수의 기획단을 제외하고 모든 멤버들이 전혀 눈치 채지 못했던 대규모 사기극이었다.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는 이유로 공덕역에서 일단 모여서 김포 쪽으로 이동하던 멤버들은 김포공항 지하철역에 도착해서도 이것이 봄 워크숍인지를 믿지 않았다. (봉사활동은 좀 더 구체적인 기획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조만간 진행할 예정이다.) 그렇게 ‘후드 티셔츠 하나 입고 떠난 제주 당일치기 봄 소풍’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고, 멤버들의 사기를 북돋웠다.

2016년 청년장사꾼 제주 봄 소풍▶ http://blog.naver.com/youngseller/220649273608     


본론으로 돌아와 이번 칼럼에서 전하고자 하는 것은, 우리 사내 문화에 대한 것이 아닌 ‘휴무로 매장을 비우게 되었을 때 어떻게 손님에게 공지하는지’에 대한 것이다.     


일반적인 매장들은 휴무 안내를 할 때, ‘휴무 사유/휴무일/정상근무 시작일’ 등을 기재한 공지를 띄운다.

하지만, 청년장사꾼은 조금 다르다. 고객이 ‘오늘 헛걸음 했다’는 생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우리 방식대로 작은 센스를 발휘한다.


먼저 <청년장사꾼 가출기간>, <문화생활의 날>처럼 휴무를 프로젝트처럼 만들어 이름을 붙인다.

단순한 ‘휴무 공지’보다 더 시선이 가고, 어떠한 사유로 휴무를 결정하게 되었는지를 잘 드러내게 되면 고객 입장에서 느낄 수 있는 서운함도 조금 줄어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우리 식당의 음식이 먹고 싶어 매장을 방문했는데 휴무라면? 혹은 이 음식을 먹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긴 시간을 투자해 매장을 방문했는데 문이 닫혀있다면?     


휴무 이름을 정하고 난 뒤에는 휴무 사유를 구구절절 풀어낸다. 고객에게 우리가 ‘어떤 사유로 휴무를 결정하게 된 것인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적는다.

‘문화생활을 위한 휴무’를 ‘매일 장사에 찌들어 있는 청년장사꾼, 오늘만 일찍 닫고 문화 소양을 쌓으러 갑니다’라고 표현하고 ‘여름 워크숍’은 ‘더위 타파를 위해 삼계탕 몸보신 후 자축 워크숍 떠난다’고 말한다. 같은 단어라도 어느 쪽이 더 정감가는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갑작스런 휴무를 결정하게 되면 ‘본 휴무 공지문과 함께 사진을 찍어 오시면 덤을 증정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이는 멀리서 귀한 걸음 해주신 고객님의 노고를 절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겠다는 의미이자, 우리 매장 방문을 진심으로 감사하는 마음을 담은 일종의 이벤트다. ‘내 걸음이 헛되지 않았다’라는 생각과 함께 피식할 수 있는 요소 하나로 우리는 고객의 더 큰 신뢰와 사랑을 얻게 되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최근 명도소송 중인 경복궁역 감자집이 이슈가 되고 있는데, 올 초 영업정지로 강제 휴무를 갖게 되었을 때(?) 다음과 같은 휴무 안내 현수막을 붙였다.


2016년을 맞아 우주최강 감자집이 되기 위해 감자집 멤버들은 수련을 떠납니다.
수련기간 2월 4일 – 2월 10일
우주최강 소스도 찾아올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이 현수막을 기억하고 계신 손님이 많지 않겠지만 ‘영업정지’를 당했다는 사실을 걱정하실 고객들을 위해(열정감자로 더 많이 알려진 경복궁 감자집은 열렬한 다수의 팬 층을 보유하고 있는 매장이다)센스 있는 문구로 휴무를 안내했다. 같은 내용을 소개해도 어떻게 센스있게 표현할 것이냐는 개인에게 달려있는 것 같다.


이 글을 읽고 계신 (현재 그리고 미래의)사장님들 역시 피치 못할 사정으로 매장 문을 닫아야 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그 때마다 매장 분위기에 맞춘 ‘진심을 담은’ 휴무 안내문 한 장 적어보는 건 어떨까?


종이 한 장이 우리 매장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키고 재방문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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